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느려, “K-ODM의 현지화, 글로벌 역량 강화로 활로 찾아야”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떠나는 자 흥하리라." 성은 벽이고, 길은 글로벌 시장이다. 10년 여 안주하던 K-뷰티 콤플렉스를 날려야 활로가 보인다. 그래서 '막혀있는 단단한 뚝(장벽)을 허무는 사람-새뚝이’가 필요하다. K-ODM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EWT 심성환 이사를 만났다.
▲ 심성환 이사는 글로벌 ODM 시장의 장단점을 파악,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을 진행 중이다.
ODM도 소비자 선택을 받는 시대다. ’19년 K-ODM은 중국 시장에서 어닝쇼크라고 할 정도로 고전했다. 중국 로컬 온라인 브랜드가 색조화장품 1위를 차지하는 등 상위 순위를 차지했지만 주 고객사인 바이췌링, 쯔란당 등 전통 오프라인 고객사의 외형 성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코스맥스차이나는 물론 북경콜마, 코스메카차이나도 맥을 추지 못했다.
#1 중국 화장품 시장 세대교체 바람, 입지 좁아진 K-ODM
2020년에도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로컬 브랜드의 세대교체 바람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브랜드의 MOQ 축소와 중국 ODM사와의 기술격차가 줄어들면서 단가 인하 압력이 거세다. K-ODM의 활로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주)이더블류티(EWT) 피터 심(Peter Shim) 이사는 젊다. 대신 글로벌 ODM을 두루 경험하고, 나름 ‘ODM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를 구축한 자료는 주목할 만하다.
먼저 심 이사로부터 C-ODM 현황에 대해 물었다. 그는 “현재 중국 화장품 시장은 한국 화장품의 전성기(’12~‘16) 같은 느낌이다. 로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K-ODM이 한국 내수시장 기반으로 큰 성장을 했듯, C-뷰티 성장으로 C-ODM은 향후 글로벌 리딩 ODM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K-ODM은 지고, C-ODM으로 대체될 거라는 전망이다.
중국 현지에서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B대표는 “솽스이(광군제)는 모바일의 5G 시대 진입에 따라 즉시성(卽時性)을 요구하는 Z세대 소비층의 변화를 보여줬다. 앞으로 스피드에 적응하지 못한 브랜드는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속도 변화(Speed Changing)에 둔감한 K-ODM의 위기와 맥락이 닿는다.
#2 중국 로컬에만 있는 카르텔
▲ 투자설명회에서 글로벌 ODM시장을 소개해 호평을 받았다.
심 이사는 K-ODM과 C-ODM의 기술 수준 차이는 기초에서는 큰 차이가 없고, 색조 파우더 분야는 오히려 중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둘째 C-ODM이 가지고 있는 전략적 공급망 구축(Supply Chain)이다. 화장품의 내용물+용기+단상자 등 모든 부자재의 중국 내 수급이 가능해 가격 경쟁력이 강하다. 또 후샹방주(互相帮助: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서로 이익을 가져가는 도움이 되는 관계)로 요약되는 서플라이어(Supplier)들의 끈끈함이 강점이다.
심 이사는 “중국 ODM 사는 시내 외곽에 위치해 공장 내 손님을 위한 식당이 따로 있다. 평소에도 ODM, 용기, 부자재 기업이 수시로 모여 식사하며 친분을 다지고 비즈니스를 논의한다. 그들은 단순한 친구 펑요(朋友)가 아닌 숑디(兄弟)라고 부른다. 신속한 투자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생산 Capa 확대나 저렴한 가격 공급이 금세 이뤄지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K-ODM이라면 한두 달 걸릴 일을 일주일이면 뚝딱 해치운다. 왕홍 라이브 방송을 하는 온라인 브랜드의 수요에 즉각 대응하는 비결이다. 그는 C-ODM의 장점을 ①스피디한 개발 기간 ②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한 생산 캐파 확대 ③공격적인 로컬 신규 고객 유지 및 적극적 고객 대응 세 가지로 요약했다.
#3 ’판을 읽을 줄 아는‘ 글로벌 ODM 영업 전문가
▲ 심성환 이사는 한국·미국·일본·중국 등에서 탄탄한 현지 네트워크를 가진 Global 영업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심성환 이사는 “K-ODM은 변화하는 중국 시장의 패러다임 대응에 전략적 미스를 범했다. 중국 문화, 중국 시장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현지화를 할 수 있는 맨 파워가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 보니 일부 제품 생산 캐파 부족에 따라 로컬 ODM에 비해 한참 느려진 개발기간으로 고객 이탈이 가속화됐다”라고 진단했다.
심 이사는 다양한 경력으로 화장품 전반의 프로세스 이해가 깊다. 소재 개발 회사와 닥터자르트 등에서 해외영업을 거친 영업맨이다. 최근까지 중국 로컬 색조 ODM 1위 A&H상하이에서 근무하며 중국 로컬 화장품 ODM 최초로 에스티로더 밴더 등록 및 세포라의 메인 히트상품 ‘TOO FACED 아이섀도 팔레트’를 납품하는 성과를 올렸다.
미국에서 고교, 대학을 다닌 심성환 이사는 영어, 중국어에 능통하다. 소재-브랜드-ODM사를 두루 거치고, 일본 스미토모상사, 중국 로컬 ODM 및 동남아 현지 ODM 등 일선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는 한국·미국·일본·중국 등에서 탄탄한 현지 네트워크를 가진 Global 영업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그가 직접 만든 글로벌 ODM 분석 리스트에는 해외 주요 화장품 및 인디(Indie) 브랜드의 소개, 특징, 판매 경로, 제품 리스트, 단가, 비교표 등이 빼곡하다.
심 이사는 “미국 시장에서는 5~6년간 성장세를 이끌던 인디 메이크업 브랜드의 성장이 주춤하고, 인디 스킨케어 브랜드가 부상하고 있다. 에스티로더, 로레알 등의 이들에 대한 M&A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도 중국 관광객 수요에 대응해 인터코스 재팬(인터코스+스미토모그룹 계열사와 협업)이 설립되는 등 J-뷰티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의 할랄 뷰티는 성장 전망이 밝아, K-뷰티에겐 중국을 제외한 제2의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K-뷰티의 활로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심 이사는 “K-브랜드는 시세이도와 고세처럼 해외 브랜드의 M&A 등으로 철저한 현지화 및 선진 마케팅을 접목해야 한다. K-ODM은 서둘러 기술개발, 신규 고객 발굴, 원가 등을 개선하여 중국 로컬 브랜드의 요구사항인 개발기간 단축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또 다양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중국, 미국 시장에서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제2의 도약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0년을 맞아 그는 K-ODM의 발전 가능성 확대에 승부를 걸 생각이다. 현재 중국 로컬 화장품 ODM, 동남아 화장품 ODM, 화장품 용기, 원료 등을 북미와 중국, 동남아시아에 판매하는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K-ODM의 역동성(dynamic)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다. 글로벌 ODM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 K-ODM의 확장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미국 시장에서는 K-ODM과 C-ODM은 차이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K-ODM 경쟁력 강화가 2020년 과제로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