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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Mar 25. 2019

베트남에서 '어글리 코리안'이 되었다.

호찌민에 출장 가서 생긴 에피소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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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을 다녀오는 길 급하게 비행기 안에서 쓴 글이, 다음 메인과 카카오에 노출이 되며 3일간 무려 65,000명으로부터 읽혔습니다. 저는 전문적인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영감을 받거나 스트레스를 풀 때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이 글의 취지는 자기반성을 위함이었으며 좋은 사람으로 조금 더 나아가고자 하는 굉장히 발가벗은 솔직한 글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의 글을 읽어주실 줄 몰랐습니다. 브런치라는 공간은 저의 개인적인 공간이자 타인과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많은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교류하고자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저의 글에 취지와는 상관없이 저의 글과 저를 폄하하시는 식은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 소수의 부정적인 피드백에 글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본 후 지인들에게도 재차 묻기도 했습니다. 비상식적인 사람들의 태도에 글을 내릴까 말까 고민을 하던 차, 0.1퍼센트도 되지 않는 소수의 악플에 과연 제가 저의 솔직함과 진심이 담겨 있는 글을 내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익명성이 주는 자유가 이렇게 문장 한 마디로 타인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 제대로 느낀 이틀이었습니다. 앞으로 남에게 보이는 글을, 솔직한 경험과 생각 그리고 Controversial 한 내용들을 포함하기가 무섭다고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물론 다른 여러 누군가는 깊게 공감해주시는 내용이었고 저를 제대로 질책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만, 몇몇 심한 욕설은 참지 못하여 지워버렸습니다. 멘탈이 강하지 못한 사람인지라 더 휩쓸리는 경우도 있겠지만요. 아무쪼록, 화가 나고 속상합니다. 타인의 관심을 받으려면 그만큼의 무게를 견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일기장이 아닌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 이유도 아마 타인에 대한 관심과 피드백에 대한 열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 근본 없는 무차별적인 질타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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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세요. 이런 식으로 응대하시는 거 굉장히 무례한 거 아닌가요?”

베트남 공항 직원에게 화가 나서 말했다.


예전에 브런치에 ‘내겐 불편한 한국의 서비스 문화’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인도네시아 출장길, 비행기 안에서의 한국인들의 비상식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고 겪고 느낀 것들을 적은 글이었다.

https://brunch.co.kr/@cmk5604/9 



지금 이렇게 비행기 안에서 쓰게 된 계기도 베트남에 출장을 왔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내게 생긴 해프닝이다.




베트남에 평일은 출장 겸 주말 간 휴가로 일주일간 오게 되었다. 정말 즐겁게 일하고 열심히 놀고, 한국에 가고 싶지 않아 사실 울기까지 했다. 그렇게 슬픈 마음으로 겨우 혼자 공항까지 와서 체크인을 하려는데,


“이 비행기 어제 떠났는데요?”


라고 말을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당황한 나머지 다시 보니, 오늘 날짜가 분명한 걸 확인하고 대체 무슨 말인지 물어보니, 오늘 새벽이 아닌, 어제 새벽 비행기였다는 것이다.


당황하기 짝이 없어 헛웃음 치며 저는 그럼 어떡하냐고 물으니 티켓 카운터에 가보세요 라고 했다 그래서 그곳이 어딘지 웃으면서 물어보았다. 나의 실수로 일어난 일인지라, 나의 책임이자 추억이겠거니 하며 허탈하게 웃으며 현지 베트남인 동료이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니. 나 어떡하지? 우리 장난으로 말했던 게 현실이 됐어. 나 비행기 놓쳤다!”


그러자 제니도 놀라더니 웃기 시작했다.


“써니. 너의 인생은 정말.. 스펙터클 하다니까..기다려봐 내가 아는 사람들한테 연락해볼게”


바로 나는 티켓 카운터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했고,

티켓 카운터는 내가 갔던 체크인 카운터에 다시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아무튼 이 사단은 나의 잘못이니 그 누구도 원망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얼마나 내가 한국에 가고 싶지 않았으면 이런 실수를 했나 싶어 웃음이 났다.


