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짝꿍과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 화가 치밀어 오르고 분해서 눈물까지 흐르고야 말았는데 이유는 그놈의 결혼이라는 주제가 또다시 화근이었다.
이번 주말에 결혼하는 가장 친한 친구가 내게 결혼식 준비하다가 헤어질 것 같다고, 그만큼 결혼 준비가 힘들다고 말했었는데 그땐 사실 크게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근데 막상 우리의 결혼을 준비하려니 다시 한번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결혼식도 아닌데 더 거창하고 해야 하고 알아봐야 할 일이 많아서인듯하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 거주증이 나왔다. 이제 2주 후면 인도네시아에 파견을 가게 된 나와 짝꿍에게 크나큰 미션이 하나 생겼다. 그건 바로 외국인과 외국인이 '제3 국'에서 혼인신고하기.
라트비아 사람이지만 덴마크에 6년째 거주 중인 그와, 한국인이지만 곧 인도네시아로 떠나는 나는 결국 한국도 라트비아도, 덴마크도 아닌 생뚱맞게 '인도네시아'에서 결혼을 하기로 계획이 되어있다. 그래서 요즘 여기저기 행정사도 알아보고 많이 문의를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프로세스가 만만치가 않았다.
무엇보다 혼인신고를 먼저 마쳐야 짝꿍도 거주할 수 있는 비자를 받게 되는데 이 모든 프로세스를 알 길이 없는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행정사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행정사마다 모두 말이 다르다 보니 나도 혼란스러울뿐더러 현재 이슬람 국가는 라마단 기간이기에 대사관도 휴무이고, 그 나라 특성상 모든 것들이 느리다 보니 속만 태울뿐이다.
나름 내가 혼인신고 및 비자 관련해서 다 알아보고 있는데, 요즘 짝꿍이 많이 스트레스를 받고 외로운지 저기압인 상태이다. 나도 힘들고 바쁘고 혼란스럽지만 나름 응원하고, 힘나게 해 주려고 했는데 그도 견디기 힘든 시간이 온 것인지 내게 자꾸 짜증 섞인 말을 하다 보니 나도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결혼은 나 혼자 해? 그렇게 궁금한 게 많으면 네가 찾아봐. 왜 내가 다 해야 하는데?
나도 회사를 가고, 혼인신고 절차와 비자를 알아보고 출국 준비를 하고 있고 충분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한 그의 태도에 화가 나서 말을 했다.
그러자 그도 화가 나서 내게 말했다.
"내가 덴마크에서 인도네시아 가는 게 쉬운 건 줄 알아? 나도 내 상사한테 원격 근무하는 거 허락받는 거 쉬운 일은 아니었어. 나도 집 빼야 하고, 나도 국세청 다녀와야 하고 나도 라트비아 가서 서류 준비해야 하고.. 여권도 갱신해야 하고.."
화를 주체할 수 없었던 둘은 결국,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기분이 나쁜 채로 통화를 끝냈고 순간 나도 친구에게 들은 것처럼 결혼을 다 엎어버리고 싶단 생각을 했다. 내가 그에게 외국인이라서 미안하고, 내가 한국이 아닌 타국가에 살아야 해서 미안하기도 하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앞으로 어쩌면 평생 이놈의 Visa문제로 골머리를 앓겠구나 싶었다.
둘 중에 한 사람의 국가에 살았더라면, 지금보다는 덜 복잡할 것이란 것을 안다. 나는 한국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고, 짝꿍은 라트비아에서 살 마음이 없다. 우린 앞으로도 제3 국가에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근데 과연 우리가 매번 비자 문제로 싸워야 한다면, 윽 상상도 하기 싫다.
국제결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절차인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늘 우리에게만 어려운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