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좋은 일 하면 다른 사람이 덕 본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좋은 일 했을 때 가장 큰 수혜자는 그가 아닌 나다. 좋은 일을 하면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반대로도 마찬가지여서, 나쁜 일을 하면 다시 나쁜 일을 저지르기 쉽다. 선이 선을 낳고 악이 악을 낳는 것인데, 그러면 좀처럼 멈출 수 없다.
물론 어제 좋은 일을 한 사람도 오늘은 나쁜 짓을 저지를 수 있고, 어제 나쁜 짓을 한 사람이 오늘은 좋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쩌다 가끔 그럴 뿐, 대개는 어제의 선과 악이 오늘도 선과 악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제와 오늘은 뚝뚝 끊어진 별개의 날이 아닌 서로 맞닿아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새 아침을 맞이했다고 어제의 일이 없었던 것처럼 리셋되진 않는다.
선을 행하고 좋은 소리 못 들으면, 나만 손해 본 것 같은 생각에 속상하다. 호의를 베풀었는데 호구로 보면 뚜껑이 열린다. 그런데 내가 선을 행하지 않았다면,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지금보다 좀 더 괜찮은 인간이 될 수 있었을까? 지금보다 좀 더 괜찮은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어느 간사한 인간으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예수님만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하시는 건 아니다. 지긋지긋한 악도, 종말 때까지 우리와 함께한다.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가 악을 제거해달라고가 아닌,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였다!) 우리는 언제라도 악에 빠질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한다. 악을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건 태양을 피하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선도 악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에, 선을 적극적으로 행하는 것이야말로 악을 적극적으로 피하는 최선의 방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