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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Jul 04. 2023

실패를 했고, 플랜비가 없다.

셀프코칭 다이어리

6월에는 일정들이 겹쳐 애를 먹었다. 그리고 그 일정들도 주로 어떤 일에 투입되기 위한 면접이나 면접 형태의 워크숍 등 무언가 확정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 안에서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든 놓치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썼던 6월이었다. 


중간에는 2박 3일 워크숍이 하나 있었는데, 첫날에는 A 지원사업의 2차 면접이 걸려 양해를 구해 면접 일정을 하루 앞당겼고, 둘째 날에는 점심시간 후 컨설팅을 받을 기회를 갖는 면접이 온라인으로 잡혀 주최 측에 양해를 구하고 숙소에서 면접을 봤다. 셋째 날에는 한 시간 일찍 퇴소해 A 지원사업의 3차 면접을 보러 갔다. 워크숍의 하루 일정이 끝난 밤 시간에는 면접 때 발표할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거나, 갑자기 강의 요청이 들어와 제안서를 만들어 보내거나, 다음날 있을 발표 연습을 했다. 



기다렸던 결과는 최종 불합격 


그렇게 어렵게 했던 A 지원사업의 3차 면접까지 끝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6월에 여러 가지 면접을 봤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이 지원사업이다. 일 년에 한 번 모집하기에 오래 기다렸고, 지금 입주해 있는 기관에 보여줘야 하는 퍼포먼스이기도 했다.


지난주, 그러니 6월 말에 한 달간 지원했던 여러 일들의 결과가 속속들이 도착했다. 여름에 단기간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일, 다른 사업을 위해 컨설팅을 받는 일, 어떤 플랫폼에 등록되는 일 등에는 합격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가장 기대하고 있던 이 지원사업은 ‘최종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다. 


기분이 가라앉았다. 머리로는 어쩔 수 없으니 다음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 사업이 되지 않았을 때의 플랜비가 없었다. 



그건 어떤 의미였을까? 


소식을 공유했더니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일로도 충분하잖아?" 물론 친구는 이게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다른 친구는 "괜찮아. 어차피 실패도 있고 한 거야."라고 했다. 역시나, 밖에서 보면 이 또한 여러 시도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왜 이 지원사업이 더 특별했던 걸까? 아마 6월 말 들려왔던 다른 결과의 불합격 소식이었다면 조금 아쉽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A 지원사업은 단기간의 프로젝트가 아닌 좀 더 큰 결과물이었다. 이 지원사업에 합격하는 것을 시작으로 법인등록도 하고, 법인의 형태가 되면 추후 다른 사업들도 계획해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입주해 있는 기관에도 법인등록을 하나의 결과물로 보여줘야 한다는 무언의 부담을 안고 있었다. 포기한 것들도 많았다. 지원요건에 맞추기 위해 가지고 있던 개인사업자는 폐업처리를 했고, 5월 내 지원서류를 작성한다고 끙끙댔으며, 6월에는 면접을 세 번이나 보기 위해 여기저기 양해를 구해가며 일정들을 조율했다. 


이 지원사업의 합격은 작년부터 이어오던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될 것이었다. 실질적으로 나에게 바로 수익으로 돌아오지 않는 일에 수많은 시간을 투여했는데, 그래도 이 지원사업에 합격하고 나면 그동안의 시간에 대해 타당한 이유나 당위성이 생겼을 것이다.  



작년부터 해온 것은 그러면 아무 의미도 성과도 없는 걸까?


나를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는 결과물이 없다는 것이다. 이 지원사업의 합격이 오랜 시간 수익도 없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온 나에게 주는 어떤 보상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충족되지 않은 지금, 그렇다면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성과도 남지 않는 것일까? 


사업 파트너의 회사 이름으로 B 기관에서 사업비를 조금 지원받게 되었고, 실행을 준비하고 있다. C 기관에서 진행하는 크라우드 펀딩에 선정되어 하반기에는 소규모 펀딩에 도전한다. D 기관의 이름으로 다른 공모사업에 지원한다. 셀 수 없이 많은 회의를 하고, 잠을 줄여가며 지원서를 썼던 것은 작지만 이런 결과물을 냈다. 사업 파트너의 회사가 대표성을 가지기에 그곳에 나의 이름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내가 다른 이들과 함께 이루어낸 것들이다. 



다음엔 뭘 해야 하지?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형태로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일단 정해진 것은 A 지원사업에 냈던 프로젝트를 가지고, D 기관과 협업해서 다른 공모사업에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그 기관의 이름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보니 형태가 좀 다르긴 하다. 그럼에도 당장 한 주 한 주, 기한에 맞춰 내려면 또 정신없이 일을 해야 하고, 애를 써야 한다. 일단은 눈앞에 있는 것을 해내려 한다. 


아직 그럴듯한 플랜비나 장기간의 계획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나는 아무 기반이 없이 이걸 계속해나갈 수 있을까? 눈앞에 있는 것을 해나가며, 그 결과를 지켜보며,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나의 시도와 그 과정, 실패를 축하하고 싶다. 마치 실험과도 같았던 시작을 지금까지 끌고 오기까지에는 여러 고민과 행동과 결정들이 있었다. 비록 기대했던 결과를 마주하지는 못했지만 나의 애씀이 어딘가에는 남았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훗날 어떤 일을 하며, 그날의 자양분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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