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 knight Nov 16. 2018

아버지의 뒷모습

집 앞에 들어서는데 

쭈그려 앉아서 베란다 텃밭 앞에 마주해있는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


그 날은 아버지의 생신날이었다.


초라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생일이라는 단어가 주는 밝음과 대비되어 그런 것인지,

중년 남성의 초라한 모습이 주는 외로움 때문인지,

아니면 마침 그렇게라도 털어내려고 했던 내 안에 무엇이 있었던지,

알 수 없는 그런 외로운 감정이 확 들어와 버려 눈물이 났다.


나는 아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성적으로는 그렇다.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 날은 이성보다는 감정에 치우친 날이었다.

형식적인, 아버지와 단 둘의 잠깐의 식사를 하면서 손을 잡고 말했다.

생일인데 왜 그러고 있냐고.. 누구라도 만나지 그러냐고..


나도 울고 아버지도 우셨다.

외로움에 우셨고 나는 그 외로움을 마주했기에 울었다.

생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광경이었다.

왜 그날 외로움과 마주해야 했는지는 도무지 모를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너는 또 봄일까 (백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