다시 그 첫 카운터로 가서 또 자초지종 설명을 하니,


“음, 일단 저기서 한 2시간만 기다리세요. 나중에 다시 오세요” 이러는 게 아닌가.


그래서 당황한 나머지, 무슨 소리냐며 조금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냐고 웃으며 물었다.


“자리가 날 수도 있잖아요? 그럼 타고 가시고 아니면 뭐 내일 타셔야 하겠죠?”라고 당연한 말을 하길래 다시 한번 물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는데요. 제 여권도 확인해주시지 않고, 부킹 시스템도 켜주시지도 않고 그저 애매하게 말씀해주셔서 당황스럽네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일 가도 좋으니 일단 좀 설명을 제대로 해주세요.”


라고 하니 나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순간에 그녀가 퉁명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방금 연락받았고 누구신지 아니까 기다리고 계세요”


그래서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있던 찰나, 베트남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베트남 항공 승무원 친구랑 공항에서 일하는 사촌한테 연락했어. 너 오늘 갈 수 있게 해 줄게 걱정 마”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친구가 공항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그저 오늘 밤 이 친구네 집에 돌아가 하루 묵어야 할 것 같아서 연락을 했을 뿐이었다)


“그래? 고마워! 그럼 체크인 카운터에 가서 설명하면 되는 거지?”

라고 말한 후 다시 가서 설명을 했다.

그러자 다른 남성분이 오시더니, 내게


“어떻게 발권 받으신거죠? 이렇게 빨리..? 그래도 11시에 다시 여기로 오세요”

라고 말한 후, 내 여권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11시에 보딩인데!? 어쩌라는 거지.. 일단은 알겠다고 한 후 자리를 잡고 먼저 회사에 혹시 몰라 미리 설명을 드린 후 기다리다가, 다시 금방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재부킹 말하자마자 아까 바로 끝났데.

이게 너 좌석 번호야”


그 말을 듣자마자 안도하여 10시 20분경 다시 카운터에 돌아가 보니 체크인 카운터는 닫힌 상태였고, 많은 승무원들은 자리를 비웠기에 덜컥 겁이 났다 (이러다 또 놓치면 일이 더 커지는데..)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혹시나 몰라 잡고 설명을 하니 저쪽에서 발권해주는 직원들이 숙덕 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곤 한 여직원이 와서 티켓을 보여주며 내게 하는 말.


“발권은 됐는데, 아까 그 남자분이 그쪽 티켓 11시에 오셔야 주신데요”라고 하는 것 아닌가?


왜 그런 것인지 단순히 걱정되어 이유를 물었는데 대답이 없었다. 아니 이미 발권이 되고 좌석 번호까지 나왔는데 대체 왜?! 왜 그런지 시원하게 내게 대답이라도 해주지라며 혼자 속으로 화가 났고


“이런 식으로 응대하시는 거 굉장히 무례한 거 아닌가요?” 내가 그들에게 화가 나서 말했다.


그리곤 적어도 나의 여권이라도 돌려 달라고, 퉁명하게 말을 하고 받아와 혼자 앉아 씩씩거리며 저 사람들 대체 나한테 왜 이래라며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친구가 하는 말이,



“아 그랬구나. 기분 정말 나빴겠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그게 문화야 너는 나를 그리고 공항에서 일하는 내 사촌 동생을 통해서 쉽게 티켓을 구했잖아. 그래서 그래. 한 마디로 넌 지금 인맥을 이용한 거니까, 네가 특별한 대우를 받는 걸 아니까 그래서 더 일부러 그럴 거야. 그냥 이해해 네가. 어쨌든 오늘 돌아갈 수 있으니까 다행인 거지. 베트남 사람들은 그런 거 싫어해. 나도 가족들이 공항에서 일해도 전혀 도움이나 특별한 혜택을 받은 적 없어. 너의 상황은 정말로 급하니까 연락했던 거라 일사천리로 마무리된 거고 그래서 아마 그게 아니꼬울 거야”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잘 이해도 안 갔다.


