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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필리아 Aug 09. 2022

둘째 출산, 조현병엄마 그리고. ..삶

내려놓음

나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며칠 전 둘째가 태어났다.

난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내가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나는 엄마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 걸까?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나는 우리 엄마를 애착의 대상,

사랑의 대상보다 조금은 묵직한 책임감이 공존하는 그런 가족의 대상으로 더 보게 된다.

엄마는 지난 26살 이후부터 현재 3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조현병을 앓아왔다. 조현병이 쉽게 좋아지지 않지만 그래도 젊은 세월 동안은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외부에서 활동을 좀 하고 친구도 만나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엄마는 무기력 그 자체이며 혼자서 버스도 타지 못하고, 혼자서 외부 활동을 한다는 것을 상당히 힘들어한다.

모든 활동에 대해 쉽게 두려움을 느끼고, 행여나 외국인이나 조금 이상한 사람을 거리에서 마주하고 올 때면 더욱 피해 망상이 커져 와해된 사고를 한다.

그런 엄마를 보고 있노라면 참 답답하다 싶다가도,

이번에 둘째를 출산하면서 병원에 일주일 입원 동안 엄마의 마음도 좀 느낄 수 있었다.

몸이 아프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무기력해졌고,

병원에서 할 게 없었다. 밥을 많이 먹든 적게 먹든 체크하는 이가 딱히 없으니 많이 먹지 않았다. 

그렇게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침대에 누워있거나 기껏해야 복도를 두세 바퀴 정도 도는 것이 일과의 전부였다.

무통주사와 페인 버스터가 그나마 날 버티게 해주었지만 그렇게 24시간을 보내면서 ‘아, 엄마가 심하게 아프면 무조건 병원에만 보내려 했던 내가.. . 한편으론 엄마의 조현병 증상을 더 심화시켰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한때 너무 안 좋았을 때 우리 가족이 더는 버티기 힘들어 엄마를 입원시키려 했을 때,

우리의 마음과 몸은 편해졌을지언정, 엄마는 이런 하루를 보냈겠다.

엄마를 이해한다고 겉으로는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내 마음 깊이는 엄마와의 정서적 교류가 없었고, 그것으로 오는 애정결핍

그래서 더 내 가정에서 누리는 화목하고 소박한 지금이 좋았다.

그런데 지금 내가 지키고자 하고 내가 누리고자 하는 가정에서의

신뢰를 잃어가는 순간! 이미 말라버린 꽃에 물을 주는 것 같은 삶을 살게 된 것 같다.

정기적인 월급 받아 가며, 지금처럼 작지만 내 사업도 조급하면서 부수익을 내고,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은 나의 욕심인가?

둘째를 출산하고 몸조리를 할 겨를도 없이,

다시 나에게 주어진 상황이 압박을 걸어오는 것 같다.

'쉬지 마, 너 쉴 자격 없어! 몸조리하는데 돈 쓰지 마. 너 빨리 움직여야지'

정신 바짝 차리라고 이런 시련 주나 싶고, 

조금만 내가 나태해져서 나에 대해서 좀 안일한 마음을 내면 뭔가 이런 상황들이 터지나 싶어서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질 못하겠다.

마음공부 영상 수없이 보고 해도 올라오는 불안함

매번 명상 채널 같은 거 보면서 수시로 단련하려고 하지만

가끔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를 받을 때면 마음이 무너져내린다.

내가 마음공부 영상 본 걸 비웃기라도 하듯 그냥 마음이 다 무너져내린다.

그리고 내 상황을 둘러보고 현실 자각!

그래, 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가족이지?

여기에 나의 인생에 또 하나의 걸림돌 신랑

믿음으로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난 또 이 상황을 극복하고 헤쳐나가야 하는데 믿음이 깨진 상태에서 이게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이젠 스스로에 대해서 자신이 없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들이 주변 핑계대기 참 좋다.

신랑 핑계, 엄마 핑계, 아빠 핑계, 자식 핑계 대며 안 할 이유, 움직이지 않을 이유 등을 되는 것이 참 유리한 조건이다.

마음이 힘들 때 그냥 솔직하게 이렇게 글을 적는다.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내 마음에서 이러한 마음이 올라오는구나'를 바라볼 수 있어서.

힘들 때 지인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가장 큰 건 내 부모에게조차 힘듦을 절대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도 한몫한다.

내가 곁에서 의지하고 믿고 가야 할 신랑에게 배신당하니 더욱이 기댈 때가 나 자신밖에 없다.

그래서 가끔 이 자신을 내려놓고 싶다.

그냥 내가 악착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

우리 부모님 죽기 전에 그래도 집하나 사드리고 싶다는 생각

다 욕심인 것 같고 내려놓고 싶다.

엄마가 너무 안 좋아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불안함에 떨고 있을 때

옆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무기력해진다.

내 선택에 의해서 일어난 결과들이라기엔 괜히 잔인하게 느껴진다.

도와준 사람들,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로 버티는데 

이 버팀도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 

좀 더 가까운 미래에는 엄마를 돌볼 날도 온다는 것을 자각하면

일어날 수 있는 길들을 택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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