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엄마의 생각보다 빨리 자란다.
"엄마 내 발이 커진것 같아요"
며칠전 부터 아이가 신발을 사야 할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막내가 현재 신고 있는 신발은 폭신한 메모리폼 바닥의 검정색 운동화이다. 신발이 닿도록 놀이터에 가는 녀석이기때문에, 내가 운동화를 고르는 기준은 딱 두가지 이다.
할인 상품일것
검정색일것
보통은 디자인 관계없이 바닥이 폭신한 스케쳐스 제품이고 검정색에 할인 상품으로 구매하곤했다. 그게 가장 놀기 편하면서도 놀이터의 온갖 먼지를 뒤집어 쓰고도 빨지 않아도 되는 신발이기때문이다.
운동화를 구입한지 일년쯤 됬었나? 운동화 사이즈를 보니 220이다. 그러면 225정도 사면 되겠거니 하고 아이를 데리고 신발가계로 향했다. 신발가계에서 충격은 더이상 내 아이의 발 사이즈는 아동 신발 코너에 없다는 것이었다.
나의 영원한 귀염둥이 아가사람을 데리고 나는 '여성용' 신발 코너로 향했다. 직접 신발을 신겨보니 아이의 발은 벌써 235 사이즈가 맞을 만큼 커져있었다. 내 발이 235인데. 나의 귀염둥이 아가사람의 발이 235라니 나는 신발가계에서 주저앉을 뻔했다.
여성용... 235...
여성용 신발 코너에서 나는 그나마 가장 아가 사람 스러운 운동화를 찾기 시작했다. 검정색에 찍찍이가 달린 폭신하고 할인되는 운동화.
하지만 딸아이의 선택은 한번 놀이터에 다녀오면 때가 타버리는 하얀색에다, 성장기에 맞지 않는 굽이 있는 게다가 찍찍이도 없이 끈이 달려있는 십대들을 위한 운동화였다.
집에와서도 의아했다.
"정말 네 발이 235라고?"
"엄마 같이 재보실래요?"
"정말 엄마랑 사이즈가 똑같네.."
나만큼 발이 커버린 우리집 막내 . 내 마음속에 항상 '아가사람'인 우리집 막내의 발은 어느덧 나 만큼이나 커져있었다. 영원히 아가일것 같던 우리집 막내는 이제 오학년 언니가 되어버렸다.
신나게 뛰어놀기 편한 쿠션있는 검정색 운동화가 아닌, 한껏 멋을 낼 수 있는 굽이 있는 하얀 운동화를 원한다. 발은 나 만큼이나 커져버렸고, 이제 곧 키도 나보다 더 커져버릴 것이다.
어쩌면 마음의 키는 이미 나를 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내가 누구인지 뭘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나와 달리 아이는 인생에 대한 목표가 있고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 배려할 줄 알며 포용할줄 아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나는 언제까지나 아가처럼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 처럼 생각하고 살았나보다.
아이의 발이 이렇게 커져버린지도 모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