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친구이자 블로거 이웃인 '책읽는 쥬'와 점심을 먹었다.
내친구 쥬는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책을 읽는 독서광이다. 그녀의 블로그는 서평으로 가득 차있다.
나 역시도 제법 책을 읽는 편에 속한다.
매주 도서관에 가고, 작년엔 독후감 만으로 700만원이 넘는 돈을 번 책 덕후이다.
이십대 초반엔 활자 중독이 아닐까 고민해본적도 있으며, 엎드린채로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통증을 느낄때까지 한 자세로 책을 읽은 적도 부지기수이다.
그렇다면 과연 책읽는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책을 많이 읽을까?궁금하지 않은가?
지겹지도 않은지, 사방 팔방에서는 오만 것이 다 엄마 탓이다.
(심지어, 심리학에서는 조현병 마저도 엄마의 양육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설도 있었다.물론 지금은 아니라 하지만.)
책읽는 쥬와 내가 내린 결론은
" 독서 총량의 법칙이 있는 것 아닐까?"
"맞아. 우리집에서 읽어야 할 양은 내가 다 읽어."
"맞아 맞아."
친정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쥬는 어찌나 책을 좋아하는지, 친정어머니에게 분서갱유 하시겠다는 협박도 받았다고 한다.
나 역시 짬만 나면 책에서 눈을 떼지 않지만 우리 아이들은 책을 나만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쥬 와 또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왜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책을 좋아해야 하는거지?"
세상에서 제일 나쁜게 집착이다.
사랑도 집착이 되면 폭력이되어버린다.
나 역시 문해력의 중요성과 마음을 마구 마구 살찌게 하는 책의 위력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그놈의 '다독영재'설은 정말 싫다. 나이가 되면 꼭 들어야 하는 '전집' 소개도 지겹고, 책을 읽히지 않으면 부모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않는 것 같은 육아 서적들이야말로 정말로 진저리쳐진다.
나이가 되면 꼭 읽어야 할 책 말고, 우리 아이들이 인생 책과 인생 작가를 만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문장 한문장 읽을때 가슴이 찌르르 울리면서 그 감동이 혈관 여기저기를 유영하는 그 기분을 꼭 느꼈으면 좋겠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뭔가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가 절대 아니다. 그냥 독서가 즐겁기 때문이다. 어둠을 뭉게 뭉게 품고 있던 어둠의 청소년이었던 내가 삐뚫지 않고 그나마 잘 자랐던 이유는, 한용운과 윤동주의 시, 삼국지, 그리고 가장중요한 호연지기를 가르쳐준 소설 영운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엄마를 따라 책을 읽는 것보다, 세상에 재미 있는 것이 넘치는 아이들이지만 언젠간 꼭 느끼길 바란다. 한자 한자 읽을때 마다 가슴을 벅차게 하는 활자가 주는 아름다움을 말이다.
그리고 오늘도 다독을 안시키면 아이의 인생이 끝날것 처럼 널리 설파하며 책을 파는 속칭 '전문가'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그만좀 합시다. 많이 읽었다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