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난 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이혼을 결심하고 여기까지 오는데 1년이 걸렸다.
우리 둘째가 돌을 앞두고 있다.
뭔가 모순적 일지 모르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축복인지 불행인지 힘든 일이 연달아 터졌다.
사실 이전 블로그글을 보아도 힘든 일이 없었던 적은 없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누군가에게 압박받고, 협박과 같은 연락을 받는다면
쉽게 이겨내기 힘들다.
(브런치에는 웬만해선 나의 솔직한 생각, 이야기를 전달하지만 힘든 일들 차마.. 입밖에 내지 못한다.)
성향 상 매사 계획적이고 나만의 규칙과 틀 안에서 움직이려는 성향이 있다 보니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아니 이건 성향이 어떻든 간에 문제가 아니라 아마 그 누구라도 힘들었을 거다.
갓난쟁이를 눕혀두고, 택배를 싸고, 글을 썼던 지난날
돌이켜보니 너무나 잘했다고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이혼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 이혼을 하고 나처럼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1. 모든 것은 지나간다.
2. 힘든 상황에 집착하지 말고 오늘 할 수 있는 것 하자.
3. 혼자라는 것을 인정하자!
딱 3가지다.
내가 마음을 빨리 다잡을 수 있는 이유였다.
연인의 헤어짐이라면 진작에 끝났을 헤어짐이지만
결혼 후 아이 둘을 키우는 부모로서의 이혼은 급이 다르다.
정말 연락도 하기 싫고, 너무나 싫지만 기다리게 되는 사람
살아온 정, 아이아빠라는 이유로 마음에서 찾게 된다.
특히나 아이가 아빠를 찾는 날이면 나의 이혼이라는 결정이
굉장히 죄책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 이혼하는 걸까?
나 하나만 눈감고 참으면 이 가정은 다시 평화가 찾아올지도 몰라.
이렇게... 다시 열심히 살면 또 좋은 날이 올 거야.
절레절레
더 이상 이 사람과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못 참겠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배신감과 증오가 가끔 찾아든다.
이혼을 결심하기까지 정말 많이 무서웠다.
경제적인 부분, 아이들 케어 등등 혼자서 내가 할 수 있을까?
많이 두려웠다. 많이 슬펐다. 많이 힘들었다.
현재 평일에 이렇게 혼자 아이들 케어하며 보낸 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나간다.
이제는 지금의 패턴에 익숙해지고 있다.
내가 추구하는 행복이란 가족을 빼놓을 수 없고,
내가 그런 행복한 가정을 꿈꾸고, 만들며 살고 싶었는데
내 인생에서 그 행복은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혼자라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인생에 힘든 일이 닥쳐왔을 때 빠르게 이겨내는 방법은
어차피 일어난 일이니까, 지금 이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니까!
그럼 내가 오늘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이다.
그렇게 몰입하고 하루에 집중하다 보면 무사히 오늘이 지나가고, 일주일이 지나가고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이 흐른다.
아직 돌도 안된 둘째를 6개월부터 어린이집 보내기 시작하고, (시간제보육이라 최대 4~5시간) 본격 일에 더 집중했지만 그것이 수익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스스로 번 돈으로 모든 생활비와 기본적으로 나오는 공과금, 세금을 해결할 수 있었다.
매일 할 수 있는 것을 조금씩 했다.
눈을 떠서 할 수 있는 필수적인 것들...
크몽블로그알바, 쇼핑몰마케팅, 글쓰기등 수입적으로 연결되는 것들이라면 매일 해왔다.
어린이집을 보내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4~5시간인데
이때 강의를 하러 갔다 오거나 택배 단체주문이 들어오면 택배를 싸고
그렇게 하다 보면 이미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하루를 3번으로 나눈다.
아침, 점심, 저녁이 아니다.
내게 있어 하루 3번은
Part1. 어린이집 보내고 일을 할 수 있는 시간 (10~3시)
Part2. 하원 후 아이들과 보내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3~10시)
part3. 아이들이 잠들고 난 후 다시 찾아온 내 시간(10~1시)
아이들이 내가 적어둔 저시 간에만 칼같이 자두면 참 좋으련만,
현실은 11시에 잔적도 많고, 이앓이인지 성장통인지 새벽마다 우는 둘째 달래느라 피곤함에 지칠 때도 많다.
그래도 내가 빼두지 않고 하는 것이 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을 쓰면 나의 내면이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글쓰기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내 안에 느끼고 있던 감정과 생각들을 적다 보면 그렇게 표현하다 보면 정화된다.
글을 적는다고 해서 무조건 정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 안에 있던 감정을 꺼낼 수 있다.
오로지 돈을 버는 것만 하루종일 했다면 벌써 극한 우울증에 시달렸을 거다.
어린이집 보내고 유일하게 홀로 외출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그 시간에 드라이브도 가고 가끔 산책도 간다.
이 삶이 가능한 이유는 '디지털노매드'라는 콘셉트아래 내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컴퓨터로 일하는 삶을 놓치고 싶지 않다.
이혼이 많이 무섭고, 많이 힘들다.
특히 어떤 특정상황들을 마주할 때 외롭고, 울적하고,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혼을 공개적으로 주홍글씨처럼 이야기하고 다닐 수 없지만
그냥 일상생활하다 보면 북받쳐올 때가 있다.
그리고 아이가 있는 이혼은 완전히 연락을 끊을 수 없다.
남편과 나는 약속했다.
'아이에게는 적어도 좋은 부모가 되자고, 건강한 이혼을 하자고'
이혼이라는 것이 아이들에게 상처이겠지만,
내가 이혼을 경험함으로써 홀로서기로 성장하듯이
아이들도 지금의 아픔을 아픔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기적일 수도 있겠지만 나 또한 엄마의 조현병이 어릴 적에는 원망스러운 부모였지만,
내가 더 이렇게 홀로 빨리 독립할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된 것 같다.
그 어떤 사건이든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이혼은 나의 운명, 나의 인생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아이들이 느낄 감정, 이혼 후 아이들 케어
#이혼을 결심하기까지 남자가 아닌 동반자를 만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