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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Jan 15. 2020

인도네시아에서 무릎을 다쳤다.

아픔보다 무서운 병원비 그리고 그리운 한국의 의료 시스템

2020년이 되고 마지막 20대를 건강하게 보내자는 의미로 운동을 즐겨하기 시작했다. 스피닝, 줌바, 파운드 및 요가 등 다양한 종류의 운동을 매일 같이 하는데, 어제 사고가 났다.





퇴근하고, 어제 따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 운동을 해야 상쾌해지겠지라며 무거운 몸을 이끌고 줌바 수업에 참여했는데 열심히 동작을 따라 하던 중 무릎에서 '우두둑' 나며 옆으로 쓰러졌다. 너무나도 아파 무릎을 부여잡고 눈물이 찔끔 나왔고 바로 수업에서 나와 얼음찜질을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무릎 이에 외 발목이나 다른 부분은 통증도 없고 움직일 수 있어서 뼈에 이상은 아니겠거니 하고 안심 후 겨우 겨우 집에 도착했는데! 너무나도 아픈 것 아닌가? 통증이 갑자기 너무나 심해져서 어쩔 수 없이 동료의 도움으로 함께 근처 응급실에 갔다.


차에 탈 수도 없을 만큼, 아니 홀로 서 있을 수도 걸을 수도 없어서 휠체어에 앉아 진료받기를 기다렸다. 동료는 대체 내게 무슨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다가 이리되었냐며 속상해하고, 의사에게 나 대신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먼저 X-ray를 찍는데 한 시간을 대기했고, 뼈에 이상은 없는 것 같다며 연고를 발라주고 소염제 및 붕대를 주었다. 내일 오전에 다시 병원에 와서 검진받으라고 하는데 너무나도 신뢰가 가지 않아, 이건 아니다 싶어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아, 그전에 비싼 의료비가 부담스러운 데다가 느리고 제대로 설명도 알아들을 수 없는 게 싫었던 탓이었다.


1. 응급실: 2만 원

2. 엑스레이: 7만 원

3. 의사 상담: 5만 원

4. 붕대 및 소염제: 1만 원



실로암 병원 20층



'자카르타 한인 정형외과, 자카르타 정형외과' 및 폭풍 리서치를 하다 보니 꽤나 많은 한의원과 클리닉이 있었는데 정형외과 및 물리치료를 하는 곳은

Siloam 병원 20층에 있는 '우리들 병원' 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꽤나 유명한 병원이라 익히 들었고, 10년 전 포스팅되어있는 담당 의사 선생님의 글을 보고 내일 오전에 연락드려 꼭 가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밤을 지새웠는데, 아예 움직일 수가 없고 통증에 고생 아닌 고생을 했다. 그렇게 날이 밝고 부랴부랴 선생님 번호를 찾아 연락을 드렸고 오늘 원래 진료 보시는 날이 아닌데 감사하게도 시간을 내주셨다.


"어쩌다가 이렇게.. 무슨 운동을 하셨죠?"


"줌바요... 너무 격렬히 했던 것 같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다리를 검진해주시다가 엑스레이로는 모르는 거라며 MRI를 찍어야 한다고 하셨다. 덜컥 겁이나 만약 수술을 하게 되면 어떡하냐고 여쭈어보니 아주 단호하게 말씀해주시길,


"한국에 가세요. 꼭. 인도네시아에선 안돼요" 


라며 말씀해주시길 인도네시아 TOP 5 의사들과 병원 수준이 한국 및 타 선진국보다 월등히 낮고, 재수술 이력이 너무 많아서 위험하고 무엇보다 맹장 수술만 해도 600만 원이 나오는데 무릎 수술은 얼마겠냐며 말로만 듣던 무서운 의료비를 듣게 되었다.


대신 인도네시아 몇 군데 병원은 장비가 한국보다도 좋은 장비들을 갖추고 있어 MRI 검진을 이곳에서 먼저 받고, 판독은 한국 의사가 해주는 게 맞다며 괜찮은 메디컬 센터를 추천해주셨다.


즉 시스템이 어떻게 되냐면, 인도네시아에 있는 좋은 기계에서 사진 찍고 그 촬영본을 한국 의사 선생님께 드리면 그분이 한국에 계신 정형외과 선생님들께 소견을 받고 전달해주시는 것.


뭔가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상 이렇게라도 해야 안심이 될 것 같아서 이 방법을 택하게 되었다. 수술이 필요할 경우에는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하셨고 그게 아니라면 이곳에서 물리치료받고 재활하면 된다고 하셔서 제발 수술만큼은 피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선생님께서도, 말씀해주시길..

"장기출장이 진짜 힘들다던데, 와서 진짜 고생하시네요. 하필 또 다리를.." (내 마음 읽어주셨나 보다)




MRI를 찍으러 가는 지금도, 또 정부에서 뭔 일이 생겨 교통마비가 왔다. 분명 10분 거리인데 한 시간이 넘도록 차에 갇혀 이제는 체념해본다.


"아 나 인도네시아지.."


2020년 액땜했다 치고 웃으며 뼈가 부서진 게 아닌 게 어디냐며 말하기엔 착잡한 마음, 글로나마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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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MRI 비용은 의외로 28만 원 정도로 생각보단 저렴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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