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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쌤 Feb 17. 2023

그냥 소방차가 되고 싶다고 해도 돼

feat.BTS-낙원(paradise)


- 꿈이 뭐야?

- 돈 많은 백수요


꿈이 뭐냐고 물었을 때, 나의 자녀나 내가 만나는 학생이 '돈 많은 백수'라고 대답한다면...

질문을 던졌던 부모님이나 선생님이나 코치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궁금하다.


사실 누구나 아쉬울 것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가지고 있고 내가 재미를 느끼는 것들만 할 수 있다면, 그 상황이 싫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학생들이 저렇게 답변할 때 공감을 하기도 하고, 웃으며 다른 유머로 넘기기도 하는데 결국 코칭 수업 중에는 그 대화를 통해서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를 정하려는 목적이 있는 대화를 하게 된다. 그래서 한 번쯤은 솔직하게 개인의 견해를 담아서 꿈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이야기할 때 BTS의 노래 가사를 좀 빌려 쓰고 싶다. 한 곡 전체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노래의 제목은 '낙원(paradise)'이다. BTS의 슈가는 이 곡에 대해서 “무한 경쟁 시대 속에 살아가는 많은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었던 곡, 지치신 분들에게 잠깐이라도 쉬어갈 수 있는 곡이었으면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곡에 대한 소개처럼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이곡에 담겨있다. 이 곡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진짜 꿈을 꿀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꿈은 그냥 원하는 거야"



우린 꿈을 남한테서 꿔 (빚처럼) / 위대해져야 한다 배워 (빛처럼) / 너의 dream 사실은 짐 / 미래만이 꿈이라면 / 내가 어젯밤 침대서 꾼 건 뭐? (oh) / 꿈의 이름이 달라도 괜찮아 / 다음 달에 노트북 사는 거 / 아니면 그냥 먹고 자는 거 / 암것도 안 하는데 돈이 많은 거 / 꿈이 뭐 거창한 거라고 / 그냥 아무나 되라고 / We deserve a life / 뭐가 크건 작건 그냥 너는 너잖어



국어사전에서 찾을 수 있는 '꿈'의 뜻에는 3가지 의미가 있다.

1.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2.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3.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놀랍게도 위의 가사 속에는 이 꿈의 3가지 의미가 모두 담겨있다.


그래서 '꿈이 뭐야?'라고 묻는다면, 잠자 동안 침대에서 꾸는 꿈은 '뭐'라는 질문에 호응이 되지 않으니 제외하고,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을 대답하거나,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을 대답해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꿈=직업"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꿈의 사전적 의미는 사실 직업과 전혀 상관이 없는데 말이다. 오히려 5살짜리 남자아이가 꿈이 '소방차'라고 대답하는 것이 더 의미에 적합한 답변이다.


그래서 꿈은 그냥 허황되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면 된다. 꿈이 뭐 대단한 거라고 그렇게 깊이 고민하냐는 것이다. '꿈'이 되는데 '실현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꿈을 꾸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고, 꿈을 이야기하는 건 설레는 일이다. 그래서 '꿈'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그 순간이 파라다이스가 될 수 있다는 걸, 우리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꿈이 없다고 불행한 건 아니야"



멈춰서도 괜찮아 / 아무 이유도 모르는 채 달릴 필요 없어 / 꿈이 없어도 괜찮아  / 잠시 행복을 느낄 네 순간들이 있다면 / 멈춰서도 괜찮아 / 이젠 목적도 모르는 채 달리지 않아 / 꿈이 없어도 괜찮아 / 네가 내뱉는 모든 호흡은 이미 낙원에


하지만 진짜 세상은 / 약속과는 달라 / 우린 달려야 해 밟아야 해 / 신호탄을 쏘면 / 너, 목적지도 없어 / 아무 풍경도 없어 / 숨이 턱까지 넘칠 때 / You need to, you need to



많은 아이들을 만났을 때, 명확한 꿈이 없어서 위기를 겪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다. 살아간다는 건 하루하루의 작은 기쁨과 성실이 쌓이는 거라서 거창한 꿈이나 목표가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거나 행복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한 꿈이나 목표가 아닌 것을 향해서 맹목적으로 달려갔을 땐 탈이 난다. 최대 가속을 했는데 방향이 잘못되었거나, 외부 동력에 의해서 급격하게 달려가고 있다가 동력을 잃어서 멈춰 버리면 되돌리고 회복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낙원'에서는 꿈이 없어도 괜찮은데, 현실에서는 꿈이 없어도 타인의 신호에 의해서 숨이 턱에 차도록 달리고 밟아야 한다는 가사가 우리 아이들의 현재인 것만 같다.


