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들어서는데
쭈그려 앉아서 베란다 텃밭 앞에 마주해있는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
그 날은 아버지의 생신날이었다.
초라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생일이라는 단어가 주는 밝음과 대비되어 그런 것인지,
중년 남성의 초라한 모습이 주는 외로움 때문인지,
아니면 마침 그렇게라도 털어내려고 했던 내 안에 무엇이 있었던지,
알 수 없는 그런 외로운 감정이 확 들어와 버려 눈물이 났다.
나는 아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성적으로는 그렇다.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 날은 이성보다는 감정에 치우친 날이었다.
형식적인, 아버지와 단 둘의 잠깐의 식사를 하면서 손을 잡고 말했다.
생일인데 왜 그러고 있냐고.. 누구라도 만나지 그러냐고..
나도 울고 아버지도 우셨다.
외로움에 우셨고 나는 그 외로움을 마주했기에 울었다.
생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광경이었다.
왜 그날 외로움과 마주해야 했는지는 도무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