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고 사랑하는 정직한 방법
"오늘 하루 어땠어?"
누군가 무심코 던진 질문에 말문이 막히는 날이 있다. 분명 치열하게 보냈고, 숨 가쁘게 달렸는데 머릿속에 남은 장면이 없을 때. 그럴 때면 허무함이 밀려온다.
사는 데 급급한 하루는 마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과 같다. 붙잡아 두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린다. 그렇게 흘려보낸 뒤, 내일의 나는 어제의 흔적을 더듬다 텅 빈 시간을 마주한다.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기록하지 않은 오늘은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과 다를 바 없다. 여기, 우리가 펜을 들고 오늘의 하루를 붙잡아두어야 할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우리의 기억은 생각보다 연약하다. 강렬했던 감정조차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휘발된다. 하지만 기록은 남는다. 펜 끝으로 꾹꾹 눌러 담거나, 키보드로 두드려 남긴 흔적들은 '내가 이 시간을 견디고 살아냈음'을 증명하는 확실한 물증이다. 대단한 서사는 필요 없다. 단 한 줄이면 충분하다.
"오늘 아내의 농담 덕분에 크게 웃었다."
"오랜만에 뵌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마음이 찡했다."
짧고 투박한 메모들이 모여 내 삶의 지층이 된다. 훗날 이 기록들을 다시 펼쳤을 때, 내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또렷하게 보게 될 것이다.
사는 동안 우리는 수없이 흔들린다. 타인의 말 한마디에,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쓸려 중심을 잃곤 한다. 그때 기록은 나를 객관화시켜준다.
'왜 그렇게까지 화가 났을까?'
'무엇이 나를 그토록 웃게 만들었을까?'
글을 쓰다 보면 감정과 사건 사이의 연결고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매몰되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서 나를 바라보는 힘이 생긴다. 기록은 나를 다시 읽게 하고, 나를 이해하게 만든다.
기록은 우리를 키운다. 처참하게 실패한 날도, 뜻밖의 성공을 거둔 날도 모두 성장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의 실수를 적어둠으로써 내일의 반복을 막고, 오늘의 깨달음을 적어둠으로써 내일은 한 뼘 더 자라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를 가르치고 일으키는 교과서. 그것은 오직 기록으로만 만들 수 있다.
기록하지 않은 하루는 어제와 똑같은 '그저 그런 날'로 기억된다. 하지만 기록하는 순간, 평범한 일상은 특별한 의미를 입는다.
"별것 아닌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참 고마운 순간이었구나."
기록의 렌즈를 통해 우리는 일상을 재발견한다. 드라마틱한 사건이 없어도 괜찮다. 소소한 일상 틈새에 숨어 있는 기쁨과 감사를 찾아내는 것이 기록이 주는 선물이다.
기록하지 않은 오늘은 내일의 우리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흔적 없는 하루는 금방 잊히지만, 흔적을 남긴 하루는 내 안에 영원히 살아남는다.
그러니 부디, 삶을 남겨보자. 크게 잘한 일도, 대단한 사건도 필요 없다. 솔직하게 오늘의 마음을 적어 내려가 보자.
"오늘 밥이 맛없어서 조금 우울했다."
"문을 잡아주던 그 사람의 따뜻한 배려가 감사했다."
"오늘도 별일 없이 무탈해서 감사했다."
사소한 한 줄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
기록은 내가 나를 지키는 방법이며, 내가 나를 사랑하는 정직한 방법이다. 오늘의 기록이 내일의 나를 구할 것이다.
내일의 당신이 오늘의 당신에게 고마워할 수 있도록, 지금 펜을 들어보세요.
이 글을 읽은 당신께 제안합니다.
오늘 저녁, 하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딱 세 문장으로 요약해서 다이어리나 메모장에 적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지금 바로 시작해보세요.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ssemb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