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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Apr 26. 2022

마블의 히어로들이 반드시 겪어야 하는 것들.

왜 히어로들은 시련을 겪어야 할까?


출처: 나무 위키 데드풀 이미지

1. 토니 스타크는 심장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죽을 위기를 겪으며 스스로 슈트를 만들어 아이언맨이 된다.


2. 데드풀의 웨이드 윌슨은 자신의 온몸에 퍼진 암을 치료하기 위한 실험에 참여했다가 엄청난 고통으로 인해  온몸이 흉측하게 일그러져 사랑마저 포기하게 되지만, 결국 슈퍼 히어로의 힘을 얻는다.


3. 울버린은 인간이 참아낼 수 있는 고통의 한계치를 넘는 지옥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웨폰 X’로 다시 태어난다.


4. 비교적 아픔 없이 히어로가 되어버린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토니 스타크와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우울해하고,  우주가 자신을 송두리째 잊어버리는 운명통해 성장한다.


4. (마블은 아니지만) 곤볼의 손오공은 크리링의 죽음으로 인해 강한 분노를 느끼고 각성하여 슈퍼 샤이아인이 된다.


이처럼 웬만한 히어로물에 반드시 끼어드는 '통과의례'는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아 버리는 '시련'이다.  피터 파커처럼 스스로를 거대한 토니 스타크와 비교하는 아픔을 우리는 '성장통'이라고 부른다.  외에  뼈아픈 고통의 통과의례를 겪는 데드풀이라던지 울버린도 존재한다.


그들에게는 반드시 절망과 시련의 순간이 존재한다.


이제 내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한다.



행운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서른 살까지 나는 절망의 순간이나 통과의례 같은 성장통 등을 겪어보지 못했다.


한 번도 시험에서 탈락해본 적이 없다. 한 번에 특차로 대학에 들어갔고, 운전면허도 한 번에 붙었다. 4학년 1학기에 썼던 원서가 한 번에 붙는 바람에 이미 취업이 결정되었고(심지어 선발 요건에는 4학년 2학기 이상으로 명기되어있었다), 2학기에 더 좋은 회사에 취업하게 되었다. 한 번에 본사로 발령이 났으며, 첫사랑 남편과 결혼했다.


지금까지 모든 게 쉬웠으니 삶에 자신이 있었다. 아이가 태어났고, 당분간은 아이에게 집중하고 싶어 인사담당자의 후회할 거라는 저주를 뿌리치고 회사를 그만뒀다. (인사담당자는 그 나이에 경력이 단절되면 절대로 비슷한 연봉의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며 진심 어린 충고를 했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다가, 다시 사회로 나가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한 번도 시험에서 떨어져 본 적 없으니, 응당 내 자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간제 공무원에서 탈락했고, 공기업에서 탈락했고, 비정규직에서 탈락했다. 알바몬에서 내가 지원한 모든 회사는 아까운 인재를 모시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대학교   친구들이 받던 메일이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동생들이 받은 메일이었으며, 세상의 많은 젊음들을 좌절시키는  메일을 나는 서른 중반이 넘어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실패들이 하나둘씩 쌓이고, 거울 속의 내 눈가에는 잔주름이 쌓이고 있었다. 눈가에 기미가 쌓이고 있었고, 패배감이 쌓여왔다. 그리고 공황발작이 찾아왔다.


첫 공황발작은 LA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맥주를 한 캔 마시고 톰 크루즈 가 주연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 6을 보고 있었다. 긴장감을 느낄만한 장면이긴 했지만, 가슴이  너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숨을 쉬는데 산소가 부족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기분 탓이라 고 생각했다. 짐을 싸느라 전날 잠을 잘 이루지 못하기도 했거니와 와인이 핏줄을 따라 흐르고 있었고, 톰 크루즈는 진퇴양난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비닐봉지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가쁜 숨을 내쉬는 기분이었다. 침착하게 영화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지만, 가슴은 점점 더 답답해져 왔고 양손엔 차가운 땀이 차기 시작했다.


승무원은 나에게 산소 호흡기를 가져다줬다. 산소를 들이마시며 이러다가 내가 미쳐버리거나 아니면 숨이 곧 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눈물이 흘러내렸고, 영원히 인천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행히 나의 발작은 멈췄고, 그 뒤로 몇 달간 그 일은 잊혔다.


