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아낸, 우리 모두를 축하한다

by 아마토르
나를 위한 선언
나는 오늘, 책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책상에 앉는 사람부터 된다.


핸드폰 첫 화면에 그림으로 새겨둔 문장이다.

나는 매일 아침 하루를 지켜낼 문장을 써 배경에 심어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는 장치라 잠시 딴짓을 하려다가도 빠른 시간 내에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준다.


나의 정식 일과는 아침 10시 무렵부터 시작된다. 마감은 보통 새벽 2시나 3시다. 백수가 된 이후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의 일과다. 아침 일과 시작 전 눈을 뜨면 아침 블로그 포스팅을 하나 하고, 이웃님들의 글을 보고, 이어서 다른 SNS로 이동해서 하루를 살아낼 다양한 영감을 수집한다.


약속한 10시, 오늘은 집에서 초고를 쓰기로 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책상으로 갔다. 추후 '브런치 북'에 담으려 준비하고 있는 원고부터 정리를 했다. 1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좀이 쑤신다. 물 마시러 갔다 오는 척하다 슬며시 SNS를 열고, 헤프게 '하트'를 남발한다. 그런데 이 녀석이 정신 차리고 자리로 돌아가라고 재촉한다. 냉큼 파일을 열어 에세이 초고를 이어 쓰기 시작했다. 휴~ 2 꼭지 완성. 오늘 목표가 다섯 꼭지인데 선방이다.


오전 근무를 마친 아내가 돌아왔다. 제주도 가는 표 끊었냐고 묻길래, 새벽에 결제했다고 했다. 언제 가냐고 묻더니 가서 고기잡이배 타고, 오지 말란다. 정작 중요한 왜 가는지는 묻지도 않는다. 오랜 블로그 이웃 OCIC님을 뵈러 간다. 브랜딩에 관한 전문가이고, 내가 블로그를 하면서 기억하는 몇 안 되는 기록/수집의 끝판왕 중 한 분이다.

이번에 출간한 전자책 콘셉트에 OCIC님의 루틴을 믹스해서 '플래너' 형식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고 싶었다. 얼굴을 뵙고, 조언을 받고 싶어서 만남을 요청했는데 흔쾌히 시간을 내어주신다 했다.


아내와 스몰토크를 하며 휴대폰 방해금지 모드를 풀었다. 메일이 쌓여 있었다. 이벤트에 참여한 이웃께서 파일을 다운로드하려 하신 것 같다. 어제 이벤트가 종료돼서 공유를 막았는데, 아차 싶었다. 기간 중에 다운로드하라고 확인차 미리 얘기했어야 하는데. 다음 이벤트 때는 꼭 추가해야겠다.

점심 식사를 하고, 책상으로 돌아가 방금 전까지 초고를 썼다. 목표한 다섯 꼭지는 못 채웠다. 쓰다가 또 눈물이 고여서다. 혹여 아내가 볼까 봐 노트북을 끄고, 화장실로 갔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왔더니, 아내가 묻는다.

"컴퓨터 다 쓴 거야?"

"어. 오늘은 끝!"

침대로 향한 나는, 오늘의 회고를 일찍 마쳤다.


선언의 힘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지금 쓰고 있는 초고를 앞으로 몇 번이나 갈아엎을지 모르겠지만, 속도가 붙으니 언제 걱정했나 싶을 정도로 순탄하게 진도를 빼고 있다. 대견하다. 묵은 감정이 드러나는 것만 견뎌내면 될 것 같다.



✍️ 오늘을 살아낸, 우리 모두를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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