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주관적인 경험과 생각입니다. 저의 생각이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적기가 최고야. 한국 항공사 서비스가 제일 좋아!
해외 출장을 가는 비행기 안, 별로 아니 전혀 탐탁지 않아하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내가 국적기 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적기를 타면 언어소통에 지장도 없을뿐더러 대부분 목적지로 직항하는 항공편이 많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은 ‘서비스’ 가 좋다는 이유로 국적기를 선호하기도 한다.
“손님, 죄송합니다. 양식과 한식이 준비되어있었으나 현재 양식이 모두 소진된 상태로 한식 괜찮으실까요?”
한국인 승무원이 굉장히 미안하단 표정으로 묻는다.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다고 비빔밥을 먹겠다고 했고, 몇몇 사람은 왜 다 떨어졌는지 물어보며 아쉬워했다. 그중 내 눈에 띄던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내 앞쪽에 앉은 아주머니셨다. 승무원이 같은 말을 전달하자 그 아주머니는 대답이 없으셨는지 승무원이 재차 확인을 한다. 그리고 잘 들리진 않았지만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셨는지 승무원이 대답한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잘 준비를 했었어야 했는데.. 앞으로 유의하겠습니다.”
아주머니는 대답이 없었고 손으로 됐다는 듯이 제스처를 취하고 승무원은 10분가량 무릎을 꿇은 채로 사죄를 한다. (신기하게 손으로 하는 제스처만 보고 내가 기분이 더 나빴다)
그 승무원은
“삼각김밥이나, 라면 등 제가 다른 거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너무 죄송해서 어쩌죠 손님..”
이라고 말을 해봐도 아주머니는 손가락으로 됐다고 대답을 하고 승무원은 애가 타보였다.
그리고 들린 소리는
“서비스가 왜 이모양이지? 이러려고 내가 국적기 탄 줄 알아? 교육을 제대로 안 받나?”
승무원은 연신 죄송하단 말만 하다 떠났다. 그리고 재차 돌아와 필요한 거 다른 거 있으시냐고 물어도 역시 그분은 손으로 ‘됐으니 가라’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승무원은 다시 떠났다. 나는 나의 귀를 의심했다. 대체 무슨 어떤 서비스를 기대했던 걸까? 소리를 지르거나 소란을 피우지 않아 ‘갑질’ 기사로 어딘가에 실려 나오진 않겠지만.. 나는 그냥 그 광경이 너무 불편했다.
물론 승무원을 옹호하려고 하려는 마음은 없었다. 어찌 됐든 간에 준비가 부족했던 건 항공사의 책임이고 관계자의 몫이니까. 하지만 한 번의 사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아무쪼록 결국 그 아주머니는 식사를 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승무원은 지속적으로 돌아와 죄송하단 말을 끝없이 했고, 결국 끝에 스페셜(?) 한 서비스를 받으셨다. 이유인즉슨,
“저희 항공사를 이용해주시는 손님께 서비스로 만족시켜드리지 못하 점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제가 이것저것 다른 거 준비해서 특별 히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그걸 지켜보면서 예전에 친구가 말해주었던 것이 떠올랐다.
“한국에선 착하고 고분고분하면 손해야, 지랄 맞아야 더 챙겨준다니까?"
왠지 아무 말하지 않은 비빔밥을 먹은 주변 승객들은 타 탑승객과 동등한 대접을 받았으나, 식사 거부를 하고 서비스 질을 탓한 그 아주머니는 되려 진상을 부리니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을 보고 참 한국은 이상한 면이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들 일부러 삐뚤어지나?) 그리고 한참 후 뒤편에서 한 아저씨가 밥 먹은 판을 왜 빨리 치워주지 않냐며 서비스가 왜 이모양이냐고 말을 한다. 그러자 다른 승무원은 달려가 그 아저씨의 밥 판 만 먼저 치워주고 그 아저씨는 화장실에 가셨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소수의 비매너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과연 정말 지극히 소수일지에 대한 의문과 왜 말 끝마다 ‘서비스’를 붙이는지 노 이해다.
우리는 왜 과도한 서비스에 익숙해져 버렸을까? 여태 다른 나라에서 살고 여행을 하며 한국만큼 서비스를 중시하는 곳을 본 적이 없다. 비행기에서 뿐만 아니라 호텔에서도 레스토랑에서도 그렇다. 내 남자 친구는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의 질 높은 유럽에선 받아 볼 수 없다는 서비스를 칭찬하지만 나는 그게 되레 불편하고 거북하다. 사실 그도 그렇게 생각한다. 칭찬하기를 떠나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해 보인 다며 대단하다고까지 했다. 물론 “나는 서비스에 대한 돈을 지불했으니 대가를 받는 건 당연하다”라고 반박할 수 있지만, 그렇기에 지금 내가 겪은 상황은 한 사람 빼고 모두가 호구가 되는 상황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불평할 줄 몰라서 안 한 건 아닐 거라 생각한다.
유럽 아니 다른 타 국가들의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고 말을 하지만, 사실상 우리가 너무 과도한 서비스에 취해있었던 아닐까 라고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덴마크에서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나는 인도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했다. 일반 인도 음식점이 아닌 덴마크 왕족과 총리가 단골로 자주 오던 그런 유명하고 오래 된 나름 인지도 높은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그 레스토랑 사장님은 나를 굉장히 예뻐하셨는데 그 이유는 내가 한국인 이기 때문이었다.
“한국인들은 정말 친절하고 서비스에 있어선 세계 최고야”
라고 말씀하시며 은근 나를 인종 차별하시던 그분은 내가 다른 타 유럽 직원들보다 싹싹하게 손님을 대하는 면을 굉장히 좋아하셨다. 하지만 반대로 덴마크 손님들은 너무나도 나를 부담스러워하셨는데, 이유인즉슨 나도 모르게 한국인의 특성이 나와서였는지 너무나도 친절했던 나의 모습이 거북했던 것이었다. 한 번은 ‘물’ 값이 너무 비싸다며, 말하는 손님이 있었는데 나는 바로 죄송합니다라고 말을 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는데 그 덴마크 손님이 내게 “대체 왜 당신이 미안하죠?”라고 묻길래 나는 이곳의 직원이기에 어찌 됐건 사과를 드리는 것이 맞다 판단했다고 말했더니 그런 사과를 직원에게 시키는 행동을 한 사장이 괘씸하다며, 물 값을 그렇게 측정한 사장이 잘못이라며, 웃으며 죄송하단 말을 다시 거두라고 덴마크에선 아무도 이런 일로 직원이 대신 사과를 하지는 않는다라고 하셨던 적이 기억이 난다. 내가 그곳에 소속이기에, 직원이기에 서비스라는 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무조건 적으로 모든 것이 내 잘못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한국에선 서비스직을 우린 ‘감정노동’이라 부르는 건 아닐까? 어쩔 수 없이 갑과 을이 되어버리는, 손님이 왕이라고 당연히 생각되는 사회가 정말 옳은 걸까?
너무나도 불편했던 비행시간이 오래오래 기억 속에 남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