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잘 먹고 잘 일어납니다.
평생을 잠과 싸우다 잠들다
아마도 내 묘비명은 이렇게 될 것 같다.
잘자도 너무나 잘잔다. 현대인의 고질병이라는 불면증이 나에게는 없다.
대학시절에는. 정말 벽에만 기대도 잠이 들었다.
그 능력은 여행에서 빛을 발했는데. 어디로 배낭여행을 가든. 어떤 벽이든 살짝 기대면 잠이 들었다.
천년의 질문에서 조정례 선생님은
쪽잠을 자는 능력은 국회의원으로 성공하는 가장 큰 비결이라고 했는데
나는 아마도 국회의원을 했어야 했다보다.
여하튼 잘자지만. 문제는 잘 일어나지 못한다.
평생이 오분만 인생이다.
엄마가 되어서도 오분만...이라고 말한다. 그것도 딸들에게.
내가 아이들을 키우며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것 중 하나가
잠 습관이다.
우리 아이들은 10시에 자서 6시에 일어난다.
스스로 자고 스스로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고 아침을 맞이한다.
이것만 습관으로 만들어놔도 아침부터 얼굴 붉힐 일이 없다.
어릴 때부터 첫째는 밭매러 나가는 농부처럼 해가 뜨면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째 아이는 일어나는 걸 조금 힘들어 하더니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더니 언니따라 스스로 일찍 잘 일어난다.
평생을 잠과 싸웠던 유전자가 아이들에게 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러고 보면. 습관이란 유전이라기보다 생활에서 만들어지나 보다.
도대체 이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 권의 애증의 책이 있다.
첫아이를 낳고 한창 베이비 위스퍼라는 책이 유행했다.
그때는 이 한 권과 삐뽀삐뽀 119가 필독서였더랬다.
"수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책.
물론 아이를 존중해 줘야 한다거나 하는 수많은 명언들이 있지만
내가 가장 꽂힌 부분은 이랬다.
규칙적인 육아와. 스스로 누워서 잠이 들 수 있도록 아기를 훈련. 시켜야 한다는 것.
최근 주류인 애착육아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라, 2010년도 이후의 도서평은 찾기 힘들다.
그 과정이 너무나 혹독해서 좋은 말인 것은 알지만. 실행이 어렵다는 평이 많다.
나는 열심히 수면 교육을 시작했더랬다.
아직도 기억난다.
8시가 되면 온 집안의 불을 끄고 빗소리를 틀었다. (화이트 노이즈를 틀어야 한다길래_
아기를 방바닥에 눕히고 잠이 들 때까지 토닥였다.
아이가 울어도 절대 안아주면 안 된다. 스스로 잠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울 엄마는. 요즘 것들 육아는 참 별나다며 혀를 내둘렀다.
만약 지금 아이를 나았더라도 누군가 옆에서 그러고 있으면
지랄도 풍년이라고 욕을 한 바가지 해주고 아기를 업어버렸을 것 같다.
그때는 열정이 넘치고 체력도 넘치던 나이어서 이게 가능했다보다.
여하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
어째 되었건 수면 교육이 되긴 되더라.
스물여덟의 내가 힘들고 힘들게 이뤄놓은 수면교육의 덕은 마흔의 내가 받고 있다.
10시가 되면 불을 끄고 각자의 방에서 취침에 들어가는 아이들.
각자 방에서 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오디오 북을 켜고 듣다가 잠이 든다.
그리고 해님이 반짝이면 벌떡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잘 자고 잘만 일어나도 일단 하루 육아의 반은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