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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필리아 Oct 23. 2024

부모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아

아픈 아빠, 아픈 엄마 둘을 보고 산다는 건

부모가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 굉장히 버팀목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아픈 엄마라도, 아픈 아빠라도 지금 내 옆에 있다는 그 존재만으로 분명 내게 힘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도 부모답게 해야 부모다.

학생은 학생답게,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해야 사람인 거다.


사람인데 동물짓을 하면 그것은 동물이다.


우리 부모님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바로 나의 일이고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공감적 사고를 안 하려고 한다. 공감하면 가슴이 아프다. 


이제는 거의 40년이 넘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엄마, 정말 지긋지긋하다.

암도 이것보다는 짧게 투병하다 가면 되는데...


가늘고 길게 사람을 피 말린다. 


결혼 후 완전히 독립한 후에는 부모님과의 거리를 둔다.

돈이 필요할 때, 간혹 아이들을 보여줄 때 말고는 연락 안 한다.

연락하면 신경 쓰이고, 내 부모라서 속상하다.


며칠 전 부모님의 집에 화장실공사가 들어가서 어쩔 수 없이 우리 집에 3일 동안 있었는데,

난 이제 너무나 혼자 사는 것에 최적화되었나 보다.


누가 있는데 굉장히 신경 쓰이고 불편하더라.

일하고 돌아왔는데 애들밥은 물론이고 아픈 부모님이기에

밥도 내가 다해... 아침엔 일찍 일어나셔서

종교 기도를 계속하시는데, 그 소리에 눈을 뜨는 내가 싫었다.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허리가 안 좋으셨는데, 지금 그 아픈 허리 때문에 잘 걷지도 못하신다.

우리 집에서 3번이나 넘어진 아버지 보면서 시한폭탄이 내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언제 여기서 더 무슨 일이 크게 생겨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그 시한폭탄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엄마는 질질 짜면서 이야기하고, 보통의 부모가 아닌 우리 부모를 보면 답답하다.


더 내가 이혼했다고 이야기할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1년넘게 말못하는중..아무상황도)

여기에 정말 화났던 건 진짜 나는 매일 그래도 나름 고군분투, 

열심히 살면서 하루하루 즐기고 재미있게 살려고 하는데!

어떻게 사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친척 고모딸내미는 성격이 좋고 고분하고 말도 차분하게 하는데,

니는 애들한테도 그렇게 화내고 하면 애들이 안 듣는다고...

(맞는 말이긴 해서 더 그랬다. 화 안 내면 듣지도 않아)


남편이 이렇게 출장이 잦으면 돈을 천만 원 가까이 벌갰네? 하면서

비꼬는듯한 발언처럼 느껴져서 추가로 화가 났다.


그냥 그 며칠 집에 있는데 자꾸 넘어지려는 아빠와

누가 뭐 안 해주면 잘하지도 못하는 엄마에게 화가 났다.


보통의 부모와 달라서.. 내 힘듦을 모르면서...

내 부모가 날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속상했다.


"아 맞다. 우리 부모님은 다른 부모들하고 다르지!!!!!!!"


부모가 나이가 들고 점점 더 기력이 없어져서

정신적으로 조금씩 기대고 있음을 느낄 때 약간 벅차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건, 재작년 이맘땐 난 너무 힘들었고,

그때보다 지금 정신과 마음이 많이 회복되었다.


솔직히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부모님의 아픔이 절정에 달하더라도

내 마음이 너무 아래로 추락하지 않을 것 같다. 


조금씩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너무 기쁜 일도, 너무 나쁜 일도 아빠가 은연중에 들뜨지 마라라고 이야기했던 

그 이야기가 이해가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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