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이야기 EP1
초등학교 시절 때부터 혼자 팝송을 듣고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용돈 500원을 받으면 다른 친구들처럼 떡볶이를 사 먹는 대신 어린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비디오 가게로 뛰어갔다. 높은 천장까지 빼곡하게 채워있는 비디오 탑을 보면 신났다. 지금처럼 유튜브나 넷플렉스가 없던 그 시절에는 비디오가 최고였다.
특히 판타지 모험과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영화들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없는 광경들과 그저 새로웠던 외국 크리스마스 문화들을 영화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아직도 영화 쥬만지의 북소리를 들으면 흥분되고, 영화 나 홀로 집에서 보았던 뉴욕 라디오 시티와 센트럴 파크를 방문했을 때는 어린아이처럼 너무 좋았다.
즐겁게 따라 부르고 영화 대사를 외울 정도로 친구같이 친했던 영어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달라졌다. 어느 순간에 영어는 숙제로, 시험으로, 모든 것을 억지로 외워야만 하는 그저 따분한 공부로 변해버렸다.
영어 시간이 되면 선생님은 꼭 한 명씩 가르치며 영어 본문을 읽고 해석을 시켰다. 수업 종료 10분 전에는 영어 단어 시험을 보고 틀린 단어들을 A4 용지에 깜지를 시켰다. 문법은 언제나 수학 공식 외우듯이 빠르고 신속하게 이해가 아닌 반복의 연속이었다.
그 시절 중학생이었던 내가 대한민국 영어 교육에 대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알 수 있겠는가. 그저 남들처럼 시키는 대로 열심히 딸딸 외우기 바빴다. 다행히 암기력이 좋았기 때문에 외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나는 영어 공부 방법은 변색되어버렸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그저 수능 외국어 영역 점수가 아닌, 외국인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지금은 자신 있게 말하고 다니지만, 그렇게 어린 나이에 외국인과 제대로 된 영어 대화 한 번도 없이 영어를 공부했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아이러니하고 놀랍다.
2025년 폐지를 앞둔 외국어 고등학교. 학원을 다니면서 어느 한 영어 선생님 눈에 띄어서 잠깐 외고 준비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계획이었지만, 선생님의 끈질긴 설득과 회유에 결국에는 비싼 수강료를 내고 외고 입시반에서 6개월 정도 공부를 했었다.
그때 처음 토플을 공부해보았다. 아니, 학교에서 영어 교과서 본문만 외우던 중학생에게 토플 리딩, 리스닝, 스피킹, 심지어 라이팅까지 공부를 시키니 그저 영혼이 탈탈 털려버렸다. 그렇게 함께 외고를 준비하는 친구들과 학기 중에는 밤 12시 까지, 방학 중에는 하루 12시간 넘게 학원에 갇혀 공부를 했었다.
외고 시험 결전의 날에는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 공부한 시간도 양도 현저하게 적었고, 사실 그때까지도 외고에 입학해야 하는 이유 조차 몰랐다. 그저 남들에게 지기 싫었던 어린 나의 승부욕 때문에 버틴 것이 아녔을까 생각한다. 결과는 당연히 불합격이었다.
물론 외고를 준비하면서 영어를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영어를 자신 있게 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스스로 재미를 느껴야 한다. 스스로가 진정으로 즐길 수 있어야 꾸준하게 할 수 있고, 꾸준하게 해야 결국에는 잘할 수가 있다.
"그럼 그 재미를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계속 스스로에게 물어보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인을 찾는 것이다. 사실 제일 어렵지만 가장 정직한 해결책이다. 이는 모든 일에 적용할 수 있다. 나는 그저 영어라는 매개체를 찾았고, 이를 통해서 나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공유하고 싶을 뿐이다.
영어에 재미를 느끼는 순간은 각자 모두 다르다. 나의 순간은 다양한 곳에서 단순하지만 우연하게 찾아왔다. 그 잊지 못할 귀중한 순간들을 앞으로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글을 통해서 공유해 보겠다.
Ignore your irony because it just makes you confused to find what you truly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