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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Jun 26. 2019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공통점

이름만 비슷한 게 아닌 두 나라

예전에 인도에 살기 전엔, 나도 인도와 인도네시아 두 국가가 몹시 헷갈리곤 했다. 여전히 내 주변인들은 내가 인도네시아가 아닌 인도에 돌아갔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뿐더러, 두 나라가 같은 나라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시간 개념'에 있어 두 국가는 이름만 비슷한 게 아니라는 것을, 인도네시아 생활 2주 차에서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물론 다른 점도 많지만 비슷한 점이 참 많다. 어쩌면 동남아시아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내가 모든 곳에서 살아보진 못했으니 보편화시키지 않고 싶어서 두 나라만 비교해보았다.



5분만 기다리라면서요.
지금 한 시간이 지났어요.



사실 오늘 남몰래 밤늦게 사무실에 앉아 울면서 남자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다. 작정하고 예상하고 왔는데도 생각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답답함이 버거웠는지 엉엉 울어버렸다.


임시숙소를 벗어나 최종적으로 머물러야 하는 숙소를 찾아서 방문 후 마지막으로 계약을 마치려고 아파트 로비에 앉아 부동산 중개인과 집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곤 바로 계약서를 작성하여 온다고 하던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고, 연락을 하니 5분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같이 나를 도와주러 간 현지 동료와 나는 수다를 떨면서 이제 집 계약하고 나면, 우리 집에 놀러 오라고 기쁜 마음에 들떠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중개인에게 연락을 하면, 1분만 또는 5분만 기다려 달라며 시간을 지체시켰고 나와 동료는 그러려니 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 너무 배가 고파 이왕 늦게 될 것 식사라도 먼저 하자고 밥까지 먹고 돌아왔는데 갑자기 연락 두절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그래서 다른 중개인에게 연락하니, 집주인이 바빠서 연락이 안 되고 우리를 맡아주던 중개인은 현재 다른 클라이언트를 만나러 갔다는 것이 아닌가?


"뭐라고요? 그럼 사전에 말을 해주시면 좋았잖아요. 그냥 기다리라고 하셔서 한 시간이 넘도록 아까운 시간을 보냈는데.."


그렇게 한 시간이 넘도록 그들을 기다렸고, 결국 계약은 무산이 되어서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상태였지만 그래도 참을 인 자를 세 번 외치며 진정하려고 노력했다. Working Visa를 받은 이상, 어서 실질적으로 거주할 집을 빠른 시일 내로 등록해야 하는데 마음이 조급해지고 할 일이 태산인 내게 금쪽같은 1시간을 이런 식으로 써버렸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라지진 않았다. 사실 시간이 오래 걸려서라기 보다, 나의 시간에 대한 존중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


그뿐만이랴, 처음엔 동료들이 출근을 정말 정시 또는 지각을 하도 하길래 대체 근무 태도가 왜 저러지?라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른 문화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지만 조금 신기하고 어쩌면 비겁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본인에게 해가 된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을 경우, 절대적으로 시간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다.


내가 인도네시아로 파견 근무를 오면서, 어쩌다 보니 마케터에서 Country Manager가 해야 할 모든 일을 맡은 임시 리더가 되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근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니, 제발 부탁이니 지각을 하지 말아 달라고 대표님의 요청으로 앞으로 3번 지각 시 가차 없이 불이익이 간다고 말하니 절. 대.로 늦지 않는 친구들이다.


그래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잘 지키면서 왜 그동안 못한 거지?

안 한 건가?"


인도에 살 때도 똑같았다.

친구들이 본인에게 이득이 가거나 불이익이 가는 건 아주 눈치 빠르게 행동했다. 인도에서의 10분은 1시간이었고, 인도 친구들이 '괜찮아!'라고 말하는 건 정말 괜찮은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씩씩거리면서 택시를 타고 회사로 돌아가 내일, 또 똑같은 이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선택하고 자처한 일이자 이럴 거란 걸 충분히 예상했고, 살면서 이미 겪어봤기에 한번 시원하게 울고 욕하니 다시 마음이 가벼워졌다.


상사 한 분께서 내게 이런 말씀을 하고 떠나셨다.




써니야 천천히 해.
여기선 그래야 할 것 같으니까
한국에서처럼 너무 달리지 마.


그 말이 감사하면서도, 위로가 되었지만 결국 내가 인도네시아어에서 가장 먼저 배운 단어는 'Cepat'이란 단어였다. 그건 바로..'빨리'라는 뜻.. 물론 한국의 빨리빨리가 늘 좋다곤 생각하지 않지만, 요즘 멤버들에게 빨리빨리를 전파하는 중이다. 친구들은 문화충격이라며, 꽤나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친구들이 1시간 안에 끝내는 일을 15분 만에 끝내면 친구들은 그게 가능하냐며 박수도 하루에 몇 번씩 쳐준다.



아무쪼록, 인도에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공통점 '시간'이란 아이를 잘 다루고, 지지 않길 바라며.

오늘도 느려 터진 무언가에 말한다.



Tolong Cepat!

제발 빨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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