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에 살아보니, 이런 게 좋더라고요.
6월 중순에 입국하여 어느덧 내일이면 8월을 맞이한다. 한 달 반이란 시간을 보내며 이곳에서의 단점만 보이다가 어느 순간 장점 또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나의 시각에서 바라본 주관적인 의견일지라도 말이다. 확실한 건, 거주하는 것과 여행하는 것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 그건 어딜 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뿐만 아니라 타국에서 공부하는 것과 일하는 것의 대한 차이도 상당하다. 두어 번 출장을 왔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자카르타.
1. 저렴한 택시비와 많은 선택지
택시비가 한국에 비해 정말 저렴하다. Blue Bird라는 파란색 택시의 기본요금은 6500 루피아 즉 한화 500원부터 시작이다. 미터기로 계산이 되며 단거리로 이동할 땐 블루버드를 타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남아를 장악하고 있는 Grab과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Gojek 어플로 택시를 부를 수 있는데, 장점은 블루버드보다 안전하다는 것이고 교통체증으로 차가 막혀도 이미 거리가 측정된 가격으로 지불하면 되기에 출퇴근 시간 또는 장거리를 가야 할 때 유리하다. 따로 흥정을 하거나 바가지를 씌울 염려가 없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어플로 택시를 잡아 집에서 회사까지 차가 막히지 않으면 15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인데, 매일 아침 1200원 정도의 택시비를 지불하면 돼서 부담이 없다. 또 한 택시가 아니어도, 오토바이를 이용할 수 있는데 급한일이 있을 땐 오토바이를 타는데 심지어 택시보다 훨씬 저렴하다.
2. 아파트에 거주하게 된다면
한국처럼 아파트 단지 또는 주상복합에 거주하게 되면, 보통 거의 모든 아파트에는 헬스장과 수영장이 포함되어있다. 여태 집 30곳을 둘러보았는데 모두 포함이었고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아서 따로 헬스장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또 다른 점은, 한국과 다르게 분리수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사실 여태 여러 국가에 살면서 분리수거를 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본 적이 없다. 인도네시아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 봉투에 모든류의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편리하다.
(예전에 싱가포르에 갔을 때, 싱가포르 현지인이 말해주길 쓰레기 분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들었었다. 누군가에겐 필요한 일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들었던 적이 있다)
3. 현지 마트에서 장보기 feat. Coffee
한국에 비해 소고기가 굉장히 저렴한 편에 속하는 인도네시아. 그리고 이슬람 국가이지만 모든 마트에 돼지고기를 판매를 하긴 하지만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어서 인도네시아에 와서 돼지고기를 사서 먹어본 적이 없다. 내가 가는 슈퍼마트는 마치 돼지고기가 하나도 싱싱해 보이지 않아서일까? 그렇다 보니 닭고기 또는 소고기를 소비하게 되는데, 사실 맛은 크게 차이를 느낄 순 없다. 이곳의 소고기는 보통 더 질기고 지방이 없달까? 한우와는 다른 조금 더 건강한 맛이 난다는 것을 느꼈다.
얼마 전에 중간 크기의 왕새우를 샀다. 냉동 새우가 아닌, 싱싱한 새우. 내 검지 중지를 합친 크기의 새우 5마리를 구매했는데, 한국이었다면 이만 원은 거뜬히 넘었으리라 생각한다. 기억에 7-8천 원 정도를 주고 구매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인도네시아는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보니 바다가 근접하여 굉장히 신선하다는 것을 느꼈다.
망고는 사실 타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 많이 저렴하진 않은 편이라고 생각이 든다. 다만 그래도 정말 저렴한 편이다. 무엇보다 인도와 태국 망고는 당도가 높은 노란 망고라면, 인도네시아에서 내가 구매하는 망고는 모두 애플망고로 스페인산 망고와 비슷한 맛이 난다. 조금 덜 달고, 덜 익은(?) 새콤하고 달달한 맛의 내 손바닥 만한 망고 2개를 4천 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는 점.
