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기본 매너'
또 노쇼라고? 진짜 이러기야?
인도네시아에 오게 된 지 이제 막 한 달이 되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동료의 퇴사 및 이직 소식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총 두 파트의 인원을 충당하기 위해 LinkedIn과 여러 구인구직 사이트에 공고를 올렸다. 하루 이틀 만에 총지원자가 400명이 넘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많은 양의 이력서를 받아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지금도 1분마다 메일로 알림이 오고 있다. 그리고 매일 4명씩 인터뷰를 본 지도 어느덧 일주일째, 너무나도 슬프게 단 한 명도 함께 하고 싶은 지원자가 없다.
4명 중 2명은, 사전에 연락 없이 노쇼를 하고 심지어 연락을 해도 받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은 5분에서 20분씩 늦게 도착하는데 왜 늦었는지, 늦어서 미안하다는 소리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당황스러웠다. 이력서를 보고 또 보고 겨우 인터뷰를 잡았는데 노쇼에 당당하게 늦는다니, 이력서를 보고 마음에 들었던 모든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보니 너무나도 기본기도 잡히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혹시, 내가 너무 빡빡한 거야? 난 이게 한국 문화라고 생각하지 않거든.
이건 어느 나라 어느 회사를 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멤버들에게 물었고, 다들 나의 말을 동의했다. 아무리 인도네시아가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다고 하지만 면접 시 정각에 도착하거나 늦는 건 굉장히 무례하다고 대답했다. (현재 멤버들은 인터뷰 때 모두 10분 전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근데 한 멤버가 내게 제안을 했다. 이메일로 10분 전엔 면접장에 도착하라고 말해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이다. 이 당연한 기본 예의를 내가 언급해야 하는 것 자체가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고, 굳이 우리가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라고 물어보니 우리의 시간이 아까우니 별다른 방법이 없지 않냐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나는 추후 면접 요청 메일을 보낼 때 '기한까지 인터뷰 참석에 대한 동의 답변이 없을 경우 자동 취소됩니다'라는 메일만 따로 추가하였다. 물론 오겠다고 하고 오지 않는 사람도 태반이지만..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앞으로 늦는 사람은 무조건적으로 자동 탈락임을 멤버들에게 전달하였다.
혹시, 내가 사람을 잘 못 보는 건 아닐까 싶어 (이력서 분리를 내가 좀 못하고 있는 건가) 싶어 현지에 사는 다른 외국인 직장인들에게 물어보니, 똑같은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하였다. 현지 직원을 뽑을 때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시간 약속에 대한 개념이라고.. 모두들 교통체증 때문이라고 변명을 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조금 놓이기도 했다. 그때 이곳에서 4년 차 거주 중인 컨츄리 매니저 직책을 맡은 친구가 이렇게 말해주었다.
"근데, 인구가 많아서 그런 사람도 많지만 좋은 사람도 진짜 많아. 다만 찾기가 힘들 뿐이지. 여기도 괜찮은 친구들은 시간 개념 있고 매너 있고 그런 애들이 있는데 나도 찾는데 거의 1년은 걸렸던 것 같아. 정말 괜찮은 사람 찾고 싶은 거면 시간을 더 투자하는 수밖에 없어. 100명이던 1000명이던 인터뷰 해야 할 거야"
뿐만 아니라, 현지 스타트업 한국인 대표님께서 한 번 내게 이렇게 말씀해주신 적이 있었다.
저는요, 100명 봤어요 인터뷰. 좋은 사람 뽑을 때까지 하는 거죠 뭐
나는 그분과 지인이 조금 과장하여 말한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사실 가능성이 110프로라는 것을 알았다. 급하다고 하여 함부로 사람을 뽑을 경우 추후에 밀려오는 감당되지 않을 일들보단 차라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말 좋은 사람과 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이런 식으로 라면 101명을 보겠다고 선언했다. 타인의 시간도 존중할 줄 아는 그런 사람, 기본예절을 장착한 사람 내가 찾고야 말겠다.
좋은 인재 영입을 위한 나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본격적으로 HR에 관심을 가지고, 영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의 고생길도 훤히 보이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