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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방끈수공업자 Aug 02. 2016

꿈에 대한 이야기

가끔은 오래 전 썼던 글을 읽어보기

먼저 2011년 5월 20일의 이야기.

그러니까 딱 3년 전이었다.

4.18 기념관에서 유학설명회를 한다길래 아무것도 모르고 갔던게 나를 뒤흔들었고 지금까지 오게 만들었었다.

그 무대에서 유학을 나간다고 설명회를 열던 선배들이 내게는 너무 크게만 보였고 저기까지 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많았다.

3년이 지났고, 놀랍게도 나는 그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앞에 앉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유학을 준비할 것인가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3년 전에 선배들이 그랬다. 꿈만 가지면 이루어 질 것이라고... 
그 당시 학부 4학년.. 고된 공대 생활에 시달려서 꿈이고 뭐고 없이 눈 앞에 닥친 것만 해결하느라 급급한 때였는데 그 말을 듣고 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을 꾸었고.. 꿈이 또 현실이 되었다.

그 안에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건 어쨌건 결국 난 지금 이 자리에서 웃고 있다. 행복하다. 그래서 앞으로 걱정되는 일들도 많지만 고민하기보단 또 다시 꿈꾸기로 했다.

꿈을 꾸면 이루어지니까.

5년 전에 3년 전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 저 이야기는 2008년의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내가 스물 다섯 살 때이다. 


꿈을 꾼다는 것은 말 처럼 낭만적인 일은 아니다. 물론 그 꿈을 이뤘을 때는 지나간 모든 일들이 낭만으로 다가오겠지만, 그 현실을 살아가는 날들은 티비 속 성장 드라마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슬픈 다큐.


평생의 꿈을 이룬 것도 아니었는데 왜 저렇게 행복해했냐면, 석사 공부와 유학 준비를 동시에 해서 성공했다는 성취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힘들었냐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다가 비행기가 추락해서 그냥 삶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면 나한테 죽을 용기는 필요 없으니까. 나는 내 스스로는 죽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되면 남아있는 가족과 애인, 친구들이 너무 슬퍼할 것 같았다. 그래서 전세계의 멸망이 찾아왔으면 싶기도 했다. 그럼 다 같이 사라지면 누구도 슬퍼할 필요가 없으니까. 혹은 그냥 눈을 감았다 뜨면 2년 정도 빨리감기가 되어있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박사 과정의 5년간 대부분의 시간은 유학 준비 때보다는 나았던 것 같다. 물론 적응하느라 고생한 1년차, 연구가 답보 상태에 빠졌던 3년차, 졸업 후 진로 문제로 마음고생했던 5년차가 있었지만 견딜만 했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상황이 덜 힘들어서가 아니라 내가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마음을 조금 더 잘 다스릴 수 있게 되어서가 아닐까 싶다.


이제 한 열흘 후 면 박사 후 1년 차가 될 것이다. 남편 5년차, 아빠 2년차, 아들 33년차.. 뭐 하나 잘 하고 있는 것 없는데 새로운 타이틀이 생겨버릴 예정이다. 과정과정에서 또 많이 힘든 상황들이 찾아올 것이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미래의 불투명함. 지나고 보면 그 불투명함을 즐겼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그것들을 직접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절대 쿨함을 유지하기 어렵다. 다만.. 이제는 예전 경험을 토대로, 역시나 그 패턴의 반복이 찾아올 것임을 알기에 조금 덜 심각해지도록 해야겠다. 인생 그거 너무 심각하게 살다보니 골치가 아프다. 가끔은 내 인생이 아닌 것 처럼 바라봐야겠다.


자, 이제 다시 꿈을 꿀 준비를 하고, 꿈을 꾸고, 또 이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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