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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과 떨림 Dec 15. 2023

《뒷담화에 빠져드는 이유》

꼭 그래야만 속이 시원했냐?

뒷담화. 삶이 무료하고 따분할 때, ‘쉽고 빠르게’ 흥미를 북돋는 방법이다. 평소 얼굴을 붉히던 사이도 뒷담화 하나면 대동단결하는 걸 보면,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하게 된다. 그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과는 별개지만 말이다. 친구들끼리 만나 나누는 대화의 8할도 누군가를 향한 뒷담화가 주를 이룬다. 세계 평화를 비롯한 분쟁과 기근과 착취와 혐오 문제를 놓고 침 튀겨가면서 이야기 나누는 경우는, 정말이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학술 토론회장이면 모를까. 누군가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요리할 때 보면, 귀가 솔깃해지면서 눈도 초롱초롱해진다.


이런 모습은 카페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쉬는 날이면, 카페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곤 한다. 나름 조용한 카페를 찾았건만, 점심시간쯤 되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해진다. 소곤소곤 나누던 대화는 이내 왁자지껄 변하기 일쑤다. 그러면 본의 아니게 무슨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지 귀에 쏙쏙 들어온다. 대부분 누군가를 향한 험담이나 뒷담화였다. “맞아! 맞아!”라는 맞장구는, 이내 “누가 누가 더 힘든가?”라는 시합으로 번진다. 몰입과 집중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이다. 이럴 땐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그냥 버티고 앉아 있어야 한다. 자리를 비우는 순간, 뒷담화의 대상이 자신으로 바뀔 수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 당장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마땅히 집중할 만한 목표가 없을 때, 우리는 쉽게 뒷담화에 빠져든다. 할 일이 많은 사람은 할 일 없이 뒷담화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무료한 사람일수록 남을 헐뜯는 일에 열심이고 또 진심이다. 심지어 나와 상관없는 연예인의 사생활을 파헤치거나 온갖 음모론에 심취하기도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근거 없는 소문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소문 업자’가 된다. “너 그거 알아?”라는 말을 남발하면서 말이다. 그리고는 문제가 생기면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간다. 정말이지 사람 뚜껑 열리게 만드는 고약한 말이다. 가치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가치 없는 일을 하게 돼 있다. 집중하고 몰입해야 할 게 없으니, 엉뚱한 곳에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뭔가에 집중하고 몰입하고 있는 사람, 또 그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사람은, 거기에 삶의 초점을 맞추고 집중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은 소문에 쉽게 혹하지 않는다. 아니, 관심을 둘 시간이나 여력이 없다. 할 일 없는 사람이 음모론에 심취하거나 소문을 파헤치는 열심을 발휘한다. 명탐정 코난이 따로 없다. 나 같은 경우엔, 글쓰기를 하면서 할 일 없이 보내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해야 할 일이 있다 보니, 하릴없이 여기저기에 끼어 뒷담화 대열에 낄 시간이 나지 않았다. 글쓰기가 주는 유익을 맛본 후로, 무료한 시간이 쓰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버려지던 시간이 창조적인 시간이 된 것이다. 머리를 굴리다 못해 싸매면서 글쓰기를 할 때도 많지만, 차라리 남의 얘기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글쓰기를 하는 과정은 지루하다. 하지만 글을 쓰고 난 후에 찾아오는 유쾌 상쾌 통쾌한 기분은, 따분한 일상에 흥분과 흥미를 불어넣는다. 답답한 속마음을 뒷담화로 털어내면 시원한 대신, 씁쓸하고 찝찝한 무언가가 남는다. 반면 글쓰기를 하고 나면 후련하고 개운하다. 아마 이 맛에 글쓰기를 끊을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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