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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필리아 Feb 20. 2022

미니멀 라이프 추구한다며? 내가 중고를 애용하는 이유

물건의 가치는 내가 사자마자 하락한다!



물건의 가치는 내가 사자마자 하락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한다는 말만 이미 6년째


미니멀 라이프라는 삶을 추구하지만, 정작 집에 정말 최소한의 물건만 내버려두고 사는 건 아니다.

티브이에 보면 정말 넓은 집에 넓은 수납공간과 함께 각 방마다 텅 빈 공간을 보여줄 때면 "집이 넓으니 미니멀해 보이는 거 아니야?" 또는  "내가 무슨 미니멀 라이프야?" 라며 자괴감이 오기도 하지만 나는 우리 집이 그래도 현실판 미니멀 라이프(24평)라고 생각한다.


진짜 아이 낮잠이불도 한 개밖에 없고, 우리 이불은 겨울이불, 가을 이불, 여름이불 각각 한 세트씩이 전부이다. 추가로 사기보다 웬만해서는 중고를 이용한다.


작은 평수에 수납공간이 넉넉지 않다는 핑계를 대보며 오늘은 아이방 정리에 들어갔다. 다른 장난감이 우리 집에 들어오면 기존 장난감은 정리하는 게 나의 원칙이긴 하나 코로나로 인해 가정 보육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장난감과 책은 포기하지 못하는 물건이 되었다.


24평의 집에 하루 종일 아이와 둘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당근 마켓을 보며 우리 집에서 아이와 함께할 물건들을 찾게 된다.



무료드림받아온 가베를 정리하기 전


물건을 사고 싶다는 욕망은 엄청나지만!

물건을 갖기 전에는 그것을 보고 사고 싶다는 욕망이 엄청나지만 그 물건을 갖고 나면 물건이 주는 설렘은 반 이하로 떨어진다. 여행과 돈을 주고 하는 경험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대화거리에서 소소한 주제가 되고 행복이 되지만, 물 물건은 이야깃거리가 되진 않는다.


요즘은 워낙 많은 물건들이 나오고 육아용품도 육아 템, 국민 템이라는 단어와 함께 정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물건처럼 집에 두곤 한다. 


내가 나의 가치관을 확실히 적립하지 않으면 아이방도 물건으로 넘치는 건 식은 죽 먹기이다. 

나 스스로도 알고 있다. 이 물건을 손에 넣고 난 뒤, 이 물건에 대한 애정이 금방 식어가는 것을,

몇 번 애정 하는 물건을 비움 해보았지만 정리하고 나니 생각보다 마음에 미련이 없었다. 어쩌면 내 마음에서 살짝 집착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애정 하는 물건이라고 생각했던 것 역시도 금세 잊혀버리는 걸 보고 그래서 아이 방은 더욱 중고를 애정 한다.


특히 첫째 때 멋모르고 아이를 키우던 시절에 필수라고 여겼던 국민 템들도 결국 한 달,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들도 참 많았다. 쉽게 버려지고 쉽게 소모되는 아이들 용품.


어린이집 선생님이 물려주신 변신로봇



아이들을 보면서 가장 빨리 깨달을 수 있다. 우리가 물건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지!

아이들은 사고 싶은 장난감이 있으면 졸라 대거나 그 물건을 가지고 싶어 한다. 아이의 눈빛에 흔들리고, 괜히 안 사주면 마음이 짠해 몇 번 사준적 있었지만 며칠 뒤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장난감을 보고 결심했다.

투자할 건 투자하고 과감히 중고를 애용하자.

나는 현재 아이의 물건, 옷 대부분이 중고이거나 물려받은 것들이다. 내가 돈을 주고 사준 옷이 10벌이 채 되지 않는 것 같다. (현재 나이 5살)


아이 물건을 무료로 지인이 준다는 것은 솔직히 사양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시기라는 게 있고 오랫동안 가지고 놀 수 있는 것들이 아닌 게 많기 때문에 이렇게 가지고 놀다가 또 교체하면 된다.


