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거짓말을 하는 심리 이면에는 감쪽같이 속일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있다. 거짓말에도 나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어설프게 거짓말을 했다가는 들통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의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는 말투와 표정과 몸짓과 논리가 총동원되는 것이다. 때론 정말 그럴듯한 이유와 근거와 논리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얄미운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문제의 책임을 은근슬쩍 남의 탓으로 만드는데 능할 뿐 아니라 남이 수고해서 얻은 성과까지 마치 자기가 한 것처럼 꾸미는데 선수다.
교묘한 거짓말에 한두 번 정도는 '에이,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넘어갈 수 있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다. 사실 이렇게 넘어가 주고 속아 줄 때가 거짓말을 멈추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골든타임이건만 대부분 이것을 모른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 법이다. 정확하게는 거짓말을 하는 태도가 몸에 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거짓말도 시간 앞에 장사 없다. 아무리 구미호, 십미호 같은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거나 잡히거나 걸리거나 자빠지게 마련이다. 거짓말의 대가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거짓말쟁이였다는 것이 들통나면, 사람들은 그가 진실을 얘기하더라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
거짓말로 인한 최고의 형벌은 신뢰를 상실하는 일이다. 가뜩이나 마음을 터 놓고 얘기 나눌 사람이 점점 희귀해지는 세상에서, 내 말을 들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건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거짓말도 해 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 한번 맛을 본 이상 쉽사리 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거짓말에도 맛이 있다면 '끊을 수 없는 맛'이 아닐까 싶다.
속고 속이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에서, 우리는 진실의 수명은 생각보다 길고, 거짓의 수명은 생각보다 짧다는 걸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