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과 잉어빵은 엄연히 다르다
절대 같지 않다고, 붕어빵과 잉어빵은!
항상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 있다.
집 근처 역 4번 출구를 나가기 전부터 이미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달달하고 고소하고 버터인지 마가린인지 모를 그런 냄새.
바로 미니 붕어빵이다.
슈크림, 고구마 그리고 팥 맛.
3가지 미니 붕어빵은 4개에 천 원.
한동안 자주 사 먹다가 너무 줄이 길어지면서 그냥 지나치게 되었다. 사실 무엇보다 나는 '원조 붕어빵' 이 그리워졌다. 진짜 붕어빵 말이다. 사실 미니 붕어빵은 약간의 미니 잉어빵 같은 맛이랄까? 난 그저 원조 붕어빵이 겨울 간식 중 최고로 맛나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얼마 전 친구가 내게 물었던 말이 생각이 났다.
다 똑같은데 대체 뭐가 다르다는 건데? 잉어빵이나 붕어빵이나..
출처: Urbanbrush붕어빵과 잉어빵은 다. 르. 다
(정말 다르다. 천지차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 차이를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먼저 실질적인 팩트부터 보자면,
1. 반죽
잉어빵 - 찹쌀 비중이 높다.
붕어빵 - 밀가루 비중이 높다.
잉어빵은 반죽에 기름 또는 마가린이나 버터 등이 함유되어있어서 표면이 아주 굉장히 기름지다.
반대로, 붕어빵은 표면이 아주 깔끔하다. 기름기 하나 없는 자태다.
2. 모양
구워진 잉어빵을 보면, 앙금이 훤히 보이며 굉장히 표면이 얇다고 느껴진다. 무엇보다 잉어빵은 조금 더 길고 얇다고 해야 할까? 퉁퉁하지 않다. 조금 얄미워 보이기도 하고.. 붕어빵은 통통한 모형에 아주 맛깔나게 생긴 친구다. 특히나 꼬리 부분도 두툼해서 거꾸로 먹는 재미가 있다.
3. 냄새
잉어빵 - 고소한 냄새를 풍긴다. 사실 버터? 기름? 마가린 향이 난다.
붕어빵 - 담백한 냄새가 난다. 사실 어떻게 보면 냄새가 크게 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잉어빵보다 붕어빵이 왜 더 좋을까?
잉어빵은, 하나 먹고 나면 조금 속이 느끼하다고 느낀다.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다.
기름이 너무 많아서 먹고 나면 꼭 손이 맨들 반들거려서, 옷이나 가방에 기름칠을 하고 다니게 된다는 것!
붕어빵의 경우엔 다르다.
이 친구 굉장히 담백한 맛에, 한입 베어 물면 속 안이 포동포동 허기질 때 사실상 간식보다도 끼니용으로도 좋을 정도다. 무엇보다도 기름지지 않고 담백해서 3개는 거뜬히 클리어할 수 있는 친구다. 먹고 나서 손에 기름이 묻지 않으니 더할 나위 없다.
사실상 잉어빵에 팥이 더 많이 들어가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붕어빵보다 잉어빵이 더 비싸다. 예를 들면 잉어빵은 3개 천 원, 붕어빵은 4개 천 원(이건 5년 전 이야기 같은데..) 어쨌든, 붕어빵과 잉어빵은 차원이 다르다. 차원이! 아쉽게도 요즘은 잉어빵이 대세인지 붕어빵 친구가 잘 보이지 않아 섭섭하던 차에 집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역 근처에서 원조 붕어빵 집을 발견하곤 흐뭇했다. 다만 오늘은 현금이 없어서 못 샀지만..
공유하고 싶은 붕어빵 맛집 리스트
- 15년 넘도록 같은 자리에 365일, 범계역 3번 출구
초등학생 때 안양으로 이사를 가면서부터 사 먹었던 붕어빵집. 사실 여전히 같은 곳에서 장사를 하고 계신다니 놀라웠다. 방금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아직도 그 자리에서 붕어빵을 팔고 계신다고 한다. 그것도 365일 매일매일! 한 여름에도 먹을 수 있는 붕어빵 집. (지금 생각해도 맛이 떠오를 정도로 맛난 붕어빵이다)
- 송탄역 송북시장 송탄 붕어빵, 백종원 3대 천왕 맛집
덴마크로 가기 전 잠시, 송탄역 부근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었는데 함께 일하던 의사 선생님께서 여기 진짜 맛집이라며 알려주셔서 가봤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혼자 출퇴근길에 사 먹곤 했는데.. 진리의 맛..
- 미니 붕어빵 중 갑 오브 갑, 봉천역 4번 출구
사실 미니 잉어빵 같은 느낌이 있지만, 요즘 소문이 났는지.. 사람이 자자한 이 곳. 요즘 블로그에 바이럴 되어 자주 올라오는 봉천역 맛집. 슈크림이 항상 품절이라 아저씨는 바쁘게 슈크림을 만들고 계시며, 고구마 맛, 팥맛 이 순서대로 인기가 있는 듯하다. 저녁시간 때부터 밤 11시까지는 오픈을 하시며, 일요일엔 휴무.
아무쪼록, 힘든 요즘 세상살이 내게 필요한 건 원조 붕어빵. 앞으로 다들 잉어빵보다 붕어빵을 선호하는 날이 오길 바라며, 길거리에 원조 붕어빵이 넘치길 바라는 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