여기 보이는 곳 총 5만 원도 안 되는 구성으로 완성 (피타고라스 3만, 타요 장난감 2만)



사실 이번에 둘째 임신 임부복도 중고로 무료드림받았다!

아니 그래도 입던 옷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임산부가 우리가 매년 오는 것도 아니고 정말 인생에 한, 두 번 올까 말까 한 시기이다. 잠깐 입겠다고 구입해서 그렇게 버려지는 옷들이 얼마나 많을까?

환경에 대한 공부, 옷 폐기물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하고선 옷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대부분의 옷은 합성섬유로 만들어져서 또 다른 미세 플라스틱을 배출하고 있으며, 옷을 한번 세탁할 때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은 어마어마하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fast패션이라는 게 유행하면서 빨리 소비하고 빨리 버리는 옷들은 결국 지구 상 어딘가에 하나의 쓰레기산으로 버려지고 있다. 얼마 전 동남아의 한 강에서는 옷으로 인한 합성섬유 오염으로 색깔이 파란색이었고, 그곳의 소는 풀이 아닌 옷을 뜯어먹고 있었다.


헌 옷 수거함에 넣으면 누군가는 입겠지? 했던 옷들이 그렇게 다른 나라에서도 감당 못할 쓰레기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떠한 물건이든 일단 한번 만들어진 물건이 의미 있게 삶을 살다가 가는 것이 그 물건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새 거냐? 중고냐?를 탓할게 아니라 이 물건의 수명을 늘려주는 일을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그래서 당근 마켓을 애용한다. 그리고 당근에서 애용된 물건은 또 다른 쓰임이 있기를 바라며 나눔 또는 아름다운 가게 등에 기부한다. 기부할 때 내 마음 역시도 누군가에게 잘 쓰이길 바라며...


신랑이 중고로 사 온 고고 다니오 장난감


중고를 사고파는 것이 번거로운 것도 있지만 집에서 그냥 정리하기 힘든 물건, 버리기 아깝지만 정리하고 싶은 물건이 생겼을 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중고 판매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만들어지고 생산되는 물건들은 어마어마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현명한 소비자가 되지 않으면 그 물건에 쉽게 현혹되어 사버리게 된다. 일단 만들어진 물건이 정말 수명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우리 한 물건에 대한 애정을 가득 줘보자.


나는 그렇다. 우리 집 아이가 "엄마 왜 우리는 중고로만 사요?"라는 반응이 아니라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꼭 새 걸로 구매하는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물건의 귀함을! 자원에서 얻어 만들어진 소중한 것들임을! 

솔직히 중고에 맛을 보게 되면, 새것으로 사는 게 이제는 아까울 정도이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반값 이하로 구매할 수도 있고, 경제적인 면에서 절약이 되어서 좋다. 여기에 요즘 사람들은 정말 더러워져서 낡고 낡아서 버리는 게 아닌 것들이 참 많다. 



지인에게 물려받은 책과 집 앞 분리수거장에서 주어온 책장


옛날에는 그릇 하나도 소중하게 여기던 때가 많았는데, 물질의 풍요가 무엇이든 당연시되고, 명품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것으로 가치가 올라간다고 믿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삶을 살아야 한다. 기껏해야 100년 남짓한 인생에서 무엇을 그리 가지고 싶어서, 무엇을 그리 얻고 싶어서 우린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집착할까?


코로나로 인해 집에 갇혀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미니멀이 아닌 맥시멀 라이프가 다시 성행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답답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다 보니 자연히 물건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계속해서 우린 인지해야 한다. 물건의 수명과 가치를! 물건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떻게 버려졌는지 그 이면을 생각한다면 쉽게 사고 버리는 행위 자체가 다른 사람보다 어렵게 느껴진다.


오늘부터 물건을 정리할 때 그냥 버리지 말고 기부나, 드림, 판매 등을 통해 물건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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