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스안 Aug 15. 2021

글로벌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개발자의 영어 이야기

2018년 서울 합정역 근처. 아몬드 크림 크루아상이 맛있었던 카페에서 해외 취업 컨설팅을 했다. 키가 크고 멋진 긴 코트를 입고 힙한 안경을 쓰신 남성분이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분은 첫인사를 나누자마자 다짜고짜 첫 질문을 했다.


남성분 : 제가 2년 경력의 프로트엔드 개발자인데, 글로벌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혹시 가능할까요?

크리스 : 글로벌 개발자 라면.. 혹시 해외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남성분 : 네, 맞아요! "캔바"라는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어요!

크리스 : 그럼요! 충분히 도전할 수 있죠! 영어는 어느 정도 하시죠?

남성분 : ...아니요..


개인적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 대학원 시절에 주위에 많은 한국 학생들이 실력도 너무 좋고 일도 너무 성실하게 하지만 영어의 장벽 때문에 그들의 모든 성과를 네이티브에게 온전히 빼앗기는 모습을 하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분하지만 누굴 탓할 수 있겠는가? 더 열심히 영어를 공부하는 수밖에.


그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실력은 출중하지만 영어가 부족한 인재들. 이게 시작이었다.



크리스 : 괜찮아요. 혹시 영어로 자기소개 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남성분 : 마이 네임...이지..., 아이 엠.. 프론트 앤디드 디벨로퍼.. 아이..원티드..스터디.. 잉글리쉬..

크리스 :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영어와 정말 많이 친하지 않으셨다. 이야기를 서로 나눈 후에 알게 되었다. 게임을 만드는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프로그래밍에서 새로운 적성을 찾아 결국 프론트엔드 개발자 일을 시작하셨다. 2년 정도 일을 하면서 해외 기업에서 더 실력이 좋은 프로그래머들과 함께 일을 해보고 싶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학원, 인강, 스터디 그룹 모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서 상담을 받고 싶어서 연락했다고 하셨다.


수많은 상담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았다. 하지만 이 남성분은 굉장히 솔직하셨다. 보통 자신의 영어 능력이 부족하면 조금씩 부풀려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분은 오히려 자신이 고등학생 때부터 영어를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다면서 첫 상담에서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다.


물론 "6개월 뒤에 영어를 이 만큼 잘하실 수 있어요!"라고 좋은 소식을 드리고 싶었지만, 절대 그럴 수가 없었다. 첫 번째 이유는 영어는 적어도 1년 정도 꾸준하게 해야 실력이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이 남성분 같은 경우는 영어 기초가 너무 부족해서 최소한 2년은 꾸준하게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가지 이유를 그대로 전해 드렸다. 그분은 이미 굳은 결심을 하고 오셨는지 망설임 없이 제안을 수락했다.



1년 동안 영어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문법을 차근차근 공부했다. 특히 영어 기초가 많이 부족하여 영어 쓰기, 말하기 그리고 문법은 많이 어려웠을 텐데 꾸준하게 잘 따라오셔서 사실 많이 놀랐다. 솔직함뿐 만 아니라 꾸준함도 그분에게 큰 장점이었다.


최근에 유니콘 기업이 되어 더 유명해진 회사 캔바는 호주 시드니에 본사가 있다. 외국인이 호주 내에 있는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영어 공인 인증 시험 점수가 필요하다. 또 1년 동안 열심히 아이엘츠 공부를 하면서 이번에는 영어 기술 면접도 함께 준비했다.


처음에는 6개월 정도 공부하고 포기하겠지 내심 생각했지만 그렇게 우리는 2년 동안 함께 꾸준하게 영어 공부를 했다. 함께 계획한 투두 리스트를 하나씩 하나씩 지워가면서 영어 실력뿐만 아니라 영어에 대한 그분의 자신감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자랑스러웠다!



크리스 : 호주 시드니로 회사 투어 가보는 건 어때요?

남성분 : 그럴까요?!


개인적으로 넓은 세상을 직접 보고 스스로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분의 등을 떠밀었다. 35년 동안 단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보지 않았다고 하셨지만 내심 흥분한 모습이었다. 호주 시드니행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주위에 숙소도 예약하고, 회사 담당자에게 회사 투어도 신청했다. 일이 정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시드니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호주 발음을 실제로 들으니까 잘 안 들렸는데 점점 괜찮아지더라고요! 혼자 식당에 들어가서 캥거루 스테이크도 주문해봤어요! 회사에 직접 가보니 사람들도 너무 친절하고 다들 열심히 하는 모습에 너무 동기부여되더라고요!


멋진 남성분의 생애 첫 해외 여행 in 호주 시드니


일주일간에 짧은 호주 여행을 마치고 보내온 그분의 갬성 넘치는 글을 읽고 많은 것을 느꼈다. 비록 영어를 가르치는 입장이었지만, 그분이 꾸준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정말 큰 영광이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영어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을 때, 영어를 통해서 그분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을 때 행복하다. 이런 과정들이 너무 오래 걸리고 쉽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하면서 원하는 결과들을 마주할 때 그리고 함께 공부해온 분들이 “감사하다”라고 말할 때 너무 행복하다.




Don’t be shy with your problem because you are not the only one who is struggling with it.



매거진의 이전글 10대 자녀를 둔 부모님을 위한 영어 교육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