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울림과 떨림 Sep 18. 2022

나는 지금보다 좀 더 괜찮은 인간이 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좋은 일 하면 다른 사람이 덕 본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좋은 일 했을 때 가장 큰 수혜자는 그가 아닌 나다. 좋은 일을 하면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반대로도 마찬가지여서, 나쁜 일을 하면 다시 나쁜 일을 저지르기 쉽다. 선이 선을 낳고 악이 악을 낳는 것인데, 그러면 좀처럼 멈출 수 없다.

물론 어제 좋은 일을 한 사람도 오늘은 나쁜 짓을 저지를 수 있고, 어제 나쁜 짓을 한 사람 오늘은 좋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쩌다 가끔 그럴 뿐, 대개는 어제의 선과 악이 오늘도 선과 악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제와 오늘은 뚝뚝 끊어진 별개의 날이 아닌 서로 맞닿아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새 아침을 맞이했다고 어제의 일이 없었던 것처럼 리셋되 않는다.

선을 행하고 좋은 소리 못 들으면, 나만 손해 본 것 같은 생각에 속상하다. 호의를 베풀었는데 호구로 보면 뚜껑이 열린다. 그런데 내가 선을 행하지 않았다면,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지금보다 좀 더 괜찮은 인간이 될 수 있었을까? 지금보다 좀 더 괜찮은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어느 간사한 인간으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예수님만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하시는 건 아니다. 지긋지긋한 악도, 종말 때까지 우리와 함께한다.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가 악을 제거해달라고가 아닌,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였다!) 우리는 언제라도 악에 빠질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한다. 악을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건 태양을 피하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선도 악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에, 선을 적극적으로 행하는 것이야말로 악을 적극적으로 피하는 최선의 방책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결핍에는 무언가 고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