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화장실 같이 가주면 안돼?"
새벽에 아들이 나를 깨우면서 하는 말이다.
캄캄한 밤 혼자 화장실 가기가 무서운 것 같아서 같이 가줬다.
아이에게는 안방에서 거실 화장실까지가 밤에는 특히 더 멀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며칠을 같이 가다가 어느 날 역시나 새벽에 나를 깨웠다.
어김없이 화장실에 같이 가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날은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유독 피곤한 날이었는데다 늦게 잠이 들어서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은 터였다. 아들에게 오늘은 혼자 가라고 했다. '아빠가 오늘은 피곤하고 잠이 너무 와서 그러니 혼자 갔다 오렴' 이라고 부드럽게 말해줬으면 좋았을텐데, 나의 대답은 마음과 달리 날카롭게 나갔다.
아들은 나의 반응에 바로 울먹이면서 혼자서는 무섭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어서 얼른 일어나 같이 갔다. 볼일을 보고 다시 침실로 들어와서 아들은 바로 잠들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또 순간의 감정이 바로 튀어나왔다는 사실에 자책감과 더불어 아들에게 미안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느끼는 감정은 '내가 이렇게 부족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거다.
아침에 일어날 때면 '오늘은 어제보다 한 번 더 기다려주고 내 감정을 아이에게 바로 전하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늘 쉽지 않다. 아이가 말도 안되는 걸로 떼쓰거나 할 때도 아이의 감정이 수그러들 때까지 우선 기다려주고 그 다음 설명을 해줘야 한다고 배웠지만, 그 찰나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바로 설명해버린다. 사실 말이 설명이지 혼내는 거나 다름없다. 그렇게 되면 아이의 기분은 더 상하고 나 역시 언짢아진다. 이렇게 될 걸 알면서도 또 그렇게 하는 내가 답답하고 한심하다.
특히 아들은 아빠의 모습을 보고 배운다고 하는데 더 조심해야지 하면서도 매번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조금이라도 내가 바뀌고 변화되어야 한다. 어제보다 오늘은 한 번 더 기다려주자. 한 번 더 기다린다고 큰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걸 이미 나는 알고 있음을 기억하자. 기다림은 인내심이자 마음의 여유다. 아이보다 어른이라면 더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또한 아직 6살 아이에게 아빠라는 존재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음을 가슴에 새기자. 아들이 새벽에 나를 깨우는 건 아빠는 무서움이 없고 옆에 있으면 든든하기 때문에 깨우는 것임을 잊지 말자. 아이의 기대에 실망감을 주는 사람이 되지 말자.
오늘 새벽에도 아들은 화장실에 같이 가자고 나를 깨웠다. 새벽 3시 40분이었다. 1시간 뒤면 출근하기 위해 일어나야 할 시간이어서 이 때 일어나면 다시 잠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늘은 바로 일어나서 같이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에서 나온 아들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도 나를 안아주며 같이 가줘서 고맙다고 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아주 조금은 더 괜찮은 아빠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