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밥이 좋다

by 지향점은 SlowLife


때때로 나는 복잡한 날의 끝에서 한 끼를 차리는 일마저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럴 땐 자연스럽게 덮밥을 찾게 된다.
한 그릇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안도감을 준다.


돈가스 덮밥, 소고기 덮밥, 닭고기 덮밥, 장어 덮밥 다양한 덮밥이 있지만 나는 특히 해산물이 올라간 일본식 회덮밥을 좋아한다.

밥 위에 정갈하게 올려진 회, 반짝이는 연어알, 반듯하게 접힌 김, 그리고 구석에 조심스레 놓인 고추냉이 한 점.
이 작은 그릇 안에 나름의 질서가 있다.
어느 하나 튀지 않되, 각자의 맛과 향으로 조화를 이룬다.


숟가락으로 한 입 떠 넣는 순간, 입안에서 짭짤한 바다와 부드러운 땅의 결이 겹쳐진다.
그 조용한 충돌과 화해는, 마치 하루 동안 흩어진 내 감정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다.


덮밥은 아무 설명 없이도 스스로를 설명하는 음식이다.

이름은 간단하지만 구성은 섬세하고, 먹는 이는 특별한 설명 없이도 그 맛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편리하지만 성의 없지 않고, 간결하지만 허전하지 않다. 필요한 만큼만 존재하고, 그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덮밥을 먹을 때는 무엇을 더 더하지도 덜어내지도 않고 온전하게 그 한 그릇을 즐긴다. 그리곤 이내 깨끗하게 드러난 그릇의 바닥을 보게 된다.


어쩌면 나는, 이 덮밥 한 그릇 같은 삶을 원하는 걸지도 모른다.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단단한 중심이 있고, 서로 다른 것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그런 삶.


그렇게 한 입 한 입을 천천히 넘기며
오늘 하루의 소음을 조금씩 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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