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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쌤 Oct 07. 2022

치열한 대한민국 교육,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의 이야기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면서 일관성 없이 수시로 바뀌는 입시 정책 속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교육열을 등에 업고 나는 생계를 이어왔다. 치열한 사교육 시장에서 나는 먹고살 길을 모색했지만, 결과론적으로 미래가 무한한 아이들의 인생에 점점 더 깊이 관여했고 그 인생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나눠져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오랫동안 학생들을 1:1로 만나왔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크게 변하지 않는 학생과 학부모의 고민을 들어왔다. 그 시간 동안 내가 만난 학생들은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아주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왔고,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각 시기마다 따라오는 고민들을 함께 나누었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학생들과 처음 그 아이들을 만난 시점부터 입시를 마무리하는 시점까지 함께 해왔다. 그 시간 내내 나를 믿어주고 함께 고민을 나눠 준 학생과 학부모들을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만난 학생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그 학생과 학부모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가장 먼저 나와 의논했다. 일주일의 학교생활과 공부 계획에 대한 코칭을 시작으로 중학교·고등학교 진학, 진로 방향 설정, 대학 선택 등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결정들에 나는 관여해 왔다. 성인이 된 지금도 자신의 사회 적응기에 고민이 되는 순간마다 주저 없이 나와 고민을 나눠주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내가 그들의 인생에 이렇게까지 깊게 참견해도 괜찮은 건지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믿어주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내가 최선의 코칭을 하고 있을까? 그 모든 과정에 정답은 없었기 때문에 또 다른 선택지가 있지 않을지, 이 학생에게 이게 가장 나은 방향일지 밤을 새우며 고민하기도 했다. 그래서 좀 더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학생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싶어서 최대한 많은 대안을 찾아보고 학생과 학부모와 충분히 대화한 후 함께 방향을 설정하려고 했다. 학교 선생님도 제대로 모르던 고등학교 기간 휴학과 복학에 관한 부분을 정확히 알고 싶어서 교육청에 전화해 장학사에게 정보를 확인하기도 하고, 다른 분야의 학원을 알아볼 때도 이모나 엄마인 척하고 함께 상담을 받으러 가고, 유학 상담도 함께 받으러 다녔다. 그 시간들 덕분에 아이들의 진로나 학습 분야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더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여러 아이들을 만나보는 것도 큰 경험이 되었지만 한 아이가 초등 고학년에서 고3이 될 때까지의 청소년기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그 기간의 학습·진로·입시 코칭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가장 값진 경험이 되었다. 만나는 학생들에 대해 단기적으로 보지 않고 인생의 중요한 시기 전체를 함께하며 그 아이가 가진 수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내내 아이 때문에 울고 웃는 학부모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답답해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고자 끊임없이 대화하고 고민했다. 내가 1:1 교육을 계속해서 고집해 온 것은 그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각각 듣고 코칭하는 것 말고는 각각의 학생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들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은 교육을 바라보는 내 시각의 변화였고, 청소년기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의 변화였다. 그리고 그 경험 덕분에 티칭을 하고 컨설팅을 하던 내가 그 아이만의 독특한 개성과 장점을 존중하고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함께하는 코치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의 치열한 교육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모든 학생들에게 상위 1~2%의 모습을 갖추라고 닦달하고 그렇지 못하면 인생의 패배자가 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공부만이 인생의 길이고 거기서 실패하면 미래가 없는 것처럼 겁주고 싶지 않다.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대입에 성공한 사례들을 전시하는 것으로 코치로서의 나를 증명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가 만난 보통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다. 상위권이든 하위권이든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개선하고 발전한 아이들 모두가 인생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스스로 당당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코칭했던 사례들을 나누고 싶다. 내 아이를 특정한 대학 학과에 보내려고 물불 안 가리는 드라마 속 학부모의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학부모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아이를 지원해주고 싶어 한 달 교육비 한도를 나에게 공개하고 함께 최선의 교육비 배분을 고민했던 학부모의 이야기, 막막한 입시 체계에서 아무것도 준비되지 못한 아이를 위해 뒤늦게 고군분투하던 학부모의 이야기, 최상위가 되지 못한 내 아이를 위한 입시정보를 찾아보며 막막해하던 학부모의 이야기 같은 것들 말이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학부모들에게 지금의 입시와 교육과정은 너무 어렵다. 매일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엄빠들에게 고교학점제는 더 어려운 숙제와 같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각 학교를 잘못 선택해서 아이의 인생이 실패하는 건 아닐까 걱정하고 전전긍긍한다. 대학에 보낸다고 인생이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든 대학은 보내야만 한다는 사회의 분위기에 내 아이를 닦달해야 하고 압박하는 부모가 되어야만 해서 행복하지 않다. 그렇게 고군분투해도 아이의 원망스러운 눈초리를 받으며 억울하다. 


아이들은 복잡한 스케줄만 따라가느라 부모님과 대화가 단절되고 오해가 쌓여간다. 내 부모가 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하는 것이 내 미래를 풍성하게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겨를이 없다. 오늘 감정이 어땠는지 묻는 질문에 피곤하다는 것 말고는 다른 감정을 찾을 수 없다.


내가 학습과 진로와 입시 코칭을 할 때, 학부모님들은 좋은 성적이나 좋은 대학을 가장 바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학부모님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내 아이의 성장과 행복이었다. 그래서 막상 성적 상승이 눈에 띄지 않아도 우리 아이의 태도가 바뀐 것을 고마워하는 학부모가 더 많았다. 나에게 지속적으로 코칭을 맡기는 이유가 아이의 자존감을 올려주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아이가 힘들어할 때 힘이 되어주어 고맙고, 나와의 코칭 시간 후에 아이가 웃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만난 학부모님들이 아이를 일타 강사에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 갈 때까지 코칭을 받게 한 것은 우리 아이의 이야기를 대신 들어주고 힘든 시기를 이겨나갈 때 도움이 되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입시 결과나 성적 향상이 따라온 케이스들이 있을 뿐이다. 그런 학부모님들과 나눈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코칭의 사례를 나누고 싶다. 학생과 학부모가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렇게 학생·학부모 상담을 하면서 그들이 실제로 도움을 받았다고 느낀 정보들과 위안을 받았다고 느낀 이야기들을 더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과 나누고 싶다. 그리고 나와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코칭을 하고 있는 코치들과도 공유하고 싶다. 그렇게 나를 믿어주고 나를 성장시켜준 나의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님들에 대한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갚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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