 여느 금요일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첫째는 바로 수학학원에, 둘째는 바로 수영장에 픽업을  해줘야 했다. 늦어서는  됐다. 학교는 집에서 12km 떨어져 있고, 아이들은  없이는  원에   없는 거리였다. 차를 운전하며 신호대기를 하는데 갑자기 견딜  없는 공포감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 식은땀이 흘렀고  손과 발을 얼음이 가득한 욕조에 담그고 있는  분이 들었다. 두려웠으며 다시 숨이 쉬기 힘들었다. 나는 가까스로 근처 병원에 주차하고 쓰러지기 직전에 진료를 받을  있었다.


 병원에서 해줄  있는 치료는 없었다. 그저 영양제  병을 놔주는 .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한동안 가슴이 뛸까  커피와 맥주를 입에   없었다. 사실  마시고 싶은 기분도 들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음식의 맛을 느낄  없었으니까. 목에는 이물 감이 느껴졌다. 커다란 비타민을 삼키다가 목에 걸린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집에 누워있었다. 누워서 텔레비전을 틀고 눈알을 굴리기 외에는 내가   있는 일이 없었다. 순식간에  가슴이 뛰며 숨이  쉬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되도록 많이 자려고 노력했다. 건강검진 결과는  아무 이상 없었고, 예약한 정신과는  개월이나 밀려있었다.  그때 내가 찾고 싶었던 것은 내가 그토록 열망하던  회사로 돌아가는 것도, 친구들처럼 직장에서 한자리 차지하는 것도, 혹은 에르메스도 벤츠도 아닌 바로 내가 행하던 아주 평범한 것들이었다.  음식의 , 커피, 이물감 없는 목구멍, 그리고 편안한 호흡. 그런 평범함이 내가 갈망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공황장애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시련을 겪으며 조금 철이 들었다는 것이다. 포기하는 법을 배웠고, 지나간것을 지나간대로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다. 갖지 못하는 것이 아닌 현재 주어진것 안에서 만족하려는 용기가 생겼다.


대학원에 진학했고, 글을쓰고,  아주 조금씩  일을 시작했다.


철학자 야스퍼스는 '한계상황'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한다. (어려운 용어처럼 보이지만, 그냥 천장이나 벽과 같은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게  한계인가봐... 라고 좌절하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 인간은 고통, 죽음, 투쟁, 그리고 죄책 같은 자신의 벽을 느끼게 된다. 넘어갈  없는  벽에 부딪치며 인간은  어떤 상황도 스스로 변화시킬  없다는 무력함과 속수무책을 경험하게 된다.


인간은 ‘난파’를 경험하며  한계상황 속에서 진정한 자기 존재로  향해나갈 수 있는 역설적인 힘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때 인간은 평화롭게 보이던 일상이 송 두리째 무너지는 경험을 하며 인간은 ‘고통’과 ‘불안’ 등의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 상태는 부정적 감정이라기보다, 본래적인 자기 존재로 다가가기 위한 ‘자기 이해’를 위한 본질적인  힘이자 출발점이 된다.

© aseevart, 출처 Unsplash

비록 진정한 자아를 찾는 여정은 ‘한계상황’에 부딪히고, 난파를 경험하며 불안에 휩싸이게 될지 모르지만, 이는 진정한 자신을 찾을 때 경험하게 되는 과정으로서  존재한다.



소설과 영화에서 주인공은 '주인공이라는 죄'로 항상 이 벽에 부딪친다. 치이고 깨지고, 부딪치고 그것에서 벗어났을 때 그 주인공은 예전에 갖지 못했던 힘을 갖게 된다. 손오공의 친구 베지터에 의하면 슈퍼 샤이어인이란  「어떤 천재 전사도 넘을 수 없는 벽을 넘은 사이어인」이라고 한다.


나는 마블 히어로도, 손오공도 아니고, 그냥 아주 평범한 아줌마이지만, 그래서 그들보다는 터무니없이 낮은 장벽이긴 하지만,  벽에 부딪쳐 한번은 산산이 부서졌으며,   결과 '' 조금 들게 되었다. 남편은 예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평안해 보인다고 한다. 내가 나를 봐도 항상 전투적이고 불같았던 내가 아주 조금 철이 어 보인다.


잊지 말자,


모든 주인공은 항상 시련을 겪는다.


우리가 만약 각자 삶의 주인공이라면, 나처럼 낮은 벽이건, 데드풀 같은 엄청난 시련이든 언젠가는 한번 치이고 깨지게 된다. 그러니 내가 지금 벽에 부딪쳐 울고 있다 해도 이것만 기억하자.


우리 모두는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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