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5 기상
눈을 뜬다. 알람시계를 끄고, 한숨을 쉰다.
오늘도 힘겹게 몸을 일으켜, '나에게 남은 출근 준비 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25분이다. 10분 샤워. 5분 머리 말리기. 5분 음료 챙기기. 나머지 5분 옷 입기.
대략 2분 정도가 오바되지만, 얼추 25분 만에 무사히 집을 나선다.
08:00 출근
차에 올라타서 다시 한 번 차로 통근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20년을 왕복 2시간 전철 통학과 통근을 하고나니, 자차 출퇴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 되었다.
TBS efm 101.3을 맞춰놓고, 영어를 알아들으려 애를 쓴다.
사무실 도착 5분에서 10분을 남겨두고, 제일 좋아하는 노래로 BGM을 바꾼다.
월요일은 보통 신나는 노래, 나머지 요일은 좋아하는 노래면 오케이다.
08:45 사무실 도착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미리 출근한 회사 동료, 선배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내 자리를 찾아 앉는다. 꽤 자주 생각한다. 나는 이 자리에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출근할 수 있을까? 그때가 되면 행복할까, 불안할까, 시원 섭섭할까. 제 2의 출발이라며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용기와 '회사 없이도 살 수 있는 나만의 무기'를 꽉 쥔 채 당당하게 사무실 문을 나올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주 1회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럴 때마다 책상 위를 부지런히 닦아내고 종이를 버리고, 필요없는 것들을 버려낸다. 내일이라도 혹시 내가 그만두게 될 일이 생겼을 때,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
자유롭고 홀연히 떠날 수 있도록 하는 '조금의' 준비다.
09:00 캔틴
뜨아 한 잔은 직딩에게 '위로 한 모금'이다. 오전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고, 점심시간 전까지 어떻게든 뜨아 빨로 버텨낸다. 그게 직딩이다. 때로 1시간 반에서 2시간의 오전 회의가 잡힌 날에는 달달한 바닐라라떼를 무기처럼 들고 회의실로 들어간다. 그래야 내가 장전된 군인처럼 배짱도 두둑해지고, 뭔가 마음 한 구석이 든든하다.
커피로 회의든, 월요일 오전이든 버텨낸다. 그리고 당연히 카톡 단톡방도 확인하면서, 나만 이런 마음이 드는 게 아니야라고 회사 동료들의 카톡 하나에 위안을 얻는다. 동료들은 사랑이다.
11:40 점심식사
드디어 점심이다. 여름에는 막국수. 봄가을에는 한식, 덮밥, 분식, 중식. 겨울에는 국밥, 감자탕, 양식. 등을 먹는다. 초여름으로 가고 있는 5월 말인 지금은 막국수도 먹고, 오징어 덮밥도 먹고, 가끔 분식집도 간다. 점심먹고 30분 정도 빠른 걸음으로 소화시키며 산책을 한다. 동행자는 그때 그때 다르다. 대부분 같은 팀 아니면 가까이에 있는 타부서 동료, 후배다. 산책하면서 나누는 대화는 중구난방인데, 대부분 회사 외의 이야기를 한다. 가끔 회사, 업무 관련 얘기도 하긴 한다. 바람이 솔솔 불고 걷기 딱 좋은 날씨에는 밥을 먹는 시간보다 산책하는 시간에 기분이 더 좋아진다.
13:00 오후 업무
점심 후 들어와서 간단히 커피나 냉녹차, 얼음을 동동 띄워낸 미초를 한 잔 가볍게 마시고 오후 업무를 하기 전에 10분 정도 쉬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오후 업무를 때로는 빡빡하게 집중모드로, 때로는 설렁설렁 10분 만에 할 일을 4시간으로 펼쳐서 지루하게 하기도 한다. 늘 빡빡하게 해야하는 회사가 아닌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5:40 오프라인 휴식시간 = 옵톡 off talk
동료들과 30분 정도 커피타임을 한다. 동료A, B가 고정 멤버인데 때로 한 사람이 외부 업무를 보고 있을 때에는 둘이서 커피타임을 하기도 한다. 주로 회사 이야기를 나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서로 털어놓기도 하고 격려도 해주고, 묘안을 같이 찾아보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 해결하기 어렵거나 상황을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그냥 내가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정답인 경우가 99%다. 회사는 조직이기 때문에 '상식'으로 돌아가지 않고 '조직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조직은 '위계질서'를 따라 흘러가고, 위계질서는 제일 실세인 임원을 중심으로 그 임원의 오른팔, 또는 왼팔인 부장들의 의견을 따라가게 되어 있다. 그게 회사가 굴러가는 질서이다. 잘 바뀌지 않고, 그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람은 바로 '타겟'이 된다. 그래서 우리끼리 하는 얘기로 정말 이 얘기, 저 얘기 다 하지만 그렇게 스트레스를 잠시 해소하는 것 뿐이고, 결국은 우리는 조직의 질서를 인정하면서 마음을 내려놓는 수순으로 가게 된다. 늘 그렇다. 그러니 나중에는 '하소연'을 하는 것도 '의미없는 시간'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렇게 회사원은 '타협'하는 직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