첫 생각으로 든 건, 이런 상황과는 반대로 응대해주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나? 였다. 그러면서 갑자기 이런 사고방식을 생각한 지금의 나는 이게 바로 ’진상’ 그리고 ‘갑질’ 인건가?라는 생각에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우연히 친구의 도움을 받은 나의 입장으로선 이 상황은 ‘구사일생’이었다. 몹시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이럴 땐 또 정말 한국인 같아서 그놈의 ‘빨리빨리’가 몸에 배어, 답답한 일처리가 싫었다. 아무쪼록 이 상황은 사실 상대방에겐 엄밀히 말하면, 나는 모든 프로세스를 무시한 거와 마찬가지였다.


(보통 모든 체크인이 끝나야 남는 자리가 있는지 확인해준다고 한다. 미리 알 수가 없기에 무작정 기다리고 복불복으로 알 수 있다고 한다)



베트남에 대한 시각 변화



살아가며 보통 아는 사람을 통하거나 흔히 말하는 인맥이 있으면 모든 일이 훨씬 쉬운 편이다. 사실 인도에 살았을 땐 보고 느낀 게 인도는 한국보다 정말 심했다. 인도에선 정말 인맥이 중요한 사회이기에 거의 웬만한 모든 것들이 대단한 사람을 얼마나 더 많이 알고 친분이 있느냐가 중요했다. 그리고 그 덕을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세상사 어느 나라에서든 비슷하겠지만, 아시아는 보편적으로 왠지 더 심할 것이라 생각했다. 베트남도 개발도상국이자 빈부격차 심하니 말이다. 인도처럼 당연히 이런 상황(?)이 빈번할 줄 알았다. 물론 나의 에피소드가 또 내 동료가 해준 말이 베트남 전체를 대변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이 상황 자체는 나에겐 문화 충격이었다.


'아는 사람을 통해 스페셜하게 일이 진행되었으니 네가 당연히 아니꼬울 수밖에 없다는 말' 그래서 나에게 일부러 더 냉담하게 더 이상 스페셜하게 대해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베트남을 잠시 다르게 보게 되었다.


물론 나의 웃으며 친절하게 묻는 말에 대꾸를 해주지 않은 건 기분이 꽤나 나빴지만, 그것 또 한 어쩌면 상대에겐 내가 갑질을 부리는 것처럼 보였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니, 도와준 친구에게도 미안해지고 담당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얼마나 어글리 코리안으로 보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습 말이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티켓도 절차 무시하고 이미 받아놓고, 언제 티켓 줄 거냐며 귀찮게 하는 내가 개념 없어 보였을 수도 있었다.



(주변에 나와 같은 상황에 사람들이 몇 있었다. 나와 같은 비행기를 놓친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정말 11시가 될 때까지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기다려야 했다)



미안한 마음과 스스로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나만 특별하게, 운이 좋게 얻은 것들에 대한 감사함보다 나만 생각했던 내가 싫었다.



당신은 특별하지만 '당신만' 특별하지 않다



그 순간 덴마크에서 있을 때 몇 친구들이 해주었던 말이 생각났다.


“너는 특별한 아이야. 하지만 오직 너만 특별하진 않단다.”

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고 했다.


그래서 늘 겸손해야 하고 , 혼자만 특별하다고 느끼지 말라고 말이다. 우리 모두는 동등하고 특별하단 의미였다.


즉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나도 11시까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스탠바이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운이 좋게 누군가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그것이 다른 누군가에겐 불평등하고 불쾌한 '차별'로 보일 수 있으며, 참을성 없는 나의 모습은 굉장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 후 퉁명스럽게 말하며 보챘던 내 모습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에, 끝에 그분들께 돌아가 환하게 웃으며 아까부터 자꾸 귀찮게 해서 죄송하고, 제가 오늘 집에 갈 수 있게 해 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떠났다.


그렇게 또 출장길에 다시 한번 크게 느끼고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반성하고, 감사하며 조금 더 침착하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라며.


-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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