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약속, 아침 이불 개기

통제 불가능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1평의 공간

by 아마토르

알람이 울리면 몸이 먼저 거부합니다. 이불 밖 공기는 계절과 상관없이 늘 위험하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아침, 본능과 협상을 시작합니다. '5분만 더.' 그렇게 눈을 뜨면, 방 한가운데에는 밤새 흐트러진 이불과 베개가 남아 있습니다.


어릴 적엔 아침 이불을 개는 일이 당연했습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이불의 모서리를 유난히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각이 맞지 않은 날이면 말없이 방에 잠시 서 있다 나가곤 했습니다. 잔소리는 없었지만, 침묵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저는 이유를 묻지 않았고, 대신 손을 움직였습니다. 그 시절엔 왜 그런지 몰랐습니다. 그저 하루를 시작하려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쯤으로 여겼으니까요.


성인이 되고 아버지의 점호가 사라지자, 이불을 개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저녁에 다시 덮을 건데 굳이 왜 개야 하는지. 침대 생활을 하는데 바닥에서 자던 때의 규칙을 붙잡을 이유도 없었습니다. 출근 준비로 분주한 아침에, 이불을 개는 시간은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아침마다 이미 정리된 침대를 보며 나왔습니다. 아내의 일이 된 거죠.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하나둘 늘어났습니다. 그게 편안함인지, 무심함인지는 그땐 잘 몰랐습니다.


갈 곳이 사라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평일 오전 9시,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집에 혼자 남았습니다. 엘리베이터 내려가는 소리가 끝나면 집 안은 금세 조용해졌습니다. 침대가 유난히 넓어 보이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해야 할 일은 없었고, 하지 못한 일들만 머릿속에 쌓였습니다. 하루의 시작도 끝도 분명하지 않았죠.


아침과 낮의 경계는 흐려졌습니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도, 저는 여전히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이불은 밤새 뒤척인 모양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가끔은 그것을 보는 일조차 버거운 날도 있었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이불은 정리되지 않은 마음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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