커피, 정말 빼놓을 수 없는 커피. 정말 아무 곳에나 가서 아메리카노를 시켜도 다 맛있다. 심지어 회사 건물에 있는 편의점 커피는 내가 살면서 먹어본 커피 중 가장 맛있고, 고급진 맛이 난다. 무려 800원으로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인도네시아는 커피 생산국이다 보니, 커피 품질과 신선도가 엄청난 것 같다. 베트남 커피는 달달하게 먹을수록 맛있다면, 인도네시아 커피는 아메리카노로 마실 때가 정말 맛있다.
4. 한국보다 맛있는 한식집
자카르타에는 한국보다 맛있는 한국 음식점들이 있다. 물론 가격대는 비슷하거나 한국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지불하는 대가로 그만한 맛을 보장하는 집들이 있다. 처음에 우연히 타 회사 대표님께서 사주신 저녁으로 시작하여, 여러 곳에 가보았는데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보다 정갈한 맛을 내는 집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다양한 종류의 한식집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저 찌개와 고기를 파는 집들 뿐만이 아닌 한국식 회, 짬뽕, 떡볶이 전문점, 추어탕, 순댓국 등 거의 한국에 있다고 착각할 만큼 많은 브랜드와 레스토랑이 즐비해있어서 한식이 그리울 때 손쉽게 찾을 수 있다.
5. 멋진 건물과 넘쳐나는 쇼핑몰
그동안 인도네시아를 너무 몰랐던 것 같다. 나는 인도네시아에 처음 출장 온 날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렇게 큰 빌딩들이 있는 곳이라니, 자카르타가 이렇게 발전한 도시였다니.. 공항에서 호텔에 갈 때마다 크고 큰 건물들을 보며 이런 곳이구나라며 감탄한 적이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 그리고 일본의 식민지였다. 그렇다 보니 곳곳에 유럽풍 건물이 보이기도 하며 뉴욕을 연상하게 하는 South Jakarta에 즐비한 고층 건물들을 보면 신기해서 쳐다보곤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쇼핑몰이 정말 많은 도시인데, 거의 10-15분 간격으로 쇼핑몰이 있다. 그중 놀라운 건 정말 한국에서 절대 본 적 없는 세상 모든 브랜드들이 다 갖춰져 있다. 없는 브랜드가 없다. 물론 더 비싼 감이 있지만, 그래도 선택권이 많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쇼핑몰이 밤 10시에서 11시가 될 때까지 오픈한다는 것.
6. 배달의 민족은 우리가 아니었나 보다
그동안 한국이 배달의 민족인 줄 알았다. 한국만큼 빠르고, 배달을 많이 시켜먹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었는데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배달의 민족이었다. 무엇보다 저렴한 배달비 그리고 정말 '다' 시켜먹을 수 있는 광범위한 메뉴와 어떠한 거리든 배달되는 장점이 있다. 배달비는 보통 500원에서 2천 원 안팎으로 내는 것 같다. 어떤 음식을 시키느냐에 따라, 거리에 따라 달라지지만 한국에 비하면 정말 저렴한 배달비용이다.
퇴근길, 요리하기 귀찮은 날엔 집에 가면서 어플로 배달을 시킨다. 그럼 딱 도착할 때쯤 배달을 받아보는 경우가 있는데 어찌나 편한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저렴한 배달비 덕에 부담이 적다는 것.
7. 천연가죽 이렇게 싸다니
얼마 전 쇼핑몰에서 수제 가방을 구매했다. 천연 가죽에 한국과 다른 여러 나라에 수출을 하고 있다는 이 브랜드는 인도네시아 브랜드로서 오직 인도네시아에서만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어느 정도로 저렴하냐면, 큰 크기의 힙색이 5만 원 밖에 하지 않았다. 처음엔 인조가 아닌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현지인들에게 이미 유명한 브랜드이며 무려 10년 동안 무상 AS까지 보장한다고 했다. 한국이었더라면 20만 원은 훨씬 넘게 주고 구매했을 수제 천연가죽 가방. 이곳에 와서 구매한 것 중 가장 잘한 리스트다.
나름, 좋은 점들을 찾아 나열해보았는데 사실 단점이 훨씬 많다(정말)
사실 찾아보면, 아니 더 살다 보면 더 많은 장점도 찾아내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이곳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할 정도로 적응이 되었나 보다. 한 달반이 눈을 뜨니 지나가 있었고 이곳에서의 생활이 앞으로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참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