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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knight Oct 02. 2022

잘 생겼다는 착각

참으로 뻔뻔스럽게 들리겠지만, 

고백하건대 나는 내가 정말 잘 생겼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언제 이 착각을 깨달아야 했을까?


아, 그때가 처음 기회였다.

대학 커뮤니티에 사진을 올렸는데 반응이라곤 착하게 생겼다는 댓글 하나였을 때.

그때 나는 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까?


아 맞다. 다음 기회는 아마,

알바를 하는데도 한 번도 "그 남자 누굴까?"에 올라오지 않았을 때였을 것이다.

알바를 그렇게 오래 했으면서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눈치를 챘어야 했다.


내가 착각에서 빠져나온 것은 

불행히도 긴 연애가 끝나고 여러 차례 들어온 소개팅에서 애프터에 실패했을 때였다.


"어쩌면 나는 내 생각보다 잘 생긴 게 아닐지도 몰라!"


정말 잘 생겼다면 애프터에 모두 성공하지 않았을까? 물론, 다른 요인 때문에 실패했을 수도 있지만..


그럼 어떤 포인트가 나의 착각을 유지시켜준 것일까?


생각해보면, 

내 눈에 너무 과분해 보이는 상대가, 그녀 역시 나에게 호감을 보였던 믿기지 않는 일도 있었고,

회사 근처에서 번호를 물어보던 사람이 있었고,

또 실제로 잘 생겼다고 말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제 정신을 차려보자.

생각을 정리해보면 나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있는 외모" 정도가 될 것 같다.

맙소사. 자기 객관화가 되는데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이야.


남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잘 생겼다고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해당되는 말인 것이다.




* 그 남자 누굴까? 는 대학 커뮤니티 카페에 있는 게시판 중 하나였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누군지 물어보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물론, "그 여자 누굴까?" 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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