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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Oct 15. 2019

내가 내 부모에게 엄격한 이유

자식도 부모를 이끌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좀 살갑게 대해줘. 왜 그렇게 엄마 아빠를 매번 혼내는 거야?


딸 부잣집 중 늦둥이 막내로 태어난 나는, 위로 12살 10살이 차이나는 언니들이 있다. 그리고 언니 둘 모두 엄마 아빠에게 무조건적으로 효도를 하고자 노력한다. 살갑고, 따뜻하고.. 엄마 아빠 말이라면 모두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언니들과는 달리 나는 차갑다.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워지고 매정 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눈물이 쏙 날 만큼 섭섭하게 말하여 부모님의 마음속에 상처를 입힐 때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엄격하게 나의 부모님을 대하는 이유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자식의 도리



내가 생각하는 자식의 도리는 무조건적으로 나의 부모에게 감사하고, 말을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을 바른길로 인도하듯, 자식도 분명 부모에게 올바른 길을 안내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왜냐면, 나는 그들을 무척 사랑하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가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는 나와 남자 친구를 만나러 오셨다. 정말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하셔서 들뜨신 모습이 눈에 선했고 오래된 디지털카메라 하나도 가져오셨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불모지에서 자꾸만 사진을 찍으시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고 지나칠 땐 힘들기까지 했다.


카페에 갔는데, 처음 와 본 나라에서 처음 온 카페가 신기하셨는지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시는데 자꾸 플래시를 켜고 찍으시는 것이 아닌가? 처음 한 두 번은 그러려니 했지만, 음료를 주문하는 동안 내 앞에 줄 서있는 손님과 직원들이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보게 되었고 아빠한테 플래시를 끄고 찍으라고 말했으나, 반복해서 하시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순간 나도 모르게 아빠한테 민망하도록 화를 냈다.


"아빠, 여기서 플래시 끄고 사진 찍어 제발."


내가 내 아빠를, 내 부모를 다그치는 것이 나는 더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모르는 누군가가 아빠의 행동으로 인해 불편해져 아빠에게 험담을 하거나, 나쁜 사람으로 인식될까 봐 그게 싫어서.


그리고, 내가 이렇게 정정해주지 않으면 대체 누가 해줄 건가? 싶기도 했다. 언니들은 매일, 매 순간 엄마 아빠가 하는 무엇이든 응원해주고, 이해해주기 때문에 변해가는 사회 속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엄마 아빠를 대체 누가 이끌어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매번 해왔던 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젊은 사람들이 싫어해


 내겐 너무나도 기본적인 매너가, 나의 부모의 세대 어쩌면 나에 부모에게는 기본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하지만 '꼰대'라고 칭해지는 어른들을 보며 나도 혀를 찰 때가 많기에, 나는 나의 부모부터 변화시키고 알려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디 가서 그러지 마 아빠.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이 어른들을 보고 꼰대라고 하는 거야. 어른만 존경받아야 해? 젊은 사람들도 존중받고 싶어 해. 그래서 싫어하는 거라고 어른들을"


어른을 존중하고, 공경하는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집안에서 커온 나지만 점점 머리가 커질수록 어른이 늘 옳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도 교육이 필요하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세상은 점점 그들에게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1. 지하철이나 버스 탈 때,

줄 서지 않고 밀쳐 들어가서 자리 차지하지 않기


2. 처음 보는 어린 사람에게 반말하지 않기


3. "어디 여자가"라는 성차별적인 언급하지 않기


4. 피부색과 국적으로 사람을 차별하거나 무시하지 않기


5. 한국이, 한국만 최고라고 자부하지 않기


내가 늘 내 마음속에 간직하고, 나의 부모님께서 위에 어긋난 행동을 보이시면 불같이 화를 내고 그러면 안된다고 분명히 말하고자 노력하는 리스트이다. 그리고, 몇 가지는 부모님께서 많이 인식도 변하시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보여서 스스로 뿌듯할 때도 많지만 사실 아직 많은 것들이 남아있다.



'꼰대'


출처: JTBC


꼰대라는 단어가, 영국까지 아니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사실 달갑지가 않았다. 물론 꼰대라는 단어는 오직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단어는 아님을 안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어떤 면에선 굉장히 꼰대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늘 염려한다.


다만,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칭하던 '꼰대'의 의미는 늙은 사람 또는 아버지를 뜻하는 단어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들이 살던 방식을 모두 틀렸다고 할 순 없지만, 문제는 어쩌면 그들의 방식만이 그들의 생활습관과 경험만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세대차이를 넓히고 의사소통이 단절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물론 젊은 사람들, 즉 다른 세대들도 본인만이 옳다고 주장할 순 없다는 것도 너무나도 잘 안다. 다만 세상이 변하는 것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고 지체할 수 없기에 지금에 맞게, 지금을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내가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나의 부모님부터 바르게 안내해드리기.


물론 가끔 너무 차갑고 신경질적이게 말하는 습관은 나쁘지만, 그래도 다른 곳에서 누군가 나의 부모를 손가락질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들에게 잘못되었음을,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가 먼저라고 생각했다.


( 나도 내가, 나의 세대만 옳다고 강요하지 않되 말이다)



엄마 아빠가 조금 더 세상과 더불 어사셨으면,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존중받고 사랑하고 존중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4일간 성질을 더럽게도 냈다. 이해해주시리라 믿으며, 사랑해서 소중해서 그랬다는 것을 꼭 알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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