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Choi 메덴코 Jul 21. 2019

가사 도우미 이모님과의 점심 식사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데 왜 차등을 둬요?

이모님, 저랑 점심 식사 같이 해요


인도네시아에서 집을 구한 후, 제일 먼저 동료에게 부탁한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가사 도우미'분을 고용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큰 집에 살게 되었고 이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업무와 책임감으로 집안일을 전혀 신경 쓸 수 없을 것 같아서 선택한 일이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매주 토요일 아침 우리 집으로 한 이모님이 오신다. 오시면 정말 많은 것들을 도와주시는데 소파부터, 빨래, 설거지 등 정말 집안 구석구석을 닦고 쓸어주신다. 덕분에 나는 좀 더 깨끗한 환경에 살게 되었다. 이모님은 영어를 전혀 알 줄 모르시고 나는 인니어를 할 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손짓 발짓으로 어떻게든 의사소통을 하고 동료의 전화통화로 도움을 받곤 한다. 두 시간이 떨어진 도시에서 매주 우리 집으로 한 번 오시면 대략 2-3시간 정도는 기본으로 청소를 도와주시는데 시간이 점심때와 맞물린다. 그리고 처음 청소를 도와주러 오신 날, 이모님은 아주 작은 대 나뭇잎에 쌓여 있는 찰밥 같은 것을 하나 꺼내시더니 점심이라며 드셨다. 근데 그 소박한 간식 같은 점심을 드시는데, 앉지도 않으시고 서서 구석에 가서 드시고 계시는 게 아닌가?



"이모, 여기 앉아서 드세요. 왜 서서 드세요"



손짓 발짓,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여 말을 걸었고 이모님은 의아해하며 내가 앉아있는 소파로 오셔서 불편한 듯 앉아계셨다. '편안함' 이란 단어를 찾아 편하게 드시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으셨다. 물도 한 모금 안 드시고 드시는 모습이 죄송하여 물을 드렸더니 갑자기 나의 현지인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줄 수 있냐고 물으셨다. 나의 동료와 말씀을 나누시고 갑자기 동료가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아주머니가 너한테 너무 고맙다고 하시네. 이유는 말씀 안 해주셨는데, 눈물이 날 뻔하셨데"



뭐가 고마우신 건지, 대체 눈물은 왜 날 뻔하신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한 주가 흐르고 오늘도 어김없이 이모님의 초인종 소리로 토요일 아침을 맞이했다. 오시자마자 구석구석 청소를 시작하셨고 오늘도 내게 새로운 인도네시아어를 단어를 가르쳐 주시며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오늘따라 라면이 먹고 싶어 라면을 끓였고, 어김없이 이모님은 작고도 작은 대 나뭇잎에 쌓여있는 찰밥 한 개를 꺼내셨다. 그리고 우리 둘은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아 식사를 하는데 터무니없이 적어 보이는 양의 점심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이모, 나시고랭(인도네시아 볶음밥) 만드실 줄 아세요?



라고, 번역기를 돌려 이모님께 말씀드렸고 즉각 이모님은 내게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주기 시작하셨다. 일부러 많은 양의 밥을 넣어달라고 요청했고 요리가 완성된 후 나는 이모님께 너무 많으니 나눠먹자고 제안을 했고 놀라신 이모님은 그래도 되냐며 정말 내게 연신 고맙다며 손을 잡으셨다. 그렇게 우리는 앉아서 한참 배부른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그리고 그때 동료에게 혹시 청소가 다 끝났는지, 이모님은 가셨는지 내게 물었고 나는 함께 식사 중이라고 대답했더니, 전화가 한통 왔다.



같이 먹고 있다고? 둘이 식탁에 앉아서?



놀란듯한 동료가 내게 재차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니 동료가 내게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말이었다. 


"써니야, 너는 한국사람 같지 않아. 너 같은 한국사람이 또 있을까?"


이 친구가 생각하는 한국 사람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한국인들의 평판은 이곳에서 어떤지 알 수 없는 나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내가 못하는 일을 대신해주는 누군가에게 나는 고마울 수밖에 없다. 물론 내가 정당한 대가로 돈을 지불한다고 할지언정 말이다. 내가 바빠서 미뤄두었던 집안일을 매주 해주시는 이모님이 내게는 구세주이시다. 단지 내가 고용주라는 이유로 함께 나란히 앉아 점심식사를 못할 이유는 없다. 


전혀 특별하거나 대단하지 않은 당연한 일이, 나를 착하게 좋은 사람으로 비춘다는 것이 나는 그저 씁쓸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