입시라는 목적지를 강제로 부여받고, 출발선도 정지선도 모두 타인이 정한 레이스에 필수 참석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원하는 꿈'을 생각해보지도 못했는데, '부여받은 꿈'이 버거워서 꿈꾸기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아이들로 하여금 '직업', '진로', '꿈'이라는 단어가 같은 의미로 여겨지게 하고 부담스럽고 회피하고 싶은 주제가 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이 꿈이라는 단어를 쉽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노래 가사처럼 그냥 어젯밤에 꾼 꿈, 그냥 가지고 싶은 것, 말도 안 되지만 바라는 것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사실 거기에 진짜 원하는 것들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없으면 불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있으면 좀 더 설레고 즐거운 것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어렵다면 꿈꾸는 법을 알려줄게"



I don't have a dream / 꿈을 꾸는 게 때론 무섭네 그냥 이렇게 / 살아가는 게, 살아남는 게, 이게 나에겐 작은 꿈인데 / 꿈을 꾸는 게, 꿈을 쥐는 게, 숨을 쉬는 게 때론 버겁네 / 누군 이렇게 누군 저렇게 산다면서 / 세상은 내게 욕을 퍼붓네


yeah 세상은 욕할 자격이 없네 / Yeah 꿈을 꾸는 법이 무엇인지 / Yeah 가르쳐 준 적도 없기에 / 꾸며 낸 꿈이기에 눈물의 잠꼬대 / 악몽에서 깨워내 널 위해 / 이젠 매일 웃어보자고 저 낙원에서



꿈을 꿀 때 '누군 이렇게 누군 저렇게' 사는 것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 다만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지나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나 '나'를 가치 있게 하는 게 무엇인지 안다면 더 좋을 뿐이다.


그래서 진로 결정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이라면 '꿈'만큼은 직업과 연결성을 버리고 생각했으면 한다. 그냥 바라는 것들을 아무 제약이나 한계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써보는 것이다. 갖고 싶은 것도, 꿈꾸는 상황도, 터무니없는 것도 다 괜찮다. 그래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한계가 없다는 가정하에 네가 원하고 바라는 상황이나 되고 싶은 모습을 다 이야기해보자"


꿈은 그런 거다. 그렇게 그냥 말해보고 적어보고 마음 한편에 로또 당첨처럼 그냥 바라고만 있어도 왠지 기분 좋은 것들 말이다.




그렇게 꿈을 기분 좋기만 한 것으로 남겨둘 때,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괴롭히는 한 가지 요소가 있을 것 같다.


"그럼 입시에 결정적이라고 하는 진로 목표는, 전공 계열은 어떻게 정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기 발견'이나 입시 전략 등을 다룬 다른 글에서 이야기를 했지만, 더 구체적으로 우리 입시와 학습에 필요한 전공계열을 고르는 과정과 여러 가지 진로 적성 검사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매거진을 통해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다시 정리할 예정이다.


아주 간단하게만 표현하자면, 입시를 위한 전공 목표는 그저 대학 때 조금 더 공부하고 싶은 영역을 고르는 것뿐이다. 


그냥 내가 조금 더 자신 있게 혹은 조금 더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영역을 선택해서 배워본다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게 내 인생을 완전히 좌우할 영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무섭게 AI가 발전하고 있는 이 시점에 대학 전공이 어떻게 내 인생의 직업을 결정하겠느냐는 것이다. 특수한 몇 가지 직업 영역과 연결된 학과를 제외하고 평생의 업과 1:1로 매칭되는 학과는 별로 없다는 걸 학생들에게 꼭 알려준다. 그러니 흥미 있게 혹은 자신 있게 공부할 수 있는 계열을 선택하되 그것과 직업이나 미래의 삶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려나갔으면 한다. 그 과정에서 바라는 것들을 생각하는 '꿈'은 오히려 내 긴 삶의 진짜 행복을 찾는데 분명히 이런 전공 영역보다 더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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