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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Jul 06. 2023

불안의 마음에서 환대의 마음으로

셀프코칭 다이어리

어느 날 인스타에서 우연히 독립책방의 공간대여 글을 보게 되었다. 밤의 서점. 무슨 끌림이었을까. 또 어디서 용기가 나온 걸까. 나는 자연스러운 끌림으로 신청을 했고, 주말에 장소 사용 확정이 되었다는 알림을 받았다. 


내가 신청한 날짜까지는 며칠 남지 않은 상황. 그제야 무엇을 할지 구상하고, 포스터를 만들고 모집글을 올렸다. 나는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을 빨리 하는 편인데 생각해 보면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들을 모집하는 일이다. 



거절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


이삼일 정도 남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만큼, 관심 있을 것 같은 지인들에게, 단톡방에, 커뮤니티에 홍보글을 올렸다. 조금 근력이 생겼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홍보를 하는 것은 아닐까, 다른 이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아닐까 싶은 마음의 불편이 느껴졌다. 


모임을 꾸리고 있지만 사람들을 초대하고 모집하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는 모임을 한다는 공지만 올려도 바로 모집이 마감된다는데 그건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인 것만 같다. 관심 있을 것 같은 지인들은 대부분 거절의사를 밝혔다. 시간이 맞지 않거나 끌림이 없거나, 아니면 나와 둘이 깊게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만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은 불편하다고도 했다. 나 또한 그럴 수도 있으니 그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거절이 계속될수록 이건 내가 원하는 것이지 세상이 원하는 것은 아닌 걸까 싶은 의문이 떠오르곤 했다. 


아무도 안 오면 어쩌지 라는 불안. 왜 내가 만든 건 잘 닿지 않는 걸까 싶은 답답한 마음이 일렁였다. 그럼에도 이미 하기로 했으니 아무도 오지 않으면 혼자 좋은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하며 시간을 보내다 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다. 



끌림을 가지고 마주한 인연


그런데 정작 모인 분들은 보자마자 끌림이 있어 신청을 한 분들이었다. 지방에 있어 참가하지 못해 아쉬워하던 분은 서울에 마침 다른 일정이 잡혀 전날 참가 하신다는 연락을 주셨다. 혹시나 싶어 전날에서야 올린 한 커뮤니티에서 내 이름이 친구분과 같은 이름이라 호감을 가지고 보자마자 신청을 하셨다는 분도 계셨다. 코칭 커뮤니티의 인연으로 알고 지내던 코치님과 업무를 통해 알고 지내던 선생님이 행사를 보자마자 어떤 끌림으로 신청하셨다. 서로를 처음 보는 분들이 다 다른 인연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대충 하지 못하는 나란 사람


모임을 준비하며 마치 우리 집에 초대한다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준비를 했다. 전날 밤에는 수박을 썰고, 방울토마토를 씻어 도시락에 챙겨두었다. 유리그릇과 식기가 깨지지 않도록 행주로 감싸고 비닐에 넣었다. 그렇게 배낭을 메고 출근을 했다. 당일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베이커리에 찾아가 샐러드와 빵을 사두고, 편의점에 들러 꽤나 무거운 병음료와 생수를 사서 오피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배낭을 메고 양손 가득 무거운 짐을 들고 책방에 미리 가서 준비를 했다. 


혼자 다 준비해야 하니 가볍게 해 보자고 마음먹었는데 하는 과정 안에서 대충 하지 못하고 디테일에 신경 쓰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책방의 긴 테이블에 샐러드와 과일, 빵과 음료를 세팅하면서 오는 분들이 어떻게 경험할지를 상상하며 정성을 들였다.



좋은 공간에서 환대를 받는 느낌을 나누고 싶은 마음


누구는 ‘왜 이렇게까지?’라고 할지도 모른다. 한 친구는 이런 나를 보고 ‘사서 고생’한다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돈을 버는 일도 아닌데 나는 정성을 들이고 애를 쓰고 있었으니까. 배낭을 메고 양손 가득 짐을 들고 땀을 흘리며 책방으로 가는 길에 생각했다. 


‘이건 그냥 내가 순수하게 좋아서 하는 일이구나.’ 


참여하는 분들께 하나라도 더 좋은 걸 주고 싶은 마음. 좋은 공간과 맛있는 음식, 편안한 대화, 환대를 받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평소 나는 멋진 공간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걸 함께 나누고 싶었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정성껏 만든 음식을 대접받는 것처럼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두고 싶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도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하기는 쉽지 않으니 마음을 꺼내놓을 수 있는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준비는 무겁게, 실전은 가볍게 


나는 준비를 하며 디테일에 신경을 꽤나 썼지만 모임이 시작된 이후에는 그저 흐름에 맡겼다. 퇴근 후 바쁘게 온 분들이 숨을 고를 수 있게 시간을 내어 드렸다. 준비된 음식을 먹고, 스몰토크를 하며 공간을 둘러보다 보니 30분이 흘렀다. 


그리고 그저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고, 포토카드를 이용해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에 드로잉 세션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정해진 시간보다 15분쯤을 더 써야 했을 때, 시간에 맞춰 끝낼지 좀 더 진행할지 참가한 분들에게 물었고 흐름에 따랐다. 결국 20분을 더 썼지만 공간의 분위기 덕인지 다들 깊게 만나 끝날 때 즈음에는 아쉬움이 올라왔다.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헤어지기가 아쉬워 ‘그럼 30분만 더 이야기 나누다 갈까요?’ 했던 것이 밤 열 시 반까지 이어졌다.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일상의 조각들을 꺼내 놓았고, 서로의 이야기게 귀 기울이며 서로를 응원했다. 



하길 참 잘했다 


마지막 순간에 찍은 사진에서 ‘즐거움이 사진을 뚫고 나오는 것은 이런 걸까’ 싶은 생각을 했다. 참여한 모든 분들이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하길 참 잘했구나.’ 


나는 이 환대의 경험을,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구나. 


밤에 책방을 나오니 북적이던 거리가 한산해져 있었다. 전날 세차게 내리던 비는 그쳤고, 여름밤의 공기는 선선했다. 우리는 여름밤의 거리를 잠시 함께 걷다 모두 각자의 길로 헤어졌다. 


여름밤 책방에서 보낸 몇 시간은 잠시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던 순간처럼 느껴진다. 


그날 함께 나눈 대화와 웃음을 나누던 순간의 느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정성껏 준비한 음식과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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