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러닝화를 하나 샀다

by 배은빈

러닝화를 하나 샀다. 나는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해서 운동화도 항상 스니커즈를 신고 다녀서 쿠션이 있는 묵직한 느낌의 러닝화는 내 것이 없었는데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 매장에서도 신어보고 하며 러닝화를 하나 장만하였다. 평소 내 취향이 아닌 러닝화를 구매한 이유는 온전히 서점 매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일을 하기로 하고 출근한 첫날, 용감하게도 편평한 바닥의 쿠션이 거의 없는 흰색 스니커즈를 신고 출근하였는데, 발바닥이 너무 아프고 발목은 부러질 것 같아서 다음날은 급한 대로 엄마의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였다. 엄마가 나보다 발이 조금 더 커서 엄마의 운동화는 내게 조금 컸지만 엄마가 깔창을 하나 더 깔아주어서 그런대로 신을 만은 했다.

응급조치를 일단 취하고 매장일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집에서 가까운 쇼핑몰을 한 번 둘러보았다. 예쁜 신발들이 너무 많았다. 그 중 내 마음에 쏙 든 것은 역시나 스니커즈 형태의 운동화였다. 한 번 신어 보았지만 이 신발을 신고 일하면 정말 발목이 부러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슬그머니 신발을 벗어 매대에 내려놓았다. 내가 내 돈을 주고 상품을 구매하려는데 짜증이 났다. 내 마음에 드는 디자인으로 예쁘게 신고 싶은데 매장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그렇다고 신발 하나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는 없으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며칠 동안 검색하고 고민한 끝에 한 모델을 선택했다. 일단 스포츠 브랜드의 러닝용 상품을 선택했다. 이 정도면 하루종일 매장에서 일을 해도 기능적으로는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도 러닝화 중에서도 디자인이 가장 단순한 것을 골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투박해 보이는 느낌은 컬러로 어느 정도 상쇄된다. 전체적으로는 검은 바탕이지만 끈 색상은 브라이트 크림슨, 로고 색상은 발틱 블루, 끈이 덮고 있는 텅 부분은 푸크시아 드림으로 꽤 화려한 색상이다. 매장일을 하지 않았다면 내 돈 주고 이 신발을 살 일은 없었을 테지만 구입하여 신어보니 또 나름 만족스럽다.

새로 산 러닝화를 신는다. 집을 나서 길을 걸어 지하철을 타고 서점에 도착한다. 오픈 전 청소기를 돌리고 매장 문이 열리면 계산대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동료 직원과 카운터를 교대하면 책이 판매되어 비어 있는 서가를 채우거나 정리하기 위해 매장 이곳저곳을 빠른 걸음으로 누빈다. 손님이 도움을 요청할 때는 직접 서가로 안내하기도 한다. 나는 요즘 책들이 빼곡히 들어찬 공간을 브라이트 크림슨의 끈을 묶은 러닝화를 신고 걷고 뛰고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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