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 knight Aug 18. 2022

물어보지 못한 이야기

안녕하세요 R. 잘 지내고 계신가요?

갑자기 이렇게 연락을 해서 놀라실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너무 궁금해서 아직까지 잊히지도, 답을 알 수도 없는 물음에 참을 수 없어 이렇게 연락을 하게 되었답니다. 이해해주길 바라요.


이미 너무 오래 전의 일이고, 

어쩌면 R 에게는 아주 사소한 일이라 이런 일로 연락을 하나 싶을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어쩐 일인지 지금까지 꼭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그날, 

그러니까 가까워졌다고 느낀 다음날 우리는 바로 멀어지게 되었죠.

그 전날이 꿈같이 행복했던 저는 너무 당황해서 침착하게 이유를 물어보지 못한 것 같아요.

저는 사실 그 이유, 그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답니다.

그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저 나름대로 생각을 해봤어요.

혹시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반대를 했던 건지,

술기운에 손을 잡자고 제안한 제가 너무 성급하게 느껴진 건지,

아니면 지나가는 호기심이었는지, 말이에요.


생각을 하다가 심지어는 악마가 찾아가,

"그 녀석은 나쁜 놈이야. 만나면 안 돼"라고 속삭이고 세뇌시킨 건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해봤답니다. 

유치하지만 그날 밤 일을 이해하기 위해서 악마까지 떠올린 저를 이해해주길 바랄게요.


너무 오랜만이라 기억이 나실지 모르겠네요.

혹시 괜찮으시면, 그때 R의 마음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금리인상과 집 값에 대한 잡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