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드디어 취업! 그러나 시작은 험난했다
요양병원 첫 출근 날,
그날의 공기와 긴장감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새벽 근무가 막 시작되던 이른 시간, 나는 낯선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병동 문을 열었다.
숨이 가빠질 만큼 긴장된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경력이 많아 보이는 나이트 선임이 나를 힐끔 보며 물었다.
“선생님, 신규예요?”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바로 돌아온 말.
“간호부장님은 왜 자꾸 경력자는 안 뽑고 신규만 뽑는지 모르겠어.”
말끝을 흐리지도, 낮추지도 않았다.
분명히, 나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
그 한마디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 걸까?
내가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건 아닐까?
불안과 자책이 뒤섞인 감정이 밀려왔다.
물론 알고 있었다.
간호조무사라는 직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특히 요양병원은 환자의 손발이 되어야 하는 일이 많고, 그만큼 몸도 마음도 지치는 곳이라는 걸 말이다.
선임 입장에서 보면, 나이 많은 신규가 버거웠을지도 모른다.
일보다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고, 실수가 많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날 들었던 그 말은 지금도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다.
그건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열정을 꺾는 말이었다.
병동 배정이 되고, 포지션이 정해지면서 본격적인 근무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신규 간호조무사로서 겪게 된 또 다른 현실이 펼쳐졌다.
작은 실수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왔고, 경험 부족에서 오는 더딘 손놀림에 숨죽이며 일해야 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간호계는 종종 ‘태움’이라는 말로 상처를 덮는다.
신규는 견디는 사람이고, 못 견디면 떠나는 사람일 뿐이다.
그게 이곳의 오랜 문화였다.
나도 그 안에서,
어느 날은 기가 죽었고,
어느 날은 간신히 눈물을 삼키며 하루를 마쳤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이걸 하려고 했던 걸까?’
수십 번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돌아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길은 내가 직접 선택한 길이었고,
얼마나 간절하게 준비했는지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업무도 손에 익고 환자들과도 정이 들어 하루하루를 조금은 여유 있게 보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새내기 조무사’였지만,
이제는 어르신들이 내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해주는 사람이 되었다.
가끔은 그때 그 선임의 말이 떠오르지만, 이제는 그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말 덕분에 더 단단해진 것 같다.
생각해보면, 누군가는 이 길이 늦은 출발이라고 말했지만 나에겐 가장 빠른 시작이었다.
터키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계단을 밟아야, 계단 위에 올라설 수 있다.”
힘들다고, 두렵다고 망설이기보다는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어느 순간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내가 몸소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