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는 매일이 여름 아니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다. 분명 더위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 자카르타는 환절기에 들어섰다. 점점 덜 더워지고, 갑자기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가 하기도 한다. 6개월 차가 되니 이제 약간의 온도 차이도 격하게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인도네시아 병원비 진짜 쓸 때 없이 비싸요. 온갖 쓸 때 없는 검사는 다하고 원인은 모르고..
거래처에서 알게 된 인도네시아 혼혈인 한국분께서 오늘 내게 말씀해주셨다. 그뿐만이 아니다. 동료들도 선뜻 내게 병원에 가라는 말을 못 한다. 왜냐면 병원비가 정말 비싸기 때문이다.
몇 개월 전, 인도네시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심하게 열이 나서 동료가 나를 병원에 끌고 간 적이 있다. 근데 진료를 받으려니, 진료비가 무려 6만 원이라는 말에 차라리 그 돈으로 약 사고 맛있는 거 먹고 빨리 완쾌하는 게 낫겠다 싶어 가지 않았다. 대신 약을 가득 샀다.
"내가 외국인이라 비싼 거야? 아니면 원래 이래?"
동료 말로는 보험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고, 개인 병원이기에 더 비싼 것도 있다고 했지만, 보험 없이 인도네시아인이 병원에 가게 되어도 무척 비싸다고 했다. 그래서 많은 회사에서 보험을 들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병원비가 아까워서 나는 그 돈으로 국밥을 먹기로 했다. 몸이 으슬으슬 추운 냉기가 돈다거나, 콧물이 줄줄 흐를 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제일 좋아하는 한식집에 가서 설렁탕 또는 순대국밥을 시킨다. 아! 뼈해장국도..
인심 가득한 여러 종류의 반찬에, 깍두기까지.. 땀을 뻘뻘 흘리고 먹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돈이 굳은 느낌이다. 이럴 땐 참 뼛속까지 한국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다른 때는 몰라도 몸이 안 좋기 시작하면 왜 이리 한식이 당기는지.. 특히나 뜨끈뜨끈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 말이다.
오늘은 갈 힘조차 없어서 그저 집에서 계란국을 만들어 먹었는데, 내일은 퇴근하고 식당에 가서 설렁탕을 먹어야겠다. 6만 원을 병원비에 쓰느니 나는 1만 원을 설렁탕에 쓰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