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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안 Feb 16. 2022

열심히 하니까 되긴 되는구나

호주 워킹홀리데이 이야기 에피소드 #1

사랑하는 강릉 바다


태어나서 처음 와본 강릉

서울 여기저기를 방황하다 

결국 입학한 지방의 어느 대학교


"그럼, 우리 아들

용의 꼬리가 되는 것보다

뱀의 머리가 되는 게 더 낫지..

미국 대학원 합격하면 

아빠가 꼭 보내줄게"


대학교 신입생 설명회에 가는 길에

갈피를 잃은 어린 아들의 눈동자를 보고

위로를 건네는 무뚝뚝한 아버지의 한 마디


"아니요. 저는 꼭 용의 머리가 될 거예요"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 한 말

그동안의 실패 때문에 어린 나는  

처참하게 주눅 들어 있었다.


"지방대 학생들 미국 명문 대학원 합격!"

지하철 광고만 보고 선택한 대학교

더 이상 학교 네임 벨류가 아닌

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인지는 몰랐지만

계속 이렇게 실패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 젊은 날을 회색 빛으로만 채우고 싶지 않았다. 


"나도 충분히 잘할 수 있는데..

그게 무엇이든 나도 성공해보고 싶은데,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이것으로 인생을 뒤집어보자"


아버지가 건넨 위로의 말 하나만 믿고

시작한 어느 지방대 학생의

미국 명문 대학원 입학 도전


누구한테 잘 보이려는 것도 아니고

유학으로 신분 세탁을 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이 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이 속상했다.


그래서 목숨을 걸었다.

대학교 1학년 신입생 때부터 

학점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모든 대학생들을 위한

신입생 환영회, MT, 축제들은

내겐 그저 사치였을 뿐이었다. 


매일 혼자 기숙사 방에 쳐 밖에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새벽까지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전공과목이든

선택과목이든

따지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고

또 읽고 공부했다.


한참 부족한 나를 인정하고

더 이상의 실패를 감당할 수 없었기에

한 순간의 여유조차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게 대학교 신입생 시절 동안 

청바지를 입은 채로 책을 끌어안고 

지쳐 쓰러져 잠에 드는 시간을 보냈다.


대학교 4년 동안

4번의 여름방학과

4번의 겨울방학은

모두 영어학원에서 보냈다.


군대에서 찍은 유일한 사진


약 2년 동안의 군대 생활을 마치고

10월 31일 전역 후 바로 다음 날인

11월 1일, 다시 또 영어학원으로 향했다.


미쳤었다.

주위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를 이렇게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적이 

이전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마음만은 행복했다.


마침내 결과를 받았다.

대학교 졸업하기 전에 2곳의 

미국 대학원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나도 열심히 하니까 되긴 되는구나.."


커다란 현수막에서 내 눈에만 보이는 내 이름


목표를 이뤘다.

6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을

혼자 보냈지만 이번에는 단 한 번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실 내겐 더 이상의 옵션이 없었다.

이것이 나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만큼 더 처절하고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부모님과 함께 학교 주변에 있는

해장국집에 갔다.


음식을 주문하고 살며시 

미국 대학원 합격 통지서를

식탁 위에 꺼내 보였다.


"아들, 축하한다. 역시!"


짧은 축하의 말과 함께

부모님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예상 밖의 상황이라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조용하게 해장국을 먹고

어두운 영동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텅 빈 차가운 서울 집에 돌아왔다.


다음 날

아버지가 나를 불렀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이야기는 시리즈 이야기로,

다음 에피소드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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