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부부가 되고 싶지만
우리의 법적 결혼이 늘 미루어지는 결정적인 이유
by Sunny Choi 메덴코 Aug 1. 2019
짝꿍이 어제 드디어 티켓팅을 했다. 즉 그도 나를 따라 인도네시아로 오게 되었고, 우리는 당분간 이곳에서 살기로 했다. 그래 봤자 1년이겠지만 그래도 그는 결국 나를 따라오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인도네시아에서 혼인신고를 하기로 계획되어있었다.
혼인신고를 위해 처음 알아본 행정사에서 너무나도 간단히 이렇게 대답했었다.
"어우 당연하죠. 왜 안 되겠습니까? 됩니다"
그의 말만 철석같이 믿기 어려워, 타 행정사 몇 군데를 알아보니 불가능 하기에 한국에서 하고 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래도 첫 번째 행정사는 무조건 된다고 가능하다고 했으니 그를 한 번 믿어보고자 했고 인도네시아에 입국하기 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한국 대사관 측에서 연락이 왔는데, 조금 특이한 케이스라고 하네요. 먼저 남편분 국적이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어디더라? 라트비아?라는 생소한 국가에 보통 파트너 비자는 여자가 남자한테 귀속되어 받는 게 일반적인데.. 왜 남성분이 따라오시는지 물으시더라고요. 그래도 혼인신고됩니다. 걱정 마세요"
듣고 화가 나서 동료들과 한국 대사관을 열. 심. 히 속된 말로 씹었다.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뭐? 귀속? 여자가 귀속이 된다고? 화가 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고 가능하다는 행정사의 말을 믿고 결국 그렇게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인도네시아에 도착하면서 시작되었다. 행정사가 자꾸 결혼 관련 질문을 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 슬슬 불안해질 때쯤 사무실로 찾아가 대면 미팅을 했고 이런 말을 듣게 되었다.
"어.. 일단 한국 대사관에서.. 인도네시아인 외 제3 국 국적 혼인신고를 해본 적이 없다네요. 특히나 라트비아?라는 국적은 더 생소하고요.. 그래서 좀 불가능할 것 같은데, 한국에서 하시거나 라트비아 대사관의 도움을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게 말이야 방귀야? 안 해봐서 못하겠다는, 그래서 잘 몰라서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대사관의 대응과 나에게 그렇게 당연히 된다고 약속해주셨던 행정사님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믿은 나를 탓해야 하지만) 라트비아 대사관에선 이게 왜 불가능한지, 한국 대사관에서 협조만 해준다면 우리는 오케이!라고 했는데 알아서 해보라니.. 결혼이 장난도 아니고 말이다. 무엇보다 인터넷으로도 정보를 참 찾기 힘든 이유가 바로 국적 때문이다. 보통 국제결혼이라면, 동남아시아 또는 가까운 중국, 일본 또는 미국인과의 혼인이 대다수다. 그렇다 보니 인터넷에 치면 수두룩하게 절차와 필요 서류가 나오는데, 우리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
그나마 물어볼 곳이, 이미 결혼하신 삼촌네 커플이지만 삼촌은 라트비아 사람이지만 독일에서 태어나 거주한 사람으로서 우리와 정확한 프로세스가 아닐 수도 있고, 무엇보다 인터넷에 '라트비아 국제결혼'을 치면 백발백중 라트비아 미녀와의 국제결혼 포스팅만 마주하게 된다. 생소한 국가이다 보니, 담당하는 행정사 수도 적을뿐더러 어쩌면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계속 혼인신고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었고..
결국, 그는 관광비자로 들어와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또 다른 비자를 먼저 발급받는 것으로 결단 내렸다. 한국에 돌아가 혼인신고를 한 후, 내가 가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체류비자를 발급받을 예정인데.. 이미 우리 둘은 너무나도 지쳤다. 누가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또 행정사에 다 맡기면 비용이 엄청나다.
우리의 인연은 결국 '돈'이 맺어준다.
함께 하기 위해선 우린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돈이 없으면 비행기 값도 못 내, 비자도 발급 못 받아.. 혼인신고도 못해.. 어휴.. 돈 많이 벌자고 했다. 어쩔 수 없다고. 내가 유럽 국가의 사람이 아니라, 네가 한국에서의 보편적인 국가의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특별해서 그만큼 돈이 많이 앞으로도 들 테니.. 감수하자며..
(싱가포르에서 결혼할까 하고 찾아보니, 무슨 혼인신고하는데 400 달라나 든다길래.. 포기하고 쿨하게 겨울에 한국 가서 혼인신고하기로 이야기 끝냈다. 그때 가서 다시 한번 전쟁 치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