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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입시컨설턴트로 산다는 것

무한경쟁 시스템이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 것을 지켜보며 경쟁을 컨설팅 한다

by 코칭쌤


정말 오랫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다. 2028 대입 개편에 대해 시리즈로 글을 쓰려다 1편을 겨우 업로드 한 후 쓰고 있던 2편은 아직도 작가의 서랍에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아 겨우 20개월 남짓 아이를 키워내다 육아를 독립하여 온전히 부부의 몫으로 가져오고 난 후 일을 지속하며 육아를 하며 글을 쓸 시간이 아닌 마음의 여력이 없음을, 혹은 내 시간관리 능력이 부족함을 인정해야 했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 실용적인 정보를 주거나 도움을 주는 글을 쓰겠노라 다짐했었던 탓에 준비하고 각오하지 않고는 한 글자도 쓸 수가 없었다.


그러다 생각을 바꾸었다.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구성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솔직한 마음들을 주저리 주저리 남기고 그 안에 담긴 소소한 생각을 나누는 것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오랜만에 쓰는 브런치 글을 두서없어도 구성이 완벽하지 않아도 아주 쓸만한 정보가 없어도 편하게 써보기로 했다.




어수선했던 나라 상황과 하염없이 흔들리는 교육정책들을 보며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이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청소년들을, 그렇게 자라난 청년들을, 그리고 중년인지 장년인지를 향해가는 우리들이 이 사회를 살아가기 힘든 이유가 무엇일까?


최근에 본 유튜브 '이게 웬 날리지 - 김누리 교수 2부' 영상에서 설명해주는 교수님의 원인분석이 가장 많이 와닿았던 것 같다. 경쟁 이데올로기-능력주의 이데올로기-공정 이데올로기라는 야만의 트라이앵글이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고 사회 대다수를 행복하게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


그 트라이앵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입시 시스템이다. 바로 옆에 있는 친구, 같은 선택과목을 가장 많이 선택한 우리반 친구들이 가장 큰 경쟁상대이고, 능력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무엇도 가질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입시 경쟁 체제, 공정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점점 기형적으로 변해가는 입시와 교육 제도.


이 속에서 이 시스템과 평가 방식과 각 개인에 대해 낙인 찍혀가며 사는 아이들이 행복한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이 시스템 속에서, 저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컨설팅 하고 있는 나는 어떠한가?


나를 골치아프게 하는 이런 생각들을 머리속에 품은 채 아이들을 만날 때 나는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가?


나름대로는 이 안에서 학생들이 조금이나마 다른 돌파구를 찾고 조금이나마 스스로와의 경쟁에서 자신을 성장시키는 방향을 함께 제시하며, 괴로운 시스템에 지지 않고 자기 자신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누며 조금은 덜 힘들게 이 시간을 지나가자고 이야기 한다.


이건 절대 이 사회에 대한 정답이 아니고 나 한사람이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닐테다.


정말로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라면, 직업에 귀천이 없어야 하고, 블루칼라나 화이트 칼라나 어떤 직종이든 성실하게 살아가는 누구라도 사회가 살만해야 하고, 비정규직이나 정규직의 임금과 사회 보장 시스템이 비슷해야 하고, 누군가가 가진 재능이든 돈이든 권력이든 이런 것들이 사람의 급을 나누어서는 안된다. 그런 것들로 서로를 평가하고 구분하고 갈등하지 않는 사회라면 이런 입시 경쟁 시스템이 유지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미 뼛속깊이 불평등을 받아들이고 나나 내 자식은 보이지 않는 계급의 사다리에서 더 위층에 있기만을 바라는 사회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


그래서 그 와중에 우리 학생들이 가진 상황 속에서 가장 나은 방법, 가장 자신의 가치관이나 특성에 맞는 방향, 다양한 입시 요강 중에 이 한명이 가장 덜 괴롭게 대비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한다.

똑같은 입시 경쟁 속에서 달려가더라도 그 입시 결과가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설명하고 최대한 그 과정에서 이 아이가 배우고 성장하는 영역이 하나라도 있다면 분명히 미래가 달라질 거라는 것을 이야기 한다.


그 과정에서 고등학교를 해외로 추천해 주기도 하고, 기적적인 대입 스토리를 만들기도 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미술, 뮤지컬, 연기, 음악 등 다양한 분야로의 진로 변경을 의논하기도 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입시 전형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그렇게 대입에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해의 대입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그걸로 끝이 아님을 알고 있고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음을 이야기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만났던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불안이 줄어들고 힘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고민하는 컨설턴트다.

과도한 입시 경쟁이 너무나도 우리 사회를 괴롭게 함을 알고 있으면서 그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내 가치관에 이런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사회에서 아이들이 살아갈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아직은 이 아이들의 괴로움을 아주 조금... 아주 아주 아주 조금 덜어주는 것으로 위안을 삼지만 나중에는 정말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때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는 고민들에 도움을 주는 진로 코치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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