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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안 Sep 07. 2021

내 영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국제 연애

나의 영어 이야기

중학생 시절 짝사랑했던 다른 학교 여학생에게 10번 고백했지만 모두 차였다. 사실 5번째 고백을 하고 포기하려 했지만,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고 웃으면서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친구들 덕분에 10번은 채울 수 있었다. 외형적인 모습에 민감했던 그 시절에 키 168cm, 몸무게 68kg 통통한 체형은 그녀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나 보다.


친구들에게는 애써 쿨한 척했지만, 내심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다음날 바로 헬스장을 등록했다. 등교 전과 후에 하루 2번씩 운동을 시작했다. 방학 때는 씨름으로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친한 친구에게 고강도 트레이닝도 받았다. 한창 많이 먹을 어린 나이였지만, 밥도 먹지 않고 운동에만 집착했다. 어느새 몸무게는 54kg까지 내려가고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줄면서 새로운 고등학교에서 첫 여자 친구가 생겼다. 그녀와는 같은 반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화를 자주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옆반이라는 이유로 같은 급식차에서 급식을 받았을 뿐인데, 서로 외형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꼈나 보다. 그렇게 그녀와 고등학교 3년을 모두 함께 보냈다. 좋은 추억도 나쁜 추억도 많지만, 결국에는 고등학교 졸업식 날에 각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녀는 서글퍼 목놓아 울었지만, 이별을 맞이했던 그 순간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그녀의 빈자리를 서서히 느끼면서 슬픔이 찾아왔다.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에 더 큰 슬픔에 빠졌다. 그녀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가득했지만, 이후에는 그녀에게 오히려 감사함을 느꼈다. 그녀 덕분에 여자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되고 이성보다는 나의 미래에 더 집중했다. 외국인 친구들과 펜팔을 하면서 속마음 이야기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딱히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속마음을 나누었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살던 로렌이 어느 순간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녀와 대화를 할 때는 그냥 편했다. 영어 실력이 많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대학교 동기들과 후배들이 물어본다. "외국인 이성이랑 사귀면 대화는 어떻게 하냐? 대화가 잘 돼?" 물론 대화는 영어로 한다. 그리고 대화는 잘 될 때도 있고, 잘 안 될 때도 있다. 외국인 이성과 대화를 하는 것은 단순히 영어 회화를 하는 게 절대 아니다. 한국인 이성과 대화를 하는 것과 동일하다. 그저 언어만 영어로 바뀌었을 뿐이다. 


한국인 이성을 만나서 한국말로 대화를 해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존재한다. 반면에 외국인 이성을 만나서 영어로 대화를 할 때는 물론 서로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지만, 이상하게 이해가 더 잘 되는 부분도 있다. 그 순간, 새롭게 알아가고 직접 말하는 영어는 우리가 10년 넘게 배워왔던 그 영어가 아니다. 더 나은 이성 간의 교제를 위한 의사소통 수단 중에 하나일 뿐이다. 


  

"외국인 여자 친구 사귀면 진짜 영어 금방 늘어?" 친한 친구들과 연애 이야기를 할 때면 언제나 받는 질문이다. 정답은 그렇다. 영어가 금방 는다. 그 이유는 영어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더 잘 들어야 되고,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더 잘 말해야 한다. 물론 서로 다투었을 때도 서로를 위해 더 잘 듣고 더 잘 말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서로에게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모르면 물어보고, 찾아보고,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다. 처음에는 부족한 어휘와 표현으로 바디랭귀지도 함께 사용하면서 대화를 이어간다. 이후 함께하는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서로가 사용하는 어휘, 표현, 심지어 말투도 비슷해진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 쇼핑센터에서 고장 난 핸드폰을 수리하는 일을 했다. 스토어 맞은편에 호주 어그를 판매하는 한 여성과 계속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금발 머리에 키가 크고 파란색 눈이 참 인상적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내가 일하는 스토어에 다가와서 인사를 했다. 


그녀 : Hi mate, my name is Corney. How is your job today? You don't seem to be busy today, do you?

크리스 : Hi, my name is Chris. Yeah, it's slow today. What about you?



그렇게 호주 여성 코니와 첫 대화를 시작하고 우리는 급속하게 친해졌다. 하루는 퇴근을 하고 그녀와 함께 근처 DÔME 카페에 갔다. 카페 데이트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녀는 처음에는 의아해했지만, 그녀의 음료를 함께 계산하는 내 모습을 보고 눈빛이 달라졌다. 보통 내것은 내가 계산한다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놀랐지만, 사실 좋았다고 했다.


우리는 음료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너무 캄캄해서 주변이 어딘지도 몰랐지만, 별빛은 너무 밝았다. 마침내 자리를 잡고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어느 순간 그녀의 제스처와 호주 악센트를 흉내 내고 있었다. 우리는 그 자리에 누워 같이 하늘 위에 별을 보면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편했다. 


사실 그녀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차이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살아온 나라도, 문화도, 배경도 모두 달랐기 때문에 오히려 더 흥미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싱가포르, 멕시코,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등의 나라에서 일을 하면서 다양한 이성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다양한 문화와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서 배웠다. 여기서 언급한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법이란 단순히 영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 간에 말하는 방식을 말한다.


외국인 이성 친구와 시간을 많이 보내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담감이 점점 줄어든다. 영어 단어를 잘 못 말해도, 영어 표현을 엉뚱한 상황에서 말해도 오히려 그들은 괜찮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애정 가득한 그들의 피드백을 받으면 영어도 관계도 둘 다 모두 좋아진다.




Learn how to accept the difference between you and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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