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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Sep 12. 2022

조용한 퇴직. 조금 덜 열심히 살면 어때?


조용한 퇴직이 전세계의 트랜드라고 한다.


조용한 퇴직은 실제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 주어진 일만 하겠다' 의미를 담고있다. 코인과 주식이 바닥을 치면서 파이어족이라는 단어는 한풀꺾이고  사이를 조용한퇴직이라는 단어가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니까  업무분장에 있는 할일만 주어진 시간동안 한다는 이야기이다.  읽으면서 당연한 트랜드가 아닌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댓글이 이렇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조용한 퇴직은 곧 월급루팡이다."


과연 조용한 퇴직은 월급 루팡일까?



나는 2014년 퇴직후 전업주부를 하다 얼마전 재취업을 했다.  육아휴직기간까지 한다면 거의 10년만의 재취업이다. 물론 중간에 이런 저런 프리랜서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9-6 직업을 갖게 된건 정말 오랜만이다. 그동안 이런 저런 사람들과 이야기 하며 직장생활이라는게 정말 많이 바뀌었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 바뀌었어야했다.

'조용한 사직'을 처음 소개한 미국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플린의 틱톡 영상. /사진=틱톡 캡처


하지만 십년만에 느낀 점은. 한국인은 여전히 너무 열심히 산다. (한국인이라고 단정짓는 말을 정말 싫어함에도 이번엔 꼭 쓸 수 밖에 없다.) 야자가 있고 야근이 있는 신입사원 시절을 보낸 80년대 생이 10년만에 다시 조직생활을 하며 느낀건 여전히 한국인들은 조직에 헌신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자꾸 아니라고. MZ세대들은 다르다고 하지만 여전히 모두 열심히 살고 있다.



야간자율학습은 사라졌지만, 일타강사가 있고 레테가 있는 학원들이 등장하며 아이들은 여전히 12시 넘어 까지 공부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밤늦도록 학원에 보내고 싶어하지만 이거야 말로 퇴근후 잔업을 강요하는 악덕 사장의 심보 아닌가?


회사도 마찬가지 이다. 여전히 회사는 조직의 성공은 곧 나의 성공이라고 외치며 업무 분장을 넘어선 새로운 도전을 이야기 한다. ( 주인의식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해서 말이다.) 그놈의 주인의식.  주인의식이라는 말 자체가 피로사회를 양산하는 내가 나를 착취하는 단어라고 이미 10년전에 한병철이 이야기 해주지 않았는가 ( ※물론 주인의식이라는 단어가 피로사회에서 언급되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나를 착취하는 YES WE CAN의 긍정사회라고 이야기했다.)


십년만에 조직에 돌아간 사람으로서. 한국인들은 조금 덜 열심히 살아도 된다. 그러니까 조용한 퇴직이라는 단어에 너무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 이다. 한발짝만 물러서자. 유기체가 되어버린 회사에 영혼을 잡아먹히지는 말자. 6시에 칼퇴근좀 하면 어떤가? 업무 분장에 있는 일좀 안하면 어떤가. KPI좀 달성 못하면 어떤가? ( 사실 영업에서 달성가능한 목표를 주는 오너를 본적있는가?)


외치고 싶다. 너무 열심히 살고 있는 그들에게.


적당히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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