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융합대학원장..."NCS형 안전·안정성 교육 도입해야
▲ "맞춤형화장품은 개인화 화장품 요구에 대응해야 하므로 실무교육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라고 김주덕 교수는 강조했다.
최근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의 합격률로 응시자의 반응이 뜨겁다. 지난 6일 제2회 시험 때의 합격률은 10.1%로 1회의 33.1%에 비해 난이도가 훨씬 높았다. 중간에 코로나로 인해 8월에 치른 특별(추가)시험의 합격률은 9.9%였다. 국민청원에는 10만 원의 응시료가 고가라며 ‘돈벌이 수단’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1 다양한 계층이 응시, '어렵다' 90%
이에 대해 성신여대 뷰티대학원 김주덕 교수는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시험은 화장품에 관심이 높은 다양한 계층이 시험을 본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의사, 약사, 피부관리사, DIY 업종 종사자들이 응시하는데 난이도에 불만이 높다. 1, 2회 시험 문제는 내가 봐도 어렵게 나왔다”고 말했다.
시험의 난이도는 맞춤형화장품 제도 도입 취지와 부딪친다. 김 교수는 “일자리 창출과 고급의 전문인력을 현장에서 활용함으로써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게 식약처의 방침이라면, 차라리 NCS와 같은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응시자들을 조사한 논문이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자격증의 시행 실태와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정효원, 성신여대 뷰티융합대학원 화장품학 전공)다. 1회 논문 응시자 중 응답자 408명을 대상으로 한 41개 항의 설문조사는 향후 방향성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준다.
▲ 김 교수는 "의사, 약사, 피부관리사, 관광 등 다양한 계층이 응시한 이유는 화장품이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이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분야와 시너지도 내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실무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2 절반 가까이 객·주관식 어려워, 채점 공정성도 의문
첫째 응시자들은 ▲서울(37.8%) ▲독학(62.3%) ▲응시 준비기간 1~3개월 미만(49.5%) ▲자격증 응시료 비쌈(63.2%) ▲과락제도 필요(84.1%) 등에서 1위 응답률을 보였다. 응시 준비기간은 선행연구(3~6개월) 보다 짧게 나타났다. 이는 문제의 난이도, 교재 부족, 자격증 이해도, 1회 시험이라는 상징성 등에서 응시자들의 인식을 보여준다.
둘째 응시자들은 ▲시험시간 정도(보통 29.2%) ▲객관식 난이도(보통 43.6%) ▲주관식 난이도(어려웠다 46.1%) 등에서 1위 응답률을 보였다. 주·객관식 모두 절반 가까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는 ‘시험문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나타나 82.1%가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채점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도 세 명 중 한 명(34.7%)이 공정성에 의문을 보였다.
셋째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자격증의 경우 법제화된 교육 이수시간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2.7%에 달했다. 적절한 교육 이수시간은 100시간 이내가 66%였다. 이는 응시자들도 실제 업무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반증한다.
넷째 실기시험에 대해선 응시자의 62.7%가 추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추가 내용으로는 ‘화장품 제조 실습’이 절반(49.1%)에 육박했다. 반면 실기과목이 추가되면 비용 부담이 커져 반대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시험 과목 포함과 상관없이 대부분이 실습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이밖에 주관식 채점 시 공정성 유지 어려움(20.3%), 문제지 회수로 인한 문제 이의제기 어려움(20.3%) 등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연구자는 “맞춤형화장품판매업 가이드라인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작업장 위생 규정과 맞춤형화장품 사후 안전성에 관한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사료되며, “타 국가자격증과 유사하지 않은 수준의 높은 응시 수수료는 조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논문을 지도한 김주덕 교수는 ”이론시험만으로 자격을 주고 합격률을 조정하는 것은 맞춤형화장품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 현장에서 응용해야 하는 실무지식과 기술 기반의 실기 교육과 법제화된 교육 이수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3 바이오·IT·관광 등과 시너지 위해 변화 필요
화장품법 상 ‘맞춤형화장품’이란 소비자 요구에 따라 화장품의 내용물과 원료를 혼합하여 제공하거나 내용물을 소분하여 제공하는 화장품을 말한다. 곧 “customize cosmetics”란 뜻이다. 방향용, 기초화장품용, 색조화장용 제품류의 ▲내용물+내용물=혼합 ▲내용물+원료=혼합 ▲내용물(벌크)÷소분 등이 허용된다. 주로 화장품의 제조·생산이 아닌 응용을 통한 판매다. 개인화된 화장품의 요구는 현장에서 다양한 사례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김주덕 교수는 “화제를 모으고 있는 톤28은 무료 피부 진단→피부 부위별 바를거리 가이드 제공→ 28일 주기로 화장품 배송 등 맞춤형화장품의 구독경제를 선보였다”며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자격증 수준은 화학물질만 외우는 게 아니라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현장에서 응용하고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필요성을 제시했다.
따라서 합격자의 사후 교육을 위해서 시설을 갖춘 위탁교육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그 사례가 NCS의 화장품제조(NCS 분류 17.화학>03.정밀화학제품제조>01.생리활성화제품제조>03.화장품제조)다. 그는 “세계 최초로 도입한 맞춤형화장품 제도의 취지에 맞고 기능성화장품을 잇는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NCS형 실험·실기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회에 걸쳐 1만 6432명이 응시한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시험의 난이도는 평균 22.5%다. 배출된 합격자 수도 3694명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 맞춤형화장품판매업을 신고한 기업은 58개사다. 현장에서는 즉시 실무를 담당할 조제관리사를 필요로 한다. 이론만의 시험이 가진 한계다.
김주덕 교수는 “다양한 계층이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시험에 응시하는 이유는 국민들의 관심이 높고 사업 아이템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진입을 어렵게 하기보다 생활화학 측면에서 안전·안정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통해 관광·제약·문화·IT·바이오·미용기기 등의 분야와 시너지를 낸다면 일자리 창출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먹거리로써 화장품산업의 저변 확대’라는 김주덕 교수의 제언이 귀에 쏙 들어왔다. 또한 SNS에 떠도는 불량정보를 막고 올바른 화장품 소비 정착에도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의 역할이 크다. 화장품을 이론으로 바르는 게 아니라면, 조제관리사를 위한 지속적인 품질·안전교육 시스템 구축이 당면 과제라 할 수 있다.
▲ 성신여대 뷰티융합대학원의 메이크업 실습실 모습. 화장품의 안전, 안정성을 위한 교육은 실무기반 교육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