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샀습니다.

by 문나잇

초고가의 아파트는 아닙니다. 서울도 아닙니다.

3년 동안 살고 있는 오피스텔입니다.

3년을 살아봐도 주변 환경 포함해서 만족도가 상당히 높기에 결단을 내렸습니다.


집주인은 재계약을 하던 시점부터 팔고 싶어 했으나 가격이 맞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처분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습니다. 몇 년 전부터 자산의 1/3 정도만 부동산에 쓰기로 마음먹었는데, 마침내 예산의 사정거리로 들어왔습니다.


집을 투자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기에 감가상각으로 가격이 하락해도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전재산을 털고, 빚까지 져가며, 굳이 서울 고가의 아파트로 가지 않겠다는 생각은 꽤 오래되었습니다.

살아가는데 필수재인 집을 소수가 독점해서 더 비싸게 파는 구조가 청년들을 포함한 미래 세대에 좋은 일이 아니며, 부동산에 돈이 묶여 시장에 흐르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과 경제에도 좋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산은 금융소득으로 늘려가려 하고, 마침 그렇게 하기 좋은 시대이기도 합니다.


내 집이 생긴다니, 그동안 거쳐왔던 집들이 떠오릅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월세방을 전전하며 살았던 청소년 시절,

네 가족이 살았던 14평 소형 아파트가 그때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좋은 집이었습니다.

IMF가 터지자 이 마저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월세방을 전전했고, 군대를 다녀오니 짐을 풀 수도 없어서 박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서 써야 하는 집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밖에 위치하던 재래식 화장실, 겨울의 추위를 조금도 막을 수 없었던 부엌이 생각납니다.

이때가 아마도 가난의 정점이었던 것 같네요.


그 이후에는 삶이 조금씩 나아졌고,

취업을 하고는 서울 반지하 방을 시작으로 제주도에서 다시 서울, 수원까지 유목민 생활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불행했다는 생각보다는, 나름 추억이었고 다양한 경험을 했기에 오히려 인생을 폭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혼자 보는 일기장에 쓸 수 있는 글을, 굳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남기는 것은, 자신의 소신대로 세상을 살아도 괜찮지 않겠냐는, 그런 말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그토록 가난했던 저에게도 사랑과 낭만이 있었고, 또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요.


'스스로 설계한 삶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각자의 철학과 소신이 담긴 삶에 응원을 보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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