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잘 모르구요.. 자료만 좀 준비해봤습니다.
예전에 정리해 둔 것이 있어 조금 더 보태 브런치에도 올려봅니다. 글쓰기에 정답은 없고 연습이 중요합니다. 옆에서 글쓰기 첨삭이나 평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구요. 저도 아직 어려움이 많습니다만 제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유용하게 썼던 자료들, 방법들을 공유합니다.
연구자의 길을 걸으면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고통 중 하나는 바로 글쓰기입니다.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쉬운 것이 아닌데 연구에 관해서 써야하고, 그것도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써야한다는 사실이 많은 공대생들을 괴롭힙니다. 저 역시 그 고통받는 사람들 중 하나이고 계속해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지낼때는 영어 논문을 쓸 때 작문하는 것조차 힘들어서 글의 구성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마감일에 닥쳐서 겨우 써낸 문장들은 교수님의 손을 거쳐야만 생명을 얻곤 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막 건너왔을 때 글 쓰는 일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말하기보다 글쓰기가 쉽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말은 상대가 이해를 못했으면 그 자리에서 어떻게든 설명을 덧붙이고 정정해서 이해를 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글은 일단 손을 떠나고 나면 더 이상 바꿀 수가 없습니다. 완벽하게 정리된 상태로 끝을 맺어야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글쓰기에 유난히 엄격하신 박사 지도교수님의 혹독한 트레이닝을 겪으며 얻은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도움되는 자료 및 개인적인 조언을 적어봅니다. 이미 연구를 오래 해오신 분들은 그냥 지나치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 아시는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
제가 처음에 가졌던 착각은 논문은 객관적이며 사실만을 나열하는 글쓰기라고 생각했던 것 입니다. 그러나 논문은 설득하는 글쓰기입니다. 감동을 줘야합니다. 읽는 이가 감복해서 논문의 데이터들을 신뢰하게 해야합니다. 다만 논문에 실린 주장들을 뒷받침 하는 것들이 객관적이며 과학적으로 얻은 데이터면 됩니다. 저는 이를 알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사실만을 나열해서 객관적으로 적은 논문들은 데이터 자체가 정말 대단하지 않는한 감동을 주기 부족합니다. 또 재미져야합니다. 서론을 읽고 나면 일단 감동을 받고, 또 그 내용이 너무 흥미로워서 다음의 내용들이 궁금해져야합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저는 이렇게 못 씁니다...ㅋㅋㅋ 머리로 아는 것과 실력과는 별개의 이야기죠 에헴.) 이런 사실을 깨닫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영어로 과학적 글쓰기를 할 때에 구성에 대한 저의 생각은 "두괄식이 중요하다"입니다. 우리 동양적 사고방식에 따르면 모든 일은 그 배경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사람을 만날 때 소개하는 방식만 봐도, 자신에 대해 먼저 묘사하기보다 자신의 배경을 먼저 설명합니다. 타인에 대해서도 그런 부분을 궁금해합니다. 나이가 몇이고 집은 어디고 학교나 직장은 어디다니고.. 또 그 예의 시그니쳐 질문,
"아버지 뭐하시니?"
그래서인지 한국어를 사용할 때에는 말하기나 글쓰기에 있어서도 배경 설명이 중요합니다. 열심히 배경과 상황을 설명하고 왜 그래야하는지 밑밥이 쫙 깔린 후에야, 그 위에 정점을 찍는 결론이 나옵니다. 친구 불러서 술 한잔 하면서 "하.. 요즘 논문이 잘 안써진다.. 연구실을 나와 자취방으로 돌아가면 말할 사람도 없다.. 하루종일 연구 이야기만 하니 지친다.. 재밌는 일이 없으니 삶이 무료하다, 무미건조하다.. 이거 오늘 내가 살게.. 근데 말야 그러니까.. 소개팅 좀 해줘라!"제 이야기 아닙니다
미국식(혹은 서양식?) 사고방식에서는 결론이 중요합니다. 사적인 글쓰기/말하기는 조금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논리적, 과학적 글쓰기에서는 항상 결론부터 이야기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이 쪽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런 식으로 교육받았기 때문인지 결론이 뒤에 있는 문단을 만나면 답답해 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연구발표에 있어서도 한국식으로 인트로가 설득적이나 구구절절하고 길면 중간에 끊고, 뒤에서 다 설명하려고 했던 것들에 대한 질문을 하는 교수님들도 많이 봤습니다. 그럼 학생은 당황합니다. "뒤에 다 있는 건데.."라고 하면 심성이 고우신 분들은 기다려주시기도하지만, 바쁘시거나 성미가 급하신 분들은 그래도 대답을 원합니다. 그럼 발표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립니다. 간단히 대답하려다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깊이 들어가게 되거든요. 질문만 받다가 결국 인트로를 겨우 끝냈는데 남은 시간이 5분도 안남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질문에 답하다보면 발표 내용은 웬만큼 다 건드렸는데 그게 본인이 의도한 큰 그림대로가 아닌 질문에 답하다 그렇게 된거라 논리적 구성은 다 똥망엉망입니다.
그래서 모든 결론을 앞에 두려고 노력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논문에서 제일 첫 문장은 논문 전체를 대표하는 문장이어야합니다 (초록은 보통 In this paper, we... 혹은 This paper presents..처럼 시작하죠). 한 섹션의 첫 문장은 그 섹션을 대표하는 문장이어야합니다. 한 문단에서 첫 문장은 그 문단을 대표하는 문장이어야합니다. 그러고 나서 뒤에는 탄탄한 논리로 그 주제문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기본 형식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각 문단은 핵심 주제가 하나씩 있어야하며 이는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설계가 되어있어야합니다. 논문 전체의 모든 문단에 대해 이 작업을 하는 것이 사실 어려우니, 처음엔 각 섹션의 역할 정도만 잡고, 한 섹션마다 문단들의 개요를 구성하면서 각개격파하시면 덜 막막하실 겁니다.
지금까지는 전반적인 이야기였구요. 아래에는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자료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참고하시고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How to write a great research paper
https://www.youtube.com/watch?v=g3dkRsTqdDA
이건 영상인데 30분 정도 되긴하는데 꼭 한번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는 제가 예전에 영상을 보면서 정리해둔건데 영상내용이 다 들어있지 않으니 이것만 보지말고 영상을 꼭 보시기 바랍니다.
1. Start writing earlier.
2. Identify your idea.
3. Tell a story.
- intro: 1 page
a. describe problem (specific example).
b. state your contributions. (use bullet points and give references)
c. skip "rest of this paper ..." part.
4. Nail your contribution.
5. Related work
- after idea development
- comparison
a. don't downplay others' works.
b. be generous
c. your method don't need to outperform others in all dimensions: just mention good points.
6. Put your readers first.
- convey intuition first (an example and a general case, like speaking to people with a white board).
- don't explain a "personal journey.": describe the direct route to my idea.
7. Listen to your reader.
Heilmeier's catechism
http://www.design.caltech.edu/erik/Misc/Heilmeier_Questions.html
먼저 위의 링크를 한 번 보고 오시구요. 7가지 질문이 쓰여있습니다. 논문을 쓸때나 학회 등에서 발표를 할때나(포스터 발표도 역시) 처음에 이 7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독자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논문에서는 인트로에 들어가야할 것이고, 발표에서는 전체 발표의 처음 1/7-1/8 정도에 들어가 있어야할 내용입니다. 독자들이 이 논문을 제대로 읽을지, 청자들이 이 발표를 주의깊게 들을지 결정하는 단계에서 이 답을 주지못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니 초반부에서 꼭 제시해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How to Write a Technical Paper
http://ecee.colorado.edu/~mcleod/pdfs/UOL/references/howtowrite%20varsamopoulos.pdf
논문을 처음 쓰는데 뭐부터 해야할지 아무 생각이 없을때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 아는 이야기니 가볍게 보시면 좋습니다.
Theoretician's guide to the experimental analysis of algorithms
http://plato.asu.edu/ftp/experguide.pdf
이 논문은 길긴 하지만 알고리즘 쪽 연구하시는 분들은 꼭 정독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사과정 시작할 때 읽게 되었는데 그 뒤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그에 대해 논문을 쓸 때에 주의해야할 사항들이 적혀있습니다. 하나하나 주옥같은 이야기입니다.
Bugs in writing
http://www.amazon.com/BUGS-Writing-Revised-Edition-Debugging/dp/020137921X
이 책은 컴퓨터 사이언스 교수님이 쓴 책인데 쉽게 하는 실수나 헷갈리는 것들에 대해서 예문과 함께 잘 정리된 책입니다. 여기 있는 모든 자료들 중에 제게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책 입니다. 책을 읽어본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한데 저는 정말 사랑해 마지 않는 책입니다. 좋지 않은 평이 있는 이유는 이 책을 그냥 읽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활용하는 최고의 방법은 완성된 논문 초안을 옆에 두고, 책을 읽으면서 논문을 계속해서 수정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는 논문 한 편이 리젝이 됐는데 다음으로 노려보고자 했던 학회 마감이 두달 정도 남았었습니다. 더 높은 급의 학회라 왠만큼 수정해서는 쉽지 않을거라 생각했습니다. 마침 방학이라 지도교수님도 거의 한 달간 자리를 비우셔서 스스로 논문 수정을 했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매일 3-4챕터씩 읽으면서 논문을 고쳐나갔고 상당히 많은 실수를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약간의 추가실험에다 글쓰기만 새로 했을 뿐인데 더 높은 수준의 학회에 게재할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의 문제가 아니라 글쓰기의 문제가 더 컸던 것이었습니다. 꼭 논문 초안을 들고 이 책을 보시기 권합니다.
A summary of Mathematical Writing by Knuth et al.
http://jmlr.csail.mit.edu/reviewing-papers/knuth_mathematical_writing.pdf
첫 섹션의 overview라도 꼭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Etc
- How to be a successful PhD student
중요한 것들이 많이 적혀있습니다. 박사과정 동안 계속 기억하면서 실행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저 역시 한번 읽고는 잊어버린 것들이 많습니다. 매 학기 한번씩 간단히 읽고 remind 시키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people.cs.umass.edu/~wallach/how_to_be_a_successful_phd_student.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