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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한 주말이 최고의 휴식이다.

2025년 10월 19일 일요일

by 지우진

주말은 한 주의 마무리이자 시작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바쁘게 일한 나를 위해 푹 쉬면서 다가오는 월요일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결혼 전에는 집에서 책을 읽거나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거나 도서관에서 자격증 공부를 했다. 그리고 부모님과 저녁을 먹고 9시쯤에는 잠자리에 들었다.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보냈다.


결혼 후에는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아내와 둘이 있을 때는 주말에 부모님과 만나서 밥을 먹거나 아내와 둘이서 운동을 했다. 결혼 초반에는 아직 차가 없어서 어디 갈 때면 버스를 타고 다녔다. 그리고 집에서 같이 드라마를 보고 같이 식탁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거의 모든 시간을 아내와 함께 했다. 내 친구들은 다 신부님들이라 각자 본인들 성당에서 바빠서 만나기 어려웠다. 결혼 전에는 시간적 여유가 더 많은 내가 그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주로 40분에서 50분 정도 지하철을 타고 가야 만날 수 있었다. 성당은 주말이 가장 바쁘기 때문에 평일에 만나러 갔다.

결혼 후에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내와 노는 게 더 재미있고 좋았다. "2025년 10월 17일 금요일" 글에서도 쓴 것처럼 아내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다.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도 부족하다고 느껴서 친구들과 연락하는 것도 뜸해졌다.

그래서 우리집에 놀러오는 사람들은 양가 부모님을 제외하면 언제나 아내의 친구들이었다. 아내가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은 고등학교 친구들이다. 결혼 후 나도 자주 만났고 만날 때마다 즐겁게 시간을 보내서 지금은 아내 친구들이 내 친구들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는 결혼했을 때보다 더 많이 바뀌었다. 모든 중심이 아이들이다. 주말에 어디 가고 싶은지 제일 먼저 아이들의 의사를 묻는다. 아이들이 원하는 걸 해주면서 우리가 가고 싶은 카페나 식당을 슬쩍 끼워 넣는다. 카페 정도만 우리가 원하는 곳을 가지 사실 식당도 아이들이 먹고 싶은 메뉴 위주로 정한다. 짜장면을 좋아해서 주말 점심은 웬만하면 중식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기를 구워 먹으러 간다. 아이들과 주말 일정을 정할 때는 늘 협상을 한다. 점심에 짜장면을 먹으러 가니 저녁은 엄마아빠가 먹고 싶은 생선을 먹자고 하거나, 엄마아빠가 좋아하는 카페를 먼저 갔으니 저녁에는 너희들이 좋아하는 놀이방이 있는 고깃집에 가자고 하거나 한다.


집에서 쉬고 싶을 때도 아이들이 밖에서 놀자고 하면 나간다. 둘째인 딸은 놀이터에서 놀자고 하고 첫째인 아들은 캐치볼을 하자고 한다. 아내는 딸과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놀고, 나는 아들과 열심히 캐치볼을 한다. 날씨가 궂어도 나간다. 이번 토요일(10월18일)에는 밖에서 캐치볼을 하는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다. 이미 땀이 난 상태여서 비가 더 많이 오면 들어가자고 하고 그대로 놀았다. 아들은 지리산에 놀러갔을 때 이후 비맞으며 노는 게 오랜만이라고 하며, 이렇게 야구하니 수중전이라고 더 재미있다고 즐거워했다. 비가 왔다 그쳤다를 반복해서 우리는 그렇게 1시간 30분동안 캐치볼을 했다.


물론 밖에 나가지 않고 하루종일 집에 있을 때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주말을 보내면 뭔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지낸 기분이다. 나는 집에 있는 게 더 좋은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한 번이라도 밖에 나가야만 주말을 제대로 보냈다고 느끼게 되었다. 분리수거라도 다같이 나가서 하고 오거나 집 앞에 있는 편의점이라도 다녀온다. 딸은 아이스크림, 아들은 초콜릿을 사서 같이 단지 내를 걸으며 먹고 들어간다. 이렇게 아이들과 온전히 보내는 주말이 이제는 가장 평안한 주말이 되었다. 이번 주말도 평안하게 잘 보냈으니 한 주간도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

20251019_울산간절곶에서 아들과 캐치볼.jpg 일요일(10월19일) 울산 간절곶에서 아들과 캐치볼. 아들이 행복해하니